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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 위대함

세상사는얘기/삶부추기는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0. 8. 1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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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 위대함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가 결국 부도 처리되었다.

 

법원 집달관이 찾아와 드라마에서만 보던 압류딱지를 여기저기 붙이고 갔다.

 

아이들은 창피해서 학교도 못 다니겠다며 방 안에 틀어박혔다.

 

결혼해서 그저그만한 세월 사는 동안 힘든 일도 많았지만, 지금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

 

오늘 따라 친정엄마 생각만 났다. 그래서 무작정 친정으로 달려갔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

등이라도 토닥이며 위로해 줄 줄 알았는데 엄마는 아무 말없이 나를 데리고 부엌으로 가서 냄비 세 개에 물을 채우고

끓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냄비에는 당근을, 두 번째 냄비에는 달걀을, 세 번째 냄비에는 커피를 넣고 끓이셨다.

 

그렇게 팔팔 끓어오르기 시작한 세 개의 냄비. 그렇게 아무 말 없이 한참이 지난 후 불을 끄고 나서야 엄마는 말을 시작하였다.

 

“이 냄비 속 세 가지는 모두 큰 역경에 처하게 되었다. 급격하게 엄습해 오는 환경의 변화인데 각각 어떻게 대처하였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만히 듣고만 선 나에게 엄마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당근은 끓는 물을 만나자 단단해지고, 강했던 자신을 부드럽고 연하게 변신시켰고, 달걀은 끓는 물을 만나자

흐물흐물 연약했던 자신을 단단한 고체로 변신해 물에 풀어지지 않도록 자신을 보호하였고, 커피는 끓는 물을 만나자

오히려 그 물속으로 들어가 모두 커피로 둔갑시켜 버린 거야.”

 

나는 어느새 눈물이 흘렀다.

 

“우리 딸, 힘드니? 너는 지금 당근일까? 달걀일까? 커피일까?”

 

나는 눈물을 삼키며 결심했다.

"지금부터 나만의 방식을 찾아 역경을 뛰어넘을 거다. 나는 엄마이니까."

크나큰 막대저울도 엄마의 무게를 잴 수 없고, 아무리 무거운 걸 올려놓은 수평저울도 엄마쪽으로 기웁니다. 엄마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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