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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몰도바 국경에서 보내는 편지

세상사는얘기/삶부추기는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2. 4. 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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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 님께,



저는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국경에서 일하는 유엔난민기구 직원 키수트입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약 300만 명이 몰도바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인접 국가로 탈출하였는데요, 여러분이 이 편지를 받으실 때쯤이면 안타깝게도 그 수는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유엔난민기구에서 17년간 근무하면서 2013년 말 남수단 폭력 사태와 2년전 에티오피아 북부에서 발생한 끔찍한 위기와 같은 대규모 긴급구호 상황에 대한 유엔난민기구의 대응을 직접 경험해 왔습니다. 현재는 유엔난민기구 긴급구호 대응팀의 일원으로 몰도바에서 근뭏합니다.



오늘은 우크라이나 국경 현장의 상황을 박종국 님께 전하기 위해 이 글을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큰 관심 덕분에 가능했던 현지 구호 상황과 더불어 우크라이나로부터 온 난민 가족 11명을 위해 자신의 집 한켠을 내어준 타마라(Tamara)의 이야기도 함께 해주세요!

 

우크라이나-몰도바 국경에서 보내는 편지

유엔난민기구 긴급구호 대응팀, 키수트 게브레그지아버(Kisut Gebreegziabher)

 

저는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국경에서 일하고 있는 유엔난민기구 직원 키수트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는 약 300만 명이 우크라이나에서 몰도바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인접 국가로 탈출하였는데요,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안타깝게도 그 수는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몰도바와 다른 인접 국가에 들어온 대부분의 난민들은 여성과 아동입니다. 저는 국경에서 우크라이나로 다시 돌아가기 전에 아이들과 아내, 부모님을 꼭 껴안는 우크라이나 아버지들의 가슴 아픈 광경을 목격합니다.

©UNHCR 제 동료인 에르노 시몬(Erno Simon, 유엔난민기구 공보담당관)과 바티르 삽비예프(Batyr Sapbyief, 유엔난민기구 루마니아 대표)가 몰도바의 팔랑카(Palanca) 국경에서 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에서 근무한 지난 17년 동안 저는 2013년 말 남수단 폭력사태, 2년 전 에티오피아 위기 상황 등 대규모 긴급구호 상황에서의 유엔난민기구의 대응 역량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상황 대응을 위해 유엔난민기구 긴급구호 대응팀의 일원으로 몰도바에서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매우 체계적인 긴급구호 대비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긴급구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미리 모니터링을 합니다. 때문에 저는 긴급구호 발생 위기에 대한 언론 보도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그 지역에 이동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크라이나에는 상황 발생 전부터 이미 100명이 넘는 유엔난민기구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초 부터는 100여 명의 추가 인원이 우크라이나 주변 지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제가 속한 긴급대응팀도 수십 여 명의 직원을 보강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빠르게 악화하는 난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몰도바 현지에서

©UNHCR 사진 속 저(좌측)와 타마라(우측)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그녀의 집에 수용하게 된 동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심각하고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의 용기와 따뜻한 마음에 큰 위안과 감동을 받습니다. 지난 3월 14일 저는 몰도바의 수도인 키시너우(Chișinău)에서 타마라(Tamara)와 아나톨리(Anatolie) 부부를 만났습니다. 이 부부는 그리 넓지 않은 세 칸짜리 집에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 두 가족, 열한 명을 받아들였습니다. 합산해서 900유로(한화 약 120만 원) 남짓한 월소득이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호해야겠다는 마음 앞에선 무엇도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여유가 별로 없지만, 이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어요.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을 그들과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타마라는 “우리는 여유가 별로 없지만, 이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어요.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을 그들과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이건 저희 가족과 친구들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어려운때일수록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알 수 있죠.”라고 덧붙였습니다.

©UNHCR 저와 타마라, 그리고 타마라의 집에 머물며 환대를 받는 두 난민 가족의 모습입니다

타마라와 아나톨리네에서 머무는 가족들은 그들이 받은 ‘사랑과 관심’에 매우 감격했다고 제게 말해주었습니다. 사실 타마라와 아나톨리가 난민 가족들을 위해 집을 내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 집에 머물면서 더 안정된 삶을 찾게 되어 장기 거처로 이사한 난민 가족들도 있습니다. 피란길에 오르면 참으로 많은 것들이 불확실해지기에 타마라 부부와 같은 사람들의 환대는 난민 가족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다음 행보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난민이 국경을 넘으면 어떻게 되나요?

©UNHCR 몰도바의 팔랑카에 있는 환승 센터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고 있는 팀 동료 에르노(Erno)입니다. 난민 한 그룹이 몰도바에서 더 많은 수용 능력이 있는 루마니아로 이주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난민이 국경을 넘어 새로운 나라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나요?”

제가 가장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이곳 몰도바 국경은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습니다.가장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진정한 연대와 연민의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죠.

몰도바 정부 당국은 국경지대에 환승 센터(transit centre)를 설립했으며, 이곳에서 저희 팀은 몰도바에 새로 도착한 난민들에게 정보, 상담 및 심리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승 센터는 우크라이나로부터 온 사람들이 더 적합하고 장기적인 거처를 찾아보는 동안 단기간이라도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임시 거처로도 활용됩니다.

 

©UNHCR 구호 물품을 실은 첫 번째 항공기가 3월 2일 몰도바에 착륙한 후 난민들을 따뜻하게 해줄 수천 개의 보온 담요도 팔랑카 국경에 도착했습니다.

저희는 필수 구호품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일, 구호 물품을 실은 항공기가 몰도바에 도착하였고, 여기에 실려 있던 약 8천 개의 담요를 국경으로 미리 수송하여 난민들이 몰도바에 들어왔을 때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며칠 후에는 여섯 대의 트럭이 가족용 텐트, 침대 매트, 태양광 램프, 마스크, 유아 용품과 같은 구호 물품을 싣고 몰도바에 도착했습니다. 이러한 물품을 시기적절하게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한 창고 설치도 저희의 최우선 업무입니다.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더 많은 호송차와 수송기 일정이 잡혔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어떤 도움을 주나요?

©UNHCR 몰도바의 국경에 있는 난민 등록 센터에 난민들을 환영하기 위한 따뜻한 차, 커피, 음식을 마련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국내외에서 저와 유엔난민기구 동료들이 현장을 지키며 일하고 있고, 더 많은 긴급대응 전문가들의 파견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폴란드 국경 지대에서 사람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필요한 것들을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루마니아에서는 24시간 연중무휴 운영하는 전화 상담 서비스를 포함하여, 난민 신청 관련 정보를제공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주변국에서는 긴급 생계비 지원을 통해 난민들이 식량이나 의약품과 같은 필수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분쟁의 한가운데 있는 우크라이나 안에서도 유엔난민기구 직원들은 임시 거처와 식량, 물, 핵심 구호품을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임무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현장을 지킬 것입니다.

 

지금 유엔난민기구와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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