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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들, '학교폐쇄' 으름장, 이번이 네번째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2. 2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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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들 '학교 폐쇄' 으름장, 이번이 네 번째
95·98·04·05년에도 엄포
텍스트만보기   윤근혁(bulgom) 기자   
▲ 올해 12월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연 사학재단의 집회 모습.
ⓒ 윤근혁
교육학에서 학교교육의 4주체라고 일컫는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당국'에 한 번이라도 물어나 보기는 한 것일까. 사학재단의 학교폐쇄 으름장을 놓고 드는 의문이다.

2005년 연말, 사학재단의 초강수에 거리로 내몰릴지도 모를 학생과 이들을 자녀로 둔 학부모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고 있다.

학교폐쇄는 장난이 아니다. 220만 명에 이르는 사립 초중고 학생들의 운명까지도 뒤바꿀 수 있는 핵폭탄 급이기에 장난을 쳐서도 안 된다. 교육을 책임진 교장이나 사학재단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학재단은 자신들의 의견과 다를 경우 95년부터 학교폐쇄를 수시로 들먹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폐쇄 제1막 1장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95년에 이미 시작됐다. 그것도 스승의 날과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이었다.

몇몇 사립학교들이 다른 것도 아닌 상속법 규정에 따른 증여세를 못 내겠다고 버티면서 첫 포문을 열었다.

다음은 95년 5월 25일 <조선일보> 37면에 나온 기사다.

"세무당국이 증여세를 요구하자 사립학교들은 '낼 돈이 없다'면서 '만약 국세체납으로 압류를 한다면 학교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만 해도 학교 폐쇄 엄포는 개별 사학의 볼멘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사학법인협의회 차원의 집단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은 3년 뒤인 98년이다. 교원노조 허용과 학교운영위원회 설치가 사학 말살 정책이란 이유였다. 다음은 98년 12월 5일 <한국일보> 보도 내용이다.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 소속 법인이사장 1천명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교원노조 허용 등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을 전면 철회토록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교원노조와 복수교원단체 허용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설치 의무화 등에 반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정부가 이 같은 요구를 외면할 경우 사립 중·고교의 문을 일제히 닫겠다'고 말했다."

교원노조가 99년 7월 합법화되었지만 아직 이 일 때문에 학교 문을 닫았다는 조사보고는 없다. 다음 해인 2000년 사립학교에서도 학교운영위가 의무화됐지만 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색다른 점은 오히려 교육부가 학교 폐쇄 엄포를 사학재단에 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한겨레> 2000년 3월 4일치 보도내용이다.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는 '최근 열린 긴급이사회에서 학운위 설치를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학협의회도 법 시행령의 위법성을 따지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법적으로 4월말까지 학운위를 설치하지 않는 사립학교에 대해선 폐교명령까지 단계적 조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교운영위 설치에 대해서도 사학재단은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사학운영권 침해가 그 이유다. 현재 이 학교운영위원회는 전국 국공립학교는 물론 사립학교에서도 별 탈 없이 운용되고 있다.

'학교폐쇄론'이란 칼은 역시 사학법 개정을 놓고 번번이 휘둘러졌다. 2004년 11월 사학법인연합회는 "전국 사립중·고교 1603개교의 80% 이상이 재단 이사회를 열어 사립학교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자진 폐교하겠다고 결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믿을만한 수치는 못 된다는 지적이다. 김행수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상당수의 사학재단이 이사들의 도장을 행정실이 맡아 이사회도 열지 않고 도장만 찍는 요식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령이사회'가 빈번하니 학교폐쇄를 결정한 이사회도 '무늬만' 이사회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올해 12월 20일 이번엔 사립학교 교장단체까지 나서서 학교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대한사립중고교교장회는 이날 긴급이사회를 연 뒤, 내년 2월로 예정된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차라리 말만하지 말고 제발 학교 문을 닫아라. 법에 따라 교육당국이 국공립화 해버리면 지금보다는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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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2005-12-22 19:51
ⓒ 2005 OhmyNews

 

 

조중동도 한때 "족벌재단 사유화 반대!"
[분석] 사학법 보도, 1990년과 2005년 '정반대 얼굴'
텍스트만보기   윤근혁(bulgom) 기자   
예전에도 <조선> <중앙> <동아>가 '사립학교법 재개정 운동'을 펼친 사실을 아시는가.

그런데 이 당시 이른바 족벌신문 삼총사의 재개정 운동 방향은 지금과 '정반대 얼굴'이었다. 이들은 1990년 사학법이 개정되자 입을 맞춰 다음과 같은 깜짝 놀랄만한 구호를 외쳤다.

▲ 재단이사장 친인척의 총장 취임 허용을 중단하라(<조선> 사설 90년 4월 21일치)
▲ 재단에 준 대학교수 임면권을 총학장에게 다시 위임하라(<조선> 사설 90년 4월 21일치)
▲ 사학의 사유화와 족벌화 법안 문제 있다.(<동아> 사설 90년 3월 24일)
▲ 기여도는 없으면서 족벌경영 일삼는 재단이사회에 힘을 몰아주지 말라.(<중앙> 사설 90년 3월 22일)


▲ 1990년 3월 21일치 <동아일보> 1면 기사. 이사장 가족 총장취임 허용과 친척 이사 취임 확대 등을 재단에서 악용할 우려가 크다고 보도했다.
ⓒ 동아PDF
조중동 "90년 개정 사학법은 재단 힘 몰아주는 악법"

90년 3월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이 사립학교법을 '날치기 통과' 시켰다. 80년에 제정된 사학법을 사학재단에 유리하게 손을 본 내용이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사장 친인척을 대학 총학장으로 임명할 수 없도록 했던 조항을 폐지했다. 총학장이 갖도록 했던 교수임면권을 재단 이사장에게 넘겼다. 재단이사회 구성에서도 이사 상호간에 친인척 제한 비율을 1/3에서 2/5로 완화했다. 학교장 임명에 대한 감독청 승인도 없앴다.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을 임대할 때도 교육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도록 했다.

이때엔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조중동'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기여도는 없으면서 족벌경영을 일삼는 재단이사회에 힘을 몰아주는 대표적인 악법'이라는 게 이들 신문의 논조였다.

▲ 1990년 3월 22일치 <조선일보> 19면 기사. 재단 입김이 세졌기 때문에 개악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 조선PDF
90년 사학법을 이른바 '사악법'으로 규정한 '조중동'의 사설을 살펴보자.

"임시국회 마지막 날 전격 개정된 것으로 보도된 사립학교법은 적잖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10년 전에 그런 규제가 왜 등장했는지를 감안할 때, 개정에 앞서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아빠는 총장, 엄마는 이사장, 아들은 처장' 하는 식의 가족중심 운영체제에서 비롯되는 불합리와 비리를 제거하고자 그런 규제조항을 신설했던 것이다.

…학교법인의 권한을 대폭 강화시켜 놓았으니, 옛날의 악몽을 되살리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번 개정에서는 학교 법인의 기본재산을 문교부의 허가 없이 임의로 임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교수를 수시로 재임명할 수 있는 길도 터놓았다고 한다. 이들 조항 역시 재고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90년 3월 23일 <조선> 사설)


이 신문은 같은 날 데스크칼럼인 '만물상'에서도 "아무리 뜯어봐도 개정법은 하나에서 열까지 재단편이지 대학 편은 아니다. 이제부턴 설립자 가족이 톡톡히 재미 볼 수 있게 됐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 달 뒤에 나온 '사학법 이대론 안 돼'란 제목의 사설에서는 주장이 더 거세진다.

"재단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는 몇몇 독소조항도 섞여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종래 총­학장에게 위임했던 대학교수 및 직원의 임면권을 이사회권한으로 환원시킨 점, 재임용과정을 거쳐 교수를 수시로 재임명하거나 탈락시킬 수 있도록 길을 터놓은 점, 형사사건에 기소된 것만으로도 직위해제를 가능케 한 점 등이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조항들인 듯하다. 재단이사장 친­인척의 총장취임을 허용하고, 또 이사회 참여폭을 확대시킬 수 있도록 한 것도 과거 문제가 됐던 이른바 족벌체제의 부활을 가능케 한 점에서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90년 4월 21일 <조선> 사설)

이날 <조선> 사설은 결론 부분에서 "사립학교법이 개정되기에 앞서 사학들이 관련의원들을 상대로 집중 로비활동을 편 사실까지 밝혀져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정부나 국회는 쓸데없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독소조항을 다시 손질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들의 충고가 15년 뒤인 올해 실현된 셈이다.

80년 사학법으로 재개정 요구한 조중동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이 당시 사설 논조는 조선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가 '족벌사학의 권력 독점'까지 걱정하기도 했다.

"사학의 자율화가 바로 재단의 일방적 강화이고 재단의 강화가 또 친인척 총학장 취임이나 친인척 이사비율의 확대라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공익과 공공성, 그리고 경영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단이나 학교경영을 설립자나 그 친인척들이 독점할 여지가 있는 이번 개정법의 내용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민주화시대의 사립학교법은 정부로부터 재단의 독자성을 보장해야 하지만 교수들의 학사행정 참여의 폭도 넓혀야 하고 학생들의 학내활동의 자율권도 보장되는 법이라야 한다."(90년 3월 24일 <동아> 사설)

"왜 굳이 대학의 자율성보다는 재단의 대학운영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교수회나 교수협의회보다는 재단이 사회에 힘을 몰아주는 쪽으로 기울어졌느냐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학교운영에 대한 기여도는 없으면서도 족벌경영에 의한 전횡이 문제가 된다.

…국회가 재단 쪽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사실은 교수회와 학생회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공청회를 통해 악용의 소지를 척결하는 방향으로 (사학법이) 다시 개정되어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90년 3월 22일 <중앙> 사설)


15년 뒤에 조중동의 요구가 실현됐건만...

▲ <조선일보> 2005년 12월 10일치 A3면 기사. 90년대 보도 태도를 완전히 뒤바꿨다.
ⓒ 조선PDF
이때로부터 15년 뒤인 올해 12월 '개정 사학법'이 탄생했다. '개방형 이사제'만 빼면 대부분 90년 개악된 사학법의 겉옷을 갈아입히고, 80년에 만든 사학법 내용으로 되돌린 것이다. 90년 조중동이 사설에서 주장한 내용이 올해에서야 실현된 것이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조중동은 15년 전의 태도에서 돌변했다. 그들이 찬양해 마지않던 80년 사학법의 내용이 상당 부분 들어가 있는 이번 사학법을 놓고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몰아붙이고 나섰다.

한 술 더 떠 올해 개정된 사학법은 사학재단의 재산권을 침해한 까닭에 위헌요소가 많다고 사학재단의 학교폐쇄를 거들고 나서기까지 한다.

"여당은 새 사학법에 '개방형 이사제' 말고도 여러 독소조항을 끼워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권력이 사학에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당국이 제3자에 사학 운영권을 맡기기 쉽도록 한 것이다."(2005년 12월 15일 <동아> 사설)

"여권이 사유재산 침해와 연좌제 금지 위배 등 위헌소지가 있는 사학법 개정을 강행한 것은 교육내용은 물론이고 학교운영까지 '코드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2005년 12월 13일 <동아> 사설)


한나라당은 일관성은 있는데, 조중동은 왜 그럴까

최소한 민자당의 후신인 한나라당의 올해 장외투쟁을 놓고 보면 일관성만은 지키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자신들이 90년에 만든 사학법을 유지하려는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중동은 다르다. 15년 전 입 밖으로 침이 튀도록 '잘못된 법'이라고 외친 90년 사학법이었다. 이 법을 지키려고 '올인'하는 것은 무척 이상한 일이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사정을 아는 이들은 '헛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게 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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