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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측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고학력·고소득층 자녀들의 서울대 입학률은 매우 높은데 이는 사교육을 통해 입시제도에 재빨리 적응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저소득층의 일류대 입학가능성을 높이고자 마련했던 고교평준화 제도와 쉬운 문제 위주의 입시제도는 오히려 사회계층의 고착화를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이를 보도하는 기성 언론의 보도태도는 언론사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고소득층 자녀 서울대 입학률 16배'(KBS 뉴스 9) '돈많은 집 자녀들이 서울대 많이 간다'(조선) '평준화가 학력 세습 불러'(중앙) '평준화 정책-쉬운 출제경향이 부유층자녀 서울대 진학 늘려'(동아)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고학력·고소득층의 학력 세습 문제가 심각하며, 그 주범은 바로 고교평준화와 쉬운 입시제도 탓"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지적처럼 서울대가 ‘고학력·고소득층의 학력세습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현상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조선일보>의 지적처럼 “우리 사회에서 거의 유일한 신분상승 수단으로 여겨졌던 일류대 진학마저 지방 저소득층 가정에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가 점차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째서 주요 언론들은 이러한 학력세습의 원인으로 한결같이 고교평준화와 쉬운 문제 위주의 입시제도만을 공격하고 있는 것일까. 과연 이들을 주장처럼 고교평준화를 폐지하고 어려운 문제 위주의 입시제도를 도입하면 저학력·저소득층의 서울대 입학 비율이 높아지고 소득계층의 불평등한 세습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서울대 프리미엄에 침묵하는 언론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번 조사를 함께 담당했던 이창용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KBS와의 인터뷰에서 “줄넘기를 통해서 서울대학생을 뽑는다 그러면 첫 해에는 체력이 좋은 사람이 득을 볼지 모르지만 두 번째부터는 줄넘기 훈련을 시켜서라도 집어넣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줄넘기로 뽑든, 본고사로 뽑든 자신의 자녀를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서는 어떤 입시제도라도 상관없이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여 적응해 나가고 있는 고소득·고학력층의 세태를 지적한 것일 텐데, 각 언론사들은 그러한 세태의 원인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 듯 한 마디의 언급도 없다. 오로지 고교평준화와 쉬운 입시제도를 고학력·고소득층의 학력세습을 강화시키는 주범으로 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 논리가 이해되지 않는다. 어떤 교육제도나 입시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고학력·고소득층은 사교육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학력 세습을 고착화시킨다는 주장과 고교평준화라는 교육제도와 쉬운 문제 입시제도가 고학력·고소득층의 학력세습의 주범이라는 주장이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차라리 고학력·고소득층이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여 자녀를 서울대에 입학시키려 애를 쓰는 이유는 서울대 출신이 갖는 사회적 프리미엄 때문이라고 솔직히 말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반 인권적인 '사회신분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고교평준화 철폐가 아니라 그 어떤 입시·교육제도라도 소용없음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우리의 언론들은 이상할 정도로 그러한 서울대 프리미엄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우리 사회의 어떤 집단보다도 서울대 출신 비율이 유독 높은 한국 주류 언론계의 무서운 카르텔 때문은 아닐까. 천재는 서울대로 범재는 다른 대학으로? 그 좋은 예로 각 언론이 거의 그대로 옮긴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의 보도자료 일부를 살펴보자. 연구진은 자신들의 해석이 주관적임을 전제로 다름과 같이 고교평준화와 쉬운 시험문제 위주의 입시제도를 비판하고 있다. “평준화로 인해 학교에서 우수학생만을 차별적으로 교육할 수 없게 되어 사교육을 받지 못한 저소득층 학생의 일류대 진학은 더욱 어렵게 되었다. 또한 쉬운 시험문제를 강조하다보니 학생들의 지능보다는 반복학습이 더욱 효과적이게 되었다. 과외는 범재를 천재로 만들 수는 없지만, 범재들이 계산 실수를 하지 않도록 훈련시키는 데는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쉬운 입시 문제는 저소득층에 유리하기보다 재수생과 사교육으로 무장한 부유층 학생들에게 유리한 제도임을 본 연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분석이지만 이러한 주장의 밑바탕에는 '서울대는 다르다'는 특권의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현행 입시제도는 '탁월한 천재'가 아닌 '사교육으로 무장한 범재'가 서울대와 일류대 입학이 유리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그동안 서울대가 얼마나 견고한 자기우월에 싸여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자. 만약 지방 대학의 한 연구소에서 위와 동일하게 “연구결과 현행 입시제도는 탁월한 천재보다는 부모 덕을 본 범재가 우리 대학에 입학하기 유리한 제도이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과연 소위 서울 일류대 교수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가만히 앉아 전국 상위 성적 몇% 안에 드는 학생들을 독식하면서도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평범한 범재는 다른 대학에 가고 탁월한 천재가 서울대와 일류대에 와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거리낌 없이 펼치는 서울대 교수들의 선민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타 대학과의 공정한 경쟁 운운하면서도 막대한 국비와 인재 독식에 대해서는 문제조차 느끼지 않는 서울대의 오만함과 이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받아 적는 언론 보도를 보며, 아마 못 배우고 못 가진 부모들의 가슴에는 시커먼 멍이 들었을 테고 탁월한 천재도, 부모 덕 본 범재도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은 열패감만 키웠을 것이다. 물론 고교평준화의 존폐와 입시제도의 변경 문제는 다양한 사회적 논의 과정을 통해 일정한 합의를 도출해야할 공적 담론의 영역에 속한 문제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 가지 규칙은 있다. 이번의 경우처럼 마치 ‘서울대의 이익’이 ‘대한민국 전체의 이익’인 것 마냥 문제의 본질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유층의 학력 세습은 문제다. 연구보고서에서도 확인됐듯이 사회계층의 고착화 문제는 입시제도나 교육제도의 변화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그 근본적인 이유로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우리 사회의 반인권적인 차별 구조를 지적할 수 있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의 주장과 주요 언론의 보도처럼 고교평준화가 철폐 된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많은 수의 지방·저소득층의 자녀가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처럼 고학력·고소득층은 또 새롭게 적응해 나갈 것이다. 행여 그들의 주장대로 지방·저소득층의 서울대 입학이 1%의 혜택이 2%로 두 배 늘어났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98%의 불평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어려운 문제 위주의 입시 제도가 부모 덕을 본 범재보다 탁월한 천재를 조금 더 많이 서울대에 입학시킬지 모른다. 그렇다면 솔직하게 서울대의 이익이라고 주장하라. 탁월한 천재가 다른 대학보다는 서울대에 있어야 한다는 오만함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인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수많은 혜택을 받으면서 특혜가 적다고 징징거리는 것은 아닌지. 옆집은 쌀밥 먹는데 잡곡밥 먹는다고 투정부릴 때 동생들은 손가락 빨며 배곯고 있다는 사실을 서울대는 정녕 모른단 말인가. | ||||||||||||||||||||||||||||||||||||||||
2004/01/26 오후 7:38 ⓒ 2004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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