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한 대가 정류장 앞에 멈추어 섭니다.
문이 열려도 쭈뼛거리며 버스에 오르지 못한 할머니는 손녀 아이와 손을 맞잡고 서로 기대서서 말했습니다.
“저기 저 병원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기력이 없어 갈 수가 없소. 좀 태워 주구려“
"네 얼른 올라오세요. 다른 손님들 추워요.”
버스에 힘겹게 먼저 오른 여자아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할머니를 도와주었습니다. 앞자리에 앉았던 학생이 일어나더니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할머니 손만 꼭 잡고 선 여자아이를 향해 운전기사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얘야, 저기 저 끝에 자리가 하나 비었네. 서서 가지 말고 거기가서 앉으렴.“
“우리 손녀는 앞이 보이질 않아. 어릴 적부터 이 할미 손을 이렇게 꼭 잡고 다닌다오.“
“저는 할머니 손이 좋아요. 우리 할머니 손은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손이거든요"
그 험한 환경속에서 어찌 저런 아름다운 꽃이 피었냐는 듯 바라보는 기사 아저씨에게
“아, 참. 기사양반. 미안하우. 돈이 없다오.“
“할머니, 차비는 이미 예쁜 손녀에게 받았는걸요.“
“우리 아이가 돈이 없었을 텐데.”
“세상에서 자기가 가진 가장 값진 미소로요.”
흐뭇한 얼굴로 손녀를 바라보는 할머니에게
“손녀가 그리 좋으세요”
“그럼요. 내 말을 듣고, 나를 바라보고, 이렇게 같이 다니기만 해도 감사할 일이지요.“
아들이 입원한 병원으로 간다는 할머니는 어린 손녀의 엄마의 자리를 든든히 지켜주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다정히 손을 잡고 가는 할머니와 손녀의 소소한 행복이 따스한 햇살에 반짝반짝 빛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