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버지 냄새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7. 15. 11:18

본문

728x90

아버지 냄새


난 아버지의 그 까칠한 손이 정말 싫었다.
내 얼굴을 만질 때면 사포 같은 그 손, 냄새도 났다.

아버지 몸에서도 이상한 냄새가 났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 냄새,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 때 그 냄새, 비 오기 전에 풍기는 흙냄새...
뭐라 딱히 표현할 수 없다.

난 음식점 식당보조로 일하시는 아버지가 너무 창피해서 친구들한테는 아버지가 ‘요리사 주방장’이라고 거짓말했다.
소림사 주방장이 무술을 꽤나 잘한다고 믿을 때였다.

 

 

그 당시 아침이면 항상 아버지는 형과 나를 동네 점방(가게)으로 데리고 가서 날달걀을 한 알씩 주고 마시라고 하셨다.

그 맛은 엄청 비렸다.

그런데 그걸 마셔야만 과자 한 봉지씩 사주셨다.

내가 좋아하던 과자는 조립식 로봇에 든 과자였는데, 그 로봇을 모으는 게 내 어린 시절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러다 6년 전 아버지는 하늘로 떠나셨다.
떠나시던 그 날 비가 엄청 내렸다.

그 날 난 병원 원무과와 장례식장을 오가면서 장례 준비에 더 신경 쓰고, 주변 사람에게 아버지 사망소식을 전하느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애도는커녕 아버지를 그리워할 겨를도 없었다.

바보 같은 놈.

39살이 된 난, 생선을 파는 생선장수다.
내 몸에서는 언제나 생선비린내가 난다.

집에 가면 딸아이가 아빠 좀 씻으라고 타박한다.
내 몸에서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아버지의 그 냄새가 나는 걸까?

아들 녀석은 내가 자기 얼굴에 손대는 걸 싫어한다.
내 손이 어느새 그 까칠까칠하던 내 아버지의 손이 된 걸까?

 

 

아버지가 한없이, 때로는 정말 미친 듯이 보고 싶다.

아버지의 그 냄새를 다시 한 번만 딱, 정말 딱 한 번만 맡아봤으면 좋겠다.

아내가 묻는다.
“당신은 아침에 그 비린 날달걀이 먹고 싶어요?“라고.
그러면서 애들에게 억지로 먹이지 말라고 한다.

“계란 껍질에 병균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좋다고 쭉쭉 빨아 먹어요? 당신 이상한 사람이에요.“라고.

난 웃는다.
여태껏 겨울시장 통에서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동태를 손질했다.
난 오늘도 날달걀 먹고 나온다.

또한 오늘도, 아버지의 그 냄새. 나도 생선냄새를 풍기며 일한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정말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 새벽편지 가족
-----------------------------------------

아버지는 세월이 지나서

내가 아버지가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느끼는 존재인가 봅니다.

'세상사는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의 거짓말  (0) 2021.07.31
노인의 삶  (0) 2021.07.19
가장 아름다운 가위 바위 보  (0) 2021.07.06
설악산 작은거인 임기종 씨  (0) 2021.07.04
6동 할머니  (0) 2021.07.02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