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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늙고, 사람답게 살고, 사람답게 죽자

세상사는얘기/삶부추기는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3. 2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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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늙고, 사람답게 살고, 사람답게 죽자

 

사람의 연령은 네 가지다. 자연연령, 건강연령, 정신연령, 영적연령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브롬디는 인생의 4분의 1은 성장하면서 보내고, 나머지 4분의 3은 늙어가면서 보낸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따라서 늙는다는 일,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삶의 완성을 위해 꼭 필요한 하나의 과정이다.

성장하면서 보내든 늙어가면서 보내든, 인생길은 앞을 보면 까마득하고 뒤돌아보면 허망하다.
어느 시인은 '예습도 복습도 없는 단 한 번의 인생의 길'이라고 말했다.
'가고 싶은 길도, 가기 싫은 길도 따로지만, 가서는 안 되는 길, 내 뜻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의 길이다. 

사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사람답게 늙고, 사람답게 죽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어려운 일을 아주 멋지게 해 나가는 사람이 많다.
잘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여 열정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늙고 죽어야 할까?

첫째, 사람답게 늙어야 한다(웰에이징(Wellaging).

행복하게 늙기 위해서는 먼저 노년의 품격을 지녀야 한다.
노년의 품격은 풍부한 경륜을 바탕으로 노숙함과 노련함을 갖추는 일이다.
노년의 삶을 불안해하는 건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가기 때문이지만, 오히려 노년은 지성과 영혼이 최절정의 경지에 이르는 황금기임을 인식해야 한다.

노숙함과 노련함으로 무장하여 노익장을 과시하라!
산행과 명상, 클래식 음악과 독서와 같은 영성생활(靈性生活)의 여유를 온 몸으로 즐겨라.
최고의 노후는 우리가 무엇을 꿈꾸느냐에 달렸다.

 

 

노년은 24시간 자유다. 태어나서 처음 맞이하는 나만의 자발적 시간이다.
여유작작하고, 여유만만한 여생의 시작을 위해 팡파르를 울려야 할 때다.
웰에이징(Wellaging)을 위해 노년 특유의 열정을 가져야한다.

노년의 열정은 경륜과 품격이 따른다.
노련함과 달관이 살아 숨 쉬는 풍요한 열정이다.
나이 들어갈수록 이러한 열정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흔히 노년사고(老年 四苦), 즉, 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 병고(病苦)가 그것이다.
가난과 외로움과 할 일 없음의 괴로움은 노년에 가장 큰 골칫거리이며, 이와 함께 노후의 병고만큼 힘든 일은 없다.
그래서 노년은 점점 의욕과 열정을 잃어가는 시기라고 속단할지 모른다.

그러나 생각하기 나름이다.
노년사고(老年 四苦)는 열정을 상실한 대가임을 알아야한다.
열정을 잃지 않고 사는 노년 노후는 빈고, 고독고, 무위고, 병고가 감히 끼어들 틈조차 없다.
노년기에 열정을 가지면 오히려 위대한 업적을 남긴다.

세계 역사상 최대 업적의 35%는 60~70대에, 23%는 70~80세 노인에 의하여, 그리고 6%는 80대에 의하여 성취되었다고 한다.  결국 역사적 업적의 64%가 60세 이상의 노인들에 의하여 성취되었다.

소포클레스가 <크로노스의 에디푸스>를 80세 썼고, 괴테가 <파우스트>를 완성한 게 80이 넘어서였다.
다니엘 드포우는 59세에 <로빈슨 크루소>를 썼고, 칸트는 57세에 <순수이성비판>을 발표하였으며, 미켈란젤로는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을 70세에 완성했다. 베르디, 하이든, 헨델 등도 고희의 나이를 넘어 불후의 명곡을 작곡하였다.
결국, 역사적 업적의 64%가 노인에 의해 성취됐다.

 

행복하게 늙기 위해서는 또한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서 초라하지 않으려면 대인관계를 잘 하여야한다.
즉, 인간관계를 나 중심이아니라 타인 중심으로 가져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은 이기주의적 성향이 강해진다.
노욕이 생긴다. 모든 걸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면서 폭군노릇을 하고, 자기도취에 몰입하는 나르시즘(narcissism:자기도취증)에 빠진다. 또, 염세적이고, 운명론적인 생각이 지배하는 페이탈리즘(fatalism:운명론)에 빠지기 한다.

이런 사람의 대인관계는 결국 초라하게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인간관계는 중심축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물질 중심의 인간관계를 갖는 사람은 나이 들수록 초라해지고, 일 중심이나 나 중심의 인간관계를 갖는 사람도 역시
외로움에 휘말리게 된다. 그러나 타인 중심의 인간관계를 갖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고, 따르는 사람도 많다.
가장 바람직한 건 타인 중심의 인간관계다.

둘째,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웰빙(wellbeing).

사랑과 은혜로 충만한 노년을 우리는 웰빙(well-being)이라고 한다.
웰빙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과 인품이 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웰빙은 육체적인 강건함보다 정신적인 풍요와 여유에 더 중점을 두어야한다.

인자함과 포근함이 묻어나는 한, 그리하여 사랑과 용서의 미덕으로 넘쳐나는 한, 노년 노후는 일빙(ill-being: 심신을 혹사시키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웰빙(well-being)의 시기이다.
‘잘 먹고, 잘 입고, 잘 노는’ 일만으로는 웰빙이 될 수 없다.
정신과 인품이 무르익어가는 노년이야말로 인생의 최고봉이자 웰빙의 최적기다.

노년의 녹색지수(綠色指數)는 무한대다.
노년의 삶은 강물이 흐르듯 차분하며, 생각은 달관하듯 관대하다.
소탈한 식사가 천하의 맛이며, 세상을 온몸으로 감싼다.
노년의 삶은 자연과 하나다.
그래서 노년은 청춘보다 꽃보다 푸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노년은 삭막하고 고독한 시기로 생각한다.
절망과 슬픔을 떠올린다.

사실, 젊음을 구가하던 때와 비교하면 노년의 외모는 형편없다.
삼단복부, 이중턱, 구부정해지는 허리 등. 그리고 흰머리, 빛나는 대머리, 또 거칠고 늘어진 피부, 자꾸 자꾸 처지는 눈꺼풀 등. 한데도 말년을 앞에 둔 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향기를 나눠주는 건 정신적인 풍요와 경륜으로 쌓아올린 덕을 가졌기 때문이다.
노년의 주름살 속에 아름답게 풍겨나는 인자스러움은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다.
살아가면서 쌓이며 승화되는 화석과 같다.

우리가 마음속에 그려온 노인은 이렇듯 향기 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 덕이 있는 사람, 지혜가 풍부하고 마음이 인자하고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세상사 애꿎게 실생활에서 만나는 노인은 대부분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고집이 세고, 인색하고, 마음이 좁은 노인을 더 자주 만난다.

왜 그런가? 노년의 그런 추함은 어디서 오는가?
사랑과 용서의 삶에 인색했거나, 은혜의 삶을 잠시 망각했기 때문이다.
노년은 용서하는 시기이다.
용서의 근간은 사랑이다.
사랑만이 인간을 구제하는 희망이다.
사랑과 은혜로 충만한 노년을 보내는 사람, 우리는 이들을 일컬어 '사람답게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웰빙(wellbeing)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하자.
웰빙은 육체뿐 아니라 정신과 인품이 건강해야 함도 잊지 말자!

셋째로, 사람답게 죽자(웰다이잉welldying).

노년의 삶은 자신의 인생을 마무리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죽음을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해도 문제이지만, ‘이만큼 살았으니 당장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삶에 대한 경박한 듯한 태도는 더욱 큰 문제다.

소노 아야꼬는 ‘죽음이 오늘이라도 찾아오면 힘을 다해 열심히 죽겠다’고 했다.
죽음을 삶의 연장선상에서 경건하게 생각했다.
“병에 걸리면 도를 닦듯 열심히 투병하고, 투병과 동시에 죽을 준비도 다해 놓고 언제고 부름을 받으면 “네 ”하고 떠날 준비를 하자“
즉, 죽되 추하게 죽지 않도록 아름다운 죽음이 되는 완전한 죽음을 강조한다.

‘윌리엄 컬렌 브라이언트’ 죽음을 관조하면서 이렇게 노래했다.
“그대 한 밤을 채찍 맞으며, 감방으로 끌려가는 채석장의 노예처럼 가지 말고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떳떳하게 위로 받고 무덤 향해 가거라. 침상에 담요 들어 몸에 감으며 달콤한 꿈나라로 가려고 눕는 그런 사람처럼…”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고차원의 인생관이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이 인생관의 존재 여부가 삶의 질을 확연하게 바꾸어 놓는다.

이제까지는 세상이 정해 놓은 길, 주변에서 원하는 길을 따라 걸어왔다면, 이제부터 남은 삶은 어떤 길을 택하고 어떻게 걸어갈 지 오로지 내가 선택하고, 책임지며 살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노년의 연륜은 미움과 절망까지도 따뜻하게 품어야 한다.

성실하게 살면 이해도, 지식도, 사리 분별력도, 자신의 나이만큼 쌓인다.
그렇게 후덕한 일들이 쌓여 후덕한 인품이 완성된다.

노란 신(神)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가 급속이 자리 잡게 되고, 그에 대한 심오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젊은 날의 만용조차 둥글둥글해지고, 인간을 보는 눈은 따스해진다.

이러한 덕목을 갖추려면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한다.
자신에게 견고한 재갈을 물리고, 삶의 속도를 조절해야한다.
시간은 인간에게 성실할 것을 요구한다.
잉여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을 자신의 몫으로 만들기 위한 정신적 육체적 노력 없이는 시간을 차지할 수 없다.

그래서 노년에게 시간은 두렵고 잔혹한 일이다.

그리하여 마음을 비워야 한다. 미완성에 감사해야 한다.
사람답게 죽기(welldying)위해 진격보다는 철수를 준비해야 한다.
물러설 때를 늘 염두에 두며 살아야 한다.
자신의 자리와 삶에 대한 두터운 욕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집착이란 보이지 않는 일종의 병이다. 그래서 자신과 관계되는 조직에, 일에 너무 애착을 갖지 말라고 충고한다.

애착은 곧 권력과 재화의 유혹에 빠지게 하고, 그 힘을 주위에 과시하려 하게 되며, 마침내 추한 완고함의 덫에 걸려들게 만든다. 오래 살게 되면 얻는 일보다 잃어버리는 게 더 많다.

따라서 비움과 내려놓기를 준비하라.

그것은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이 아니라, 순수하게 잃어버림을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주변의 사람도, 재물도, 그리고 의욕도, 어느 틈엔가 자신도 모른 사이에 떠나간다.
이것이 노년의 숙명이다.
인간은 조금씩 비우다 결국 무엇 하나도 남지 않을 때 세상을 뜨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인간을 의지하기보다는 신(神)에 의지해야 한다.

신과 가까이 하면 정신연령과 영적연령은 더욱 신선해진다.
이것이 웰다잉(welldying)의 깊은 뜻이다.

후반전의 인생은 여생이 아니라, 후반생(後半生)이다.
인생의 주기로 보면 내리막길 같지만, 지금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세상을 향해 새 인생이 시작되는 때다.

행복한 노년은 무엇인가?

사람답게 늙고(wellbeing), 인생이 결국 사람답게 살다(wellaging)가 사람답게 죽는 것(welldying)으로 마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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