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작가행동'
작가에게 있어 제1의 조국은 언어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로부터 말을 배우고 성장하며 어머니말의 공동체 안에서 생로병사를 함께 합니다. 그러기에 어머니말이 곧 작가의 조국인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일제에 의해 36년 동안이나 언어공동체를 유린당했으나 작가들은 굴하지 않고 어머니말로 작품활동을 꾸준하게 해왔습니다. 그러나 일제는 창작활동까지 금지하였고, 이에 항거하여 붓을 꺾는 작가들도 있었습니다. 비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민족은 75년 동안이나 언어공동체가 분단된 체제에서 살아왔습니다. 심지어는 언어공동체 내부에서 전쟁이 발발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6.25라고 불리는 한국전쟁은 표면상으로는 전선의 전쟁이었지만 내면적으로는 마을의 전쟁이었고 마음의 전쟁이었습니다. 같은 말을 사용하는 마을에서 벌어진 전쟁의 참상은 비극을 넘어 지옥이었습니다. 얼굴을 알고, 함께 성장해왔고, 함께 살았고, 어머니말로 서로 안부를 나누었던 사람들이 총칼을 들어 죽이고 죽임을 당했으니 그 지옥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었겠습니까. 지옥 같았던 비극은 전쟁이 휴전상태로 들어가자마자 분단체제로 굳어졌습니다. 분단체제는 휴전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전쟁을 겪었던 모든 사람의 마음에도 철저하게 작동했습니다. 그리하여 분단체제는 혐오와 증오, 위협과 폭력으로 남아 지금까지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쟁 이후 지난 70년간, 우리 작가들은 언어공동체를 분할 관리하고 있는 두 개의 정부와 정치체제에 대해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운 민족공동체의 건설과 성숙을 위하여 노력하라고 언제나 촉구해왔습니다. 휴전은 되었으나 종전이 되지 않았기에 전쟁의 위협은 일상까지 파고들었습니다. 특히 전쟁의 위협을 기반으로 세력을 유지하는 소수의 정치권력이 다수의 평화로운 삶을 위협하여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정치적 행위가 군사적 긴장을 필요 이상으로 불러일으키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민족은 더이상 전쟁의 위협에 시달려서는 안 됩니다. 전쟁의 위협은 군사적이라기보다는 철저히 정치적이었습니다.
반전반핵은 우리 작가들의 오랜 슬로건입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은 우리 언어공동체의 실존적 운명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남과 북은 비록 휴전협정 상으로는 전쟁 당사자가 아니지만 행위로서의 당사자임은 분명합니다. 종전선언의 문서적 주최는 미국과 유엔, 북한과 중국이지만 그들에게만 우리의 운명을 위임해서는 곤란합니다. 남과 북이 먼저 종전선언과 동시에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우리 민족의 언어공동체의 안녕을 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합니다.
우리 작가들은 오늘이야말로 한반도에 남아있는 비극적 상황을 끝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의 언어공동체인 한반도에서 전쟁이 영구적으로 종식되어야 하며 동시에 죽임의 분단체제에서 살림의 생명평화체제로 이행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곧 동북아시아의 평화가 될 것이며 나아가 인류의 평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 첫걸음이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우리는 지상의 모든 전쟁에 대해 반대합니다. 전쟁은 사악하고 평화는 연약합니다. 하지만 연약한 평화가 생명을 지켜줍니다.
종전선언을 통해 갈등의 화약고에서 벗어나 평화와 성숙의 시대로 나갈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호소합니다. 우리 작가들은 다른 나라의 작가들과 함께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연대할 것입니다. 세계의 양심들과 함께 이 땅의 영구적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작가들만 아니라 우리 언어공동체의 모든 문화예술인은 물론이고 세계의 문화예술인과도 함께 할 것입니다.
1. 남과 북, 미국과 유엔은 한국전쟁의 종료를 선언하라.
2.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회담 및 일련의 조치를 실질적으로 실행하라.
3. 남과 북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한국전쟁의 종료를 실질적으로 완성하라.
4. 세상의 평화는 연약하다. 연약한 평화를 굳건히 지켜내자.
2020년 10월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손해일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이광복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김호운
한국시인협회 회장 나태주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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