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은 백성이 편안하게 살기 위해 정치가는 고생을 해야한다는 곧은 의식을 가진 분이었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듯이 세종대왕의 치세 하에는 훌륭한 관리가 많았다.
정갑손이라는 인물도 세종대왕 시대의 관리로, 예조참판, 대사헌, 예조판서 등의 높은 벼슬을 거치면 청렴한 관리로 이름을 높인 사람이다. 정갑손이 함경도 관찰사로 지낼 때 일이다. 임금의 부름으로 한양까지 다녀와야 했는데, 당시 함경도에서 한양까지 여정은 한달을 넘기는 먼 길이었다. 그렇게 오래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 정갑손은 밀린 업무를 처리하며 한 장의 보고서를 보았다. 함경도에 선출한 관리에 대한 보고서였는데 이것을 본 정갑손은 노발대발하며 책임자를 불렀다. “여기 새로 뽑은 관리에 내 아들의 이름이 올랐는데, 그 녀석은 아직 미흡하여 관직에 나서기에는 한참 모자라다는 걸 내 익히 알거늘, 국사를 돌보는 중한 일에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아비의 위명을 보고 판단하다니, 어찌 이렇게 백성을 속이는가. 절대 용서하지 못할 일이다!”
아직도 계속되는 취업대란의 시기. 능력은 출중하지만, 자리를 만나지 못한 수많은 젊은이가 취업을 위해 힘겨운 노력을 계속한다. 청탁을 통한 잘못된 방법으로 취업해서 나중에 밝혀진 사건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을 허탈하게 만들곤 한다. 수백 년 전의 인물도 세상에는 공정함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았다.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힘든 시기에는 더더욱 지켜져야 할 공정함이 더욱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