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조화와 노동

세상사는얘기/소요유소요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2. 11. 19. 09:52

본문

728x90

조화와 뇌동

박 종 국

요즘은 거의다 아파트에서 생활한다. 그래서 문 닫으면 남이 되는 세상다. 예전에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고갔던 애틋함이 사라졌다.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와 빌라, 더 수월찮게 만난다싶지만,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이 없다. 그나마 매월 반상회를 갖는 아파트단지는 서로 얼굴을 터놓고 지낸다. 그렇지만 나는 아파트가 '양계장 케이지'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침 출근하다말고 선바람에 뉴스를 들었다. 그런데, 그참 불만을 토로하는 방법도 가지가지였다. 이야기인즉슨 어느 30대 백수, 자신은 직장도 없고 돈도 없는데, 또래 여성이 좋은 옷 입고, 좋은 차 탄다고 괜히 주먹을 휘두르고, 차를 파손하여 구속되었다고 한다. 경찰에서 정신감정 결과 말짱하더란다. 욱하는 심사를 잘못 다스려서 그랬겠지만, 정말 이건 아니다.

잘 사는 기준이 무언가. 그냥 돈 많고, 삐까번쩍한 차를 몬다고 부자인가. 그렇다고 가자미 눈을 뜨고 볼쌍사나운 짓거리를 한단 말인가. 소인배도 하등의 소인배다.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면 떳떳하지 못하다. 그렇지만 정당한 노력에 의해서 마땅한 부를 쌓았다면 존경을 받아야하고, 그 풍요를 충분하게 향유할 권리도 주어져야 한다. 그래서 건강한 노동은 신선하다. 남의 출세를 시기하는 건 소인배의 전형이다.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니라.」《論語》, <子路篇> 13-23.

군자는 조화는 하지만, 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뇌동은 하지만 조화는 하지 않는다. 이는 군자와 소인, 즉 된 사람과 덜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군자는 재덕을 겸비한 바람직한 인간이요, 부단한 인격수양으로 지혜와 덕성을 아울러 갖춘 훌륭한 사람이다. 그러나 소인은 재덕이 부족한 사람이요, 도량이 좁고 품성이 저열한 사람을 말한다. 남을 이해하거나 배려하는 마음이 얕고, 시기질투가 능사다.

중국 혁명의 지도자 손문은 그의 명저 《삼민주의》에서 지각을 기준으로 인간을 세 부류로 나누었는데, 첫째 선지선각자(先知先覺者). 먼저 알고 먼저 깨달은 사람이요, 둘째 후지후각자(後知後覺者). 나중에 알고 나중에 깨달은 사람이며, 셋째 부지불각자(不知不覺者).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한 사람이다. 철인 소크라테스도 ‘너 자신을 알라’라고 하였듯이 사람은 모름지기 자기 자신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자기 잘잘못을 가릴 줄 알아야하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판단력을 가져야한다. 그래야 올바른 삶을 향유할 자격을 갖는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를 떠나서 살 수 없다. 그런데도 지금 세상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서로 헐뜯고, 얼굴을 붉히며 왕왕거린다. 때문에 신뢰가 무너지고, 불신의 벽이 높아졌다. 적대관계로 증오만 쌓였다. 세상에 서로 불신하는 일 만큼 나쁜 처사는 없다. 서로 믿지 못하면 불행해진다. 믿음은 인간 존립의 기본이다.

세상에 똑같은 물상은 단 하나도 없다. 온갖 풀꽃이 시새워 핀 꽃밭을 들여다보아도 하나같이 제 빛깔을 자랑하고, 제 모양을 드러내며, 제 향기로 아름답다. 시냇가의 조약돌도 제각기 모양이 다르고, 빛깔이 다르다. 사람도 저마다 제 목소리를 낸다. 다 다른 개성과 인격을 가졌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 모두 다양하기에 그렇게 신실한 삶을 산다.

양보와 베풂의 미덕은 아름답다. 그렇듯이 우리 사회는 외고집으로 살기보다 균형과 견제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조화를 이룰 때 바람직한 모습이 된다. 세상에 서로 배려하는 일만큼 아름다운 게 없고, 조화만큼 아름다운 게 또 없다.

음악회에 가면 아름다운 음률에 심취하는 만큼 조화의 아름다운을 만끽한다. 저마다 다른 수십 개의 악기가 각각 제 소리를 낸다. 그렇지만 어느 하나도 불협화음으로 귀찮게 들리지 않는다. 다른 악기를 방해하지 않고 모두 한데 어울려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놀라운 음률을 만들어 낸다. 남녀성부가 각기 다른 화음으로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합창도 마찬가지다.

남을 의식하거나 경쟁하는 시시껄렁힌 삶에서 벗어나야겠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기보다는 오히려 격려해 주는 너른 그릇을 가져야 한다. 남이 나보다 낫다고 해서 시기질투하려드는 하찮은 마음보다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떳떳한 마음이 먼저다.

소인배의 삶을 원하지 않는다면 자기 주변의 훑어볼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풋바둑을 두어도  소인배는 자기 돌로 만든다. 현재 그가 하는 짓은 자충수가 따로 없다. 무리수를 두어 패색이 짙어도 돌을 못던진다. 맞바둑도 아닌 접바둑을 두면서도  바둑판 법식도 모르는 보리바둑을 두느라 사석만 만든다. 만신창이다.

|박종국_에세이칼럼니스트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