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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언하는 사람이 드물다

박종국에세이/시사만평펌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2. 7. 2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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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언하는 사람이  드물다



이하응은 조선왕조 제26대 고종의 아버지다. 아들 명복이 12세에 고종으로 즉위하자 대원군에 봉해지고, 어린 고종을 대신해 섭정을 했다.
그런 이하응이 젊었던 시절 이야기다.
몰락한 왕족으로 기생집을 드나들던 어느 날이었다.
술집에서 추태를 부리자 금군별장(종2품 무관) 이장렴이 말렸다.
화가 난 이하응이 소리쳤다.
"그래도 내가 왕족이거늘 일개 군관이 무례하구나!"
그러자 이장렴은 이하응의 뺨을 후려치면서 호통을 쳤다.
"한 나라의 종친이면 체통을 지켜야지. 이렇게 추태를 부리고 외상술이나 마시며 왕실을 더럽혀서야 되겠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뺨을 때렸으니 그리 아시오."

세월이 흘러 이하응이 흥선대원군이 되어 이장렴을 운현궁으로 불렀다. 이장렴은 부름을 받자 죽음을 각오하고 가족에게 유언까지 했다.
이장렴이 방에 들어서자 흥선대원군은 눈을 부릅뜨면서 물었다.
"자네는 이 자리에서도 내 뺨을 때리겠는가?"
이에 이장렴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대감께서 지금도 그때와 같은 못된 술버릇을 가졌다면 이 손을 억제하지 못합니다."

이장렴의 말에 흥선대원군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조만간 그 술집에 다시 가려고 했는데 자네 때문에 안 되겠군."
그리고 자기 무릎을 탁 치면서 말했다.
"내가 오늘 좋은 인재를 하나 얻었다."
흥선대원군은 이장렴을 극진히 대접하고 그가 돌아갈 때는 친히 문밖까지 나와 배웅했다. 그리고 하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금위대장 나가시니 앞을 물리고, 중문으로 모시도록 하여라."

직언은 정신을 번쩍 들게하는 송곳과 같은 말이다.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에 이롭고,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다.

항우와 천하 쟁패전을 벌이던 유방은 함양에 먼저 입성한다. 화려한 궁전과 진귀한 보물들,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에 취한 유방은 그곳에 머물기를 원했다. 
그때 신하 전쾌가 충언을 올렸다.
"주군께서 화려한 궁전에 취해 이곳에 머무른다면 그동안 피땀 흘려 이룩한 공로가 수포가 됩니다. 
천하 대권을 포기하실 셈입니까?"
하지만 유방은 전쾌의 말이 탐탁지 않았다. 치열한 전쟁에 지친 몸과 마음이 안락함과 화려함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다. 
그러자 책사 장량이 다시 이야기했다.
"원래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에는 이롭고,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로운 법입니다. 부디전쾌의 진언을 따르기를 바랍니다.”
장량의 이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린 유방은 미련을 떨치고 궁에서 벗어났다.

우리는 이 고사에서 지도자와 그를 모시는 부하의 자세, 두 가지 모두에 대한 좋은 가르침을 얻는다. 먼저 지도자라면 설사 내키지 않은 
일이라고 해도 간언을 받아들여야한다. 물론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고 해도 자기 뜻에 반하는 충언은 귀에 거슬리기 마련이다. 
설사 그 말이 옳다고 생각되어도, 자기 뜻을 그 자리에서 굽히기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부하의 충언을 받아들여야 자신은 물론, 이끄는 조직도 살아남게 된다. 

서경에는 이를 일러 "나무는 먹줄을 따르면 반듯해지고, 군주는 간하는 말을 들어야 성군이 된다"고 했다.
만약 유방이 계속 그곳에 머물렸다면 압도적인 병력을 가진 항우에게 패망했을 테고, 역사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을 거다. 
유방은 부하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습관을 가졌기에 역발상의 기개를 자랑하는 항우를 이겼다. 유방과 항우의 성패를 가른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부하의 쓴소리에 귀를 기울였는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지도자에게 직언하고, 충언하는 정부관료가 몇이나 될까?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박종국 #직언_충언_고언_참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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