아이들 문화
극단에 치우친 얘기같지만, 요즘 젊은 엄마들, 아이를 그냥 지켜보지 못한다. 무슨 일이든지 간섭하고 다그친다. 착하고 좋은 일에만 눈 뜨도록해야 마음이 놓인다. 자기 아이가 남의 아이보다 공부 잘하고, 능력이 뛰어나야 안심이다. 아이를 슈퍼맨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아이를 로봇으로 만드는데 바쁘다.
그런 까닭에 아이들은 피곤하다. 급변하는 세상에 문제 상황이 다 다르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아이에게 부모의 의향대로 권한다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아이도 그들 나름대로의 문화를 가졌다. 문화는 어른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부모는 그러한 다그침이 사랑이라 믿는다. 아이는 대리만족의 대상이 아니다.
공부해라, 책 읽어라, 게임하지 마라, 학원가라, 학습지 해라, 일기 쓰라, 숙제하라, 하나같이 ‘해라마라’는 닦달뿐이다. 그래서 아이는 언제나 지친다. 아이에게 바람이 크면 클수록 간섭을 적게 가져야 한다. 아이가 하는 일에 부모의 역할이 크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 가급적 아이 스스로 자기 일을 결정하고 즐겨야 한다. 부모는 아이의 보조자로 필요할 때만 도와주어야 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아이가 스스로 옳고 그름을 따질 능력이 없다. 그래서 아이는 다양한 문화를 다 경험해 보아야한다. 때에 따라서는 심하게 잘못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그럴수록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를 느껴보아야한다. 그런 속에서 아이는 크게 자란다. 사실, 아이는 말리지 않으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붙어산다. 휴대폰을 놓지 않는다. 그렇다고 크게 탓할 일이 아니다. 아이는 부모세대와는 다른 문화를 가졌기 때문이다. 단지 하지 말라고해서 쉽게 그만두지 않는다.
그런데도 부모가 애써 걸림돌이 된다면 자녀와 의사소통할 길만 어렵게 만든다. 아이가 다소 엇나가는 행동을 한다고 해도 부모는 고루한 생각을 버려야한다. 아이가 속되게 굴지 않는 한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각자의 의견을 말해야한다. 일방적인 억눌림보다는 조금 양보하여 합의점을 찾도록 쌍방이 노력해야한다. 합의의 결과도 하나의 문화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책을 읽지 않는 부모일수록 자녀에게 책읽기를 강요한다는 통계다. 또한 자신은 컴퓨터 오락에 빠져서 몇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아이가 컴퓨터 게임을 하면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한다고 한다. 그런 부모와 아이는 소통하기 어렵다. 아이에게는 컴퓨터 게임도, 만화책도 소통의 중요한 도구이며, 문화요, 놀이이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아이도 어른 못지않게 스스로 문화를 누려야 한다. 아이에게도 그들만의 문화선택퀀을 가졌다.
굳이 심리학자들 이론을 빌지 않아도 고정관념이 강한 어른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한다. 그렇듯이 아이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잠자는 일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관심과 호기심 속에 눈 뜬다. 세상에 영원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다. 모두가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 과정도 하나의 문화이어야 한다. 아이에게 아이만의 문화를 인정해야 한다.
이참에 아이에게 부모 욕심만을 강요했다면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겠다. 아이들 문화에 대한 새로운 눈뜸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책 한 권을 읽는데도 부모가 직접 골라서 읽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폭력이다.
|박종국에세이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