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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편지

세상사는얘기/삶부추기는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0. 3. 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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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편지

 

불우한 환경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공장에 취직하여 말단 직공으로 근무하던 한 청년. 그는 늘 흉하게 기름 때 묻은 자신의 모습을 혐오했다. 그러다가 끝모를 열등감으로 매일 술만 마시며 방탕한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마음씨 착한 아가씨를 사랑하게 되었고, 마침내 그녀와 결혼을 했다. 그의 아내는 진정으로 그를 사랑했다. 그가 하는 일이 비록 하찮은 일이었지만, 유난히 정이 많은 남편의 사람 됨됨이를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챡한 아내에게 적은 월급과 기름 때에 찌든 작업복을 내놓을때마다 부끄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고 아내는 마음이 아팠다. 아내는 매일 아침 남편의 가방에 도시락과 함께 편지를 썼다.

"나는 당신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아내로부터 날마다 편지를 받은 남편은, 처음 얼마간은 아내가 자신에게 용기를 주려고 보낸 편지라고 여겨 그저 고맙기만 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아내의 편지는 그치지 않았다. 그는 정말로 아내가 자기를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공장에 출근해서 미처 직원들의 손이 닿지 않는 어두운 창고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르게 이른 시간을 선택했고,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모든 일을 보이지 않게 끝마쳤다. 그는 아내에게도 이런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단지 그 일이 아내와 그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기쁨으로 남기만을 바랬다. 이렇게 매일 아침 청소를 하는 나날이 계속 되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렀다.

회사 구내식당이 마련되었는데도 그는 여전히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출근했다. 일찍 출근한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기쁜 마음으로 공장 청소를 했다. 오전 일과를 마치고 점심 때가 되어 아내의 편지를 읽으며 점심 도시락을 먹었다. 그런데 사장실에서 급히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내가 무슨 잘못한 일도 없는데, 사장님이 왜 나를 부르는 걸까?"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서둘러 사장실로 갔다.

가 보니 사장은 뜻밖의 말을 했다.

"나는 이십년 전부터 자네를 지켜봐 왔네. 아무도 보지 않은 곳에서 자네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묵묵히 해온 자네에게 감사드리네. 그래서 임원회의에서 오늘부터 자네를 우리 회사 업무관리부장으로 임명하기로 결정했네. 지금까지 했던 대로 일처리 잘 해주시게. "

"고맙습니다. 그렇지만 사장님!"

"자, 난 약속땜에 나가봐야 하니 자네도 그만 나가보게."

".... "

그 다음날로 그는 부장으로 승진되었다.

부장이 되어서도 공장 청소만큼은 변함없이 자신이 했다.

"저는 당신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20년을 한결같이 부추겨 준 아내의 이 말은 무력감과 열등감으로 빠진 남편을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세워놓은 힘이 되었다. 자칫 무시당하기 쉬운 남편의 무능함에 그토록 오랫동안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내가 하루도 빠짐없이 적어준 도시락 편지는 진정한 사랑이었다. 또한, 아내의 격려는 그에게 크나큰 힘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토록 긴 시간을 오직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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