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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이 많다

박종국에세이/행자 이야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7. 2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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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이 많다

박종국

오늘아침 산책길에 버려진 개를 만났다. 다섯마리가 함께 다녔다. 부풀한 털복숭이 개, 빼빼말라 앙상하게 뼈가 다 드러났다. 눈이 켕했다. 그들을 우리집 행자랑 비교했을 때 너무 애처로웠다. 저들도 한때는 좋은 가정에 입양되어 행복했을 텐데. 이렇게 처참한 운명을 맞을 줄이야.

버려진 개의 눈빛은 불안하다. 한데서 생활한다는 그 자체가 불편하다. 이곳 저곳 기웃대보지만 어디에도 유기견이 편히 쉴 곳은 없다. 그래서 그들이 무엇을 잘못했을까?아무리 생각해봐도 그저 보호자를 맹목적으로 따르고, 꼬리를 흔들어댄 게 전부다.

그래도 그들은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사람 주변을 배회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맞이할 운명이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대다수 유기견이 그러하듯이 병에 걸려죽거나 차에 치여 로드킬 당한다. 혹은 개장수에게 잡혀 가거나, 다행히 유기견보호소에 가지만, 그것도 잠시 일주일 동안 새로운 보호자를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 당한다. 유기견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8만 9천 732마리였던 유기견이 2020년에는 13만여 마리로 늘었다. 이는 그만큼 함부로 버려지는 개가 많다는 반증이다. 또 하루에도 수백마리 개가 구조되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전국의 유기동물 보호소가 포화상태가 된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그나마 일부 반려인이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경향이어서 다행이다).

현재 우리나라 반려견은 1천만 5백만 시대가 되었다. 이같은 수치는 대략 가구수가 2천만이라고 할 때, 국민 세 명 중 한 명이 반려견이나 반려모를 키운다는 수치다. 근데 반려인이 되는 게 쉽지 않다. 개를 기르는 데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적어도 일주일에 3~4회는 산책을 시켜줘야 하고, 목욕도 필요하다. 그뿐이랴. 먹이와 간식도 챙겨줘야 하며, 배변을 물론 병원에도 데려가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반려견이나 반려모가 놀라우리만큼 싸다. 그러니 쉽게 개를 사고, 개가 걷추장스러울 때 미련없이 버린다. 예를들어 30만원을 주고 개를 샀는데, 병원비가 150만원이라면 치료비를 대는 게 손해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많을게다.

또한 커다란 문제는, 일반인의 접근을 철저하게 막는 반려견 번식장의 폐쇄성이다. 번식장의 개들은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끝없이 새끼만을 낳다가 죽어간다. 만약 이러한 환경을 눈 뜨고 본다면 반러견을 키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펫숍에서 보는 귀여운 강아지는 대부분 이런 환경에서 태어난 강아지다. 그러나 애초부터 건강상 문제를 가지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보호자를 잘 만난 반려견은 한껏 사랑을 받으며 반듯하게 자란다.

원칙적으로 개는 '사지도 말고, 팔지도 말고, 버리지도 말아야한다' 그러면 유기견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려동물을 충동구매하면 십중팔구는 유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한다. 사회심리학자 멜라니 조이는 육식주의를 해부하는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물론, 돼지와 소의 상황을 보여주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질문이지만, 개의 처지에서 생각하면 어딘가 부족하다.

사실 가려진 곳에서 개도 인간의 왜곡되고 일방적인 사랑에 깔리고 짓눌려 죽는 일이 다반사이다. 사고팔리다 운이 나쁘면 버려지고, 학대당하고, 죽는다. 그것이 지금 이 세상 개의 운명이다. 개를 고통스럽게 하기는 식용산업이나 반려산업이나 매한가지다. 외국에서는 개 식용 반대운동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곧바로 퍼피밀(강아지 공장)과 펫숍 철폐를 위한 운동에 집중한다. 그러나 매년 100만 마리의 개가 도살당해 먹히는 한국에서는 어림도 없는 얘기다.

흔히 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에 따른 반려동물 애호가 결국은 그 배경으로 인하여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수요를 떠받치고, 부추기며 눈덩이처럼 불어난 게 개와 고양이를 물건처럼 상품화시켜 대량생산(?) 판매온 게 반려산업이다. 그 때문에 반려동물시장은 동물을 쉽게 사고파는 그릇된 문화를 만들었고, 이는 결국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동물학대와 유기 문제로 이어졌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매년 46만 마리의 개와 23만 마리의 고양이가 번식용으로 판매된다고 추정했다. 게다가 매년 10만 마리가 넘는 동물이 벼려져서 난리다. 더욱이 해마다 70만 마리의 동물이 새로 태어난다니, 그렇다면 유기동물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개와 고양이는 과연 제대로 보호받는 걸까?항복한 삶을 사는 걸까?

안타깝게도 펫숍의 유리장 안에서, 소셜미디어(SNS) 계정에서 수천 수만의 하트를 받는 개의 사진 이면에는 동물이 학대받고, 착취당하는 현장이 늘 가려진다. 부탁하건대 이제부터라도 동물에게 더는 고퉁을 주지 않아야 한다. 반려동물이 처한 현실을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더는 반려동물을 사지도 말고, 팔지도, 버리지도 않기 바란다. 번식장, 경매장, 펫숍으로 이어지는 나쁜 생산과 판매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게 반려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획기적인 해결책이다. 또한 그것이 우리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함께 사는 동물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예의다.

우리집 강아지 행자는 태어난지 4개월만에 보호자가 못키우겠다고 유기하기 일보직전에 품어온(데려온) 사랑이다. 그래서 더욱 애틋하다.

|박종국 다원장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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