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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으면 남도 싫다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4. 4. 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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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으면 남도 싫다

박 종 국

연초록의 풀 나무 이파리가 한층 푸름을 더해 간다. 겨우내 매서운 칼바람을 이겨낸 여러 풀꽃이 어우러진 자태가 여간 미덥지 않다. 지난 두어 달 동안 ㅡ 자잘하게 이야기가 많아졌다. 건강한 웃음과 더불어 했음에 감사하다. 사월의 환희도 미련없이 보낸다.

세상에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이 산다. 생각도, 행동도, 먹고, 노는 일, 취미생활에 이르기까지 다 다르다. 어쨌거나 우리 사는 세상에 마음을 바로 쓰는 사람이 많다는 게 다행스럽다.

자신을 내세워 자랑하기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쉽게 맡긴다. 그게 못난 사람이 주저하지 행는 삿된 마음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경우가 달라진다. 내가 싫은 일은 남도 싫어한다. 모름지기 남을 대하는 바른 자세는,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맡기지 않아야 한다.

누구나 쉽고 편안한 일을 좋아하고, 어려운 일을 꺼린다. 자기 앞에 한 자루의 칼이 놓였다면 어디를 잡겠는가. 정신을 똑바로 가진 사람이라면 손잡이를 잡는다. 누구나 거짓 말을 하기보다는 진실하게 말하는 걸 원한다. 친구를 배신하기보다는 믿음을 당연하듯이, 불필요한 언동은 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불행보다는 행복을, 미움보다는 사랑하는 편에서는 걸 좋아하며, 도와주는 편에 선다. 그게 마땅한 인간의 도리다.

더불어 사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불행스런 그 반대쪽의 일에는 고집하지 않는다. 세상을 살아 나가는 지혜란 뭘까?진정 착한 사람이 피해를 보지 않는 올바른 세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그 무엇에도 비굴하지 않는 당당한 힘을 지녀야 한다. 착한 사람이 힘을 지녔을 때만 나쁜 무리를 물리치고, 부정하고, 불의한 사람을 고발하고, 처벌한다. 그럴 때만이 연약한 사람도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 선다.

대부분의 사람은 지나친 욕심을 갖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악한 사람은 자기의 욕망을 쟁취하기 위해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덮어놓고 착한 사람의 편을 들어도 문제다. 그보다 사악한 상대에게 당하기만 할 게 아니라, 다시는 속지 않을 대책을 찾도록 깨우쳐 주어야 한다. 착한 사람이 안타깝게 당하기만 하는 애꿎은 일이 더는 생겨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게 세상을 올바르게 사는 이치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겪고 보니 우리 사는 세상이 너무 무책임하다. 그렇게 엄청난 참사를 저질러 놓고도 누구하나 선뜻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이 네 탓만 난무하고, 모두가 발뺌하기에 급급하다. 더구나 주무부서도 사태 파악하느라 오락가락한 탓에 정작 생존자를 구출할 초기 구조의 골드타임을 놓쳐 버렸다는 의뭉한 이야기에 그만 힘이 쭉 빠진다.

그동안 대형사건사고가 빚어질 때마다 우리의 재난대응시스 템은 지리멸렬한 처신 탓에 도마에 올랐고, 국민에 의해 따끔한 질책을 받고, 국가적 차원에서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모든 재난은 구태의연한 전철을 되풀이한 인재였다. 이제 국가가 개인을 삶을 보호해 준다는 믿음을 깡그리 접어야 한다. 실로 통탄스러운 일이다.

믿음은 거저 얻어지는 주사(酒辭)가 아니다.

|박종국_문화행동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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