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둥이가 버려졌어요.
‘행자 이야기’를 시작한 지 사 년째예요. 지금까지 행자가 사는 가족의 모습과 주변 사람, 산길에서 만나는 일을 중심으로 그렸어요. 제 입말로 툭툭 내뱉었지만, 어느 하나도 멋 부리지 않고, 보태지도 않았어요. 행자한테는 봄날 양지바른 언덕에 새싹이 쏙 고개 내밀듯이 싱그러운 이야기였어요. 행자는 그렇게 기분 좋게 살아요.
이제 반려동물 천만 시대가 되었어요. 그 수효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이 안 되지만, 아무튼 우리 아파트는 일곱 개 동 420세대가 사는데, 강아지를 많이 키워요. 어떤 때는 조그만 일 하나로 일제히 울어 젖히면 온 아파트가 소란스러워요. 행자도 몸집은 작아도 목소리 하나는 지지 않아요. 따라서 보호자한테 따끔하게 제지를 받아요.
그럴 즈음이면 으레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안내방송을 해요.
“에, 관리소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 아파트단지에서 강아지를 비롯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대해서는 일절 제재하지 않겠다는 게 입주민대표자 회의에서 결정된 바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꼭 알려드릴 사항은 층간소음이 문제이듯이 층견소음도 민원으로 제기되었으니 각별하게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가능하면 개가 짖지 않도록 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이후 개가 심하게 짖는 세대의 경우 특별 조처하겠습니다. 또 강아지랑 산책을 할 때 배변 관리를 책임져주십시오. 선의의 입주민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관리사무소에서 알려드렸습니다.”
이제 층견소음이 문제가 된 시대가 되었어요. 행자가 볼 때도 좀 심각하게 느껴져요. 특히, 반려동물은 낮 동안은 거의 홀로 집안에서 보내요. 그러다 보니 저녁 퇴근 무렵이면 식구가 돌아왔다는 반가움에 컹컹 짖어대요. 어떤 낯선 출입자를 경계하는 울부짖음이 아니다. 한데도 우리는 일방적으로 꾸중을 들어요.
그런데 지난주 우리 아파트에 가슴 아픈 일이 생겼어요. 지난주 어느 세대가 이사를 하였어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가족이 아쉬웠어요. 행자도 마찬가지였어요. 그 집에 행자보다 덩치가 큰 친구가 살았어요. 아침저녁 산책할 때면 더러 만나곤 하던 검둥이였어요. 그런데 이삿짐이 다 떠나고 난 뒤 검둥이만 달랑 남겨졌어요. 단지 검둥이가 나잇살이 많아 버리고 갔대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오랫동안 가족처럼 좋게 살았었는데,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검둥이는 그만 유기견이 되었어요. 그 모습을 본 아파트 주민은 혀를 차며 검둥이 주인을 성토했어요. 그러나 누구 하나 선뜻 나서 검둥이를 맡아줄 사람은 없었어요. 퇴근하신 보호자의 말씀에 따르면 검둥이는 며칠 경비실 앞에 머물렀다가 주인이 찾아오지 않으면 유기견 보호소로 보낸대요. 그리고 더 끔찍한 이야기는 그곳에서 1주일 지나고 마땅한 분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곧바로 안락사 시킨다고 해요! 너무 끔찍해요. 이제 검둥이는 어떡해요.
행자, 슬퍼서 눈물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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