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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물결 속에서 정보 격차는 새로운 사회적 불평등과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연령별·소득별·지역별 정보 격차는 쉽게 줄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보통신(IT)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정보 격차 해소에 이바지해야 할 책임과 과제가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국·내외 정보 격차의 실상과 해결 방안 등에 대한 기획 연재기사를 게재합니다. 첫 번째로 장애인들이 겪는 정보 격차에 대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
오후 2시 정보화 교육시간. 요즘 배우고 있는 것은 사진을 보정하는 포토샵 프로그램이다. 움직이지 않는 왼팔은 가슴에 붙이고 키보드를 무릎 위에 놓고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다룬다.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손가락 때문에 가끔 엉뚱한 키를 누르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주위의 도움을 받지 않고 강사의 설명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한다. 집에 돌아가서도 주간보호센터에서 배운 것을 연습한다. "장애인용 마우스가 있으면 좀더 쉽게 따라할 수 있을텐데 힘드네요. 정부에서 보조를 해주기는 하지만 구입해서 사용하기엔 부담스런 가격입니다. 실제 장애인용 마우스 하나에 30만원 정도 합니다." 모니터와 키보드를 번갈아 쳐다보며 흑백사진의 일부분을 컬러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자꾸 커서가 엉뚱한 곳으로 간다. 비장애인이 마우스를 이용해도 몇 번의 손길이 가야하는 세밀한 작업을 화살표키를 이용해서 하려니 당연히 진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한 대형마트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조사해 사진과 도표를 넣어 만든 2장 짜리 보고서를 보여준다. 비장애인이면 30분이면 끝날 작업이지만 손가락 하나로 키보드를 눌러 보고서를 만든 시간은 꼬박 이틀이 걸렸다. 컴퓨터로 단지 문서 작업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으로 장애인 모임과 아파트 주민회 사이트에서도 활동한다.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다른 회원들의 글을 보는 것이 즐겁다. 주간보호센터에 나가지 않는 경우 인터넷이 유일한 친구다. 한손가락만으로 키보드를 누르는 일은 힘들지만 뉴스를 보기도 하고 장애인을 위한 정보도 검색하고 글감도 찾는다. 이제 그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장애인용 마우스 없어 화살표키 누르며 포토샵 배워 오른쪽 손목아래가 절단된 이종규(49)씨가 장애인 복지관에 있는 유일한 장애인용 마우스를 이용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컴퓨터를 배운지 6개월째인 그는 요즘 컴퓨터를 사용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컴퓨터를 구입할 형편이 되질 않아 고민이 많았지만 장애인 복지관과 시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 컴퓨터 기증 사업의 혜택을 받아 컴퓨터를 설치하고 인터넷도 연결했다.
컴퓨터를 배울 수 있을까 처음엔 자신도 의문스러웠지만 인터넷 검색과 뉴스를 보는 것은 그에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집에 있을 때 TV만 봤지만 컴퓨터를 배운 이후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즐기게 된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답답한 마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거의 바깥 출입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에게 컴퓨터는 이제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 하지만 그도 황철주씨처럼 비장애인이 사용하는 키보드나 마우스가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왼쪽팔은 전혀 사용할 수 없고, 오른 팔도 손목아래가 절단된 상태기 때문에 키보드를 누르거나 마우스를 이용하는 것이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장애인용 키보드와 마우스를 구입하고 싶지만 마음 뿐이다. 비싼 가격 때문에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불편한 몸을 키보드와 마우스에 맞출 수밖에 없다. 인터넷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갑갑한 마음 사라져 장애인용 마우스 하나에 30만원, 한손으로만 사용가능한 키보드의 경우 70만원을 호가한다. 컴퓨터와 관련된 장애인용 장비의 경우 비장애인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비싸다. 시장 자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대부분의 장비를 외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없다. 휠체어나 의족 등 보장구를 구입할 경우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한다. 하지만 컴퓨터 용품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하 정보문화진흥원)에서 80%까지 보조를 해주지만 품목이 한정되어 있고 대상자와 기간도 한정되어 있다. 오로지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황씨의 경우 개인적으로 마우스를 구입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정보문화진흥원에서 2004년부터 장애인용 컴퓨터 용품에 대해 지원을 해주고 있긴 하지만 품목이 한정되어 있어 많은 분들이 혜택을 보기 힘듭니다. 대부분 장애인용 컴퓨터 용품을 수입하고 있고 시장 자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어 안타깝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국내 업체에서 개발에 앞장서야 하는데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입니다." 장애인용 컴퓨터 용품을 판매하는 에이블몰(www.ablemall.co.kr) 이경미 상무는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것은 시장 특성상 힘들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용 컴퓨터 용품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외국제품을 대체하기 위해선 국내 업체에서 제품 개발이 이뤄져야 하지만 정부의 지원없이 이윤이 나질 않는 사업에 선뜻 뛰어들 업체는 없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컴퓨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화면을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이 꼭 필요합니다. 실로암 시각장애 복지관에서 개발한 무료 프로그램이 있지만, 상용 프로그램의 기능이 조금 더 낫습니다. 가격(약 40만원)이 비싸다 보니 구입하기가 쉽지 않죠." 현재 서울 체신청이 실시하고 있는 장애인 방문 컴퓨터 교육 강사로 일하고 있는 신경호(38)씨는 정보통신부에서 1년에 한번 보급사업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기간이 짧고 신청한 모든 시각장애인이 혜택을 볼 수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휠체어 등 보장구를 구입할 때처럼 컴퓨터 용품에 대해서도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보험적용이 가능하도록 바뀌어야 장애인들의 컴퓨터 활용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것이 당장 힘들다면 각종 한시적인 지원사업을 상시적 바꾸고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이 외부와의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외부와 '소통'하고 있는 진정 장애인을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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