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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음식은 저마다 고유한 맛이 있다. 맵거나 짜게 먹어야 할 음식이 있는가 하면 부드럽고 싱겁게 먹어야 할 음식이 있고, 달거나 쓰거나 시게 먹어야 할 음식도 있다. 실제 맵게 먹어야 할 음식을 부드럽고 맵지 않게 만든다거나 싱겁게 먹어야 할 음식을 짜게 만든다면 그 음식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맛을 잃게 만들기 십상이다. 그 중 경남 마산이 고향인 아귀찜은 예로부터 매운 맛을 으뜸으로 친다. 그렇다고 무조건 맵기만 한 것이 아니다. 반쯤 말린 아귀를 재료로 쓰는 마산 아귀찜은 혀끝을 톡 쏘는 매콤함 속에 달착지근한 깊은 맛이 숨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반쯤 말린 아귀살의 쫄깃쫄깃한 맛도 그만이다. 근데, 요즈음 들어 새롭게 생겨나는 아귀찜 전문점에 들어가 보면 마산 고유의 매콤한 아귀찜 맛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아귀, 콩나물, 미나리, 미더덕 등 아귀찜에 들어가는 재료는 마산 아귀찜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마산 아귀찜 특유의 매콤한 맛이 많이 사라진 것 같고, 아귀 또한 반쯤 말린 아귀를 쓰는 것이 아니라 부산 아귀찜처럼 생아귀를 쓰는 곳이 많다.
"저희집 아귀찜은 마산 아귀찜처럼 톡 쏘는 매운 맛은 없지만 부드럽고 달착지근한 맛이 특징이지요. 저희집 아귀찜을 먹은 손님들이 '마산 아귀찜은 엄청나게 맵고 뻣뻣하지만 이 집 아귀찜은 부드럽고 감칠맛이 있다고 그래요. 나름대로의 조리 비법이라면 콩나물과 아귀를 삶아 즉석에서 조리를 한다는 것이지요." 지난 달 28일(금) 저녁 7시, 시인 윤재걸, 방남수, 이승철 등과 함께 찾았던 신당동의 아귀찜 전문점 '강릉아구찜'. 이 집 또한 기존의 매콤한 아귀찜 조리법을 접어두고, 요즈음 젊은이들의 입맛에 발맞추어 부드럽고도 달착지근한 아귀찜을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는 집이다. 강원도 주문진이 고향이라는 이 집 주인 임미숙(39)씨는 "강릉에도 어쩌다 아귀가 한 마리씩 올라오긴 하지만 마산처럼 아귀찜을 전문으로 하는 집은 거의 없지요"라고 말한다. 임씨는 "어릴 때부터 아귀찜 조리에 관심이 많았다"라며 "그동안 맵지 않은 아귀찜을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연구했다"고 귀띔한다.
"저희 집은 매운 맛을 줄이기 위해 매운 고춧가루와 일반 고춧가루를 반반씩 섞어서 쓰지요. 아귀찜에 매운 맛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면 그 또한 제 맛을 냈다고 할 수 없겠지요. 하여튼 저희 집 아귀찜을 먹어본 손님들 대부분이 그리 맵지도 않은 것이 적당한 감칠맛을 품고 있다고 그래요." 이 집 아귀찜(대 3만5천원, 소 2만5천원)은 마산 아귀찜과는 달리 그리 맵지 않으면서도 아귀찜 특유의 고유한 맛을 지니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푸짐하게 담긴 콩나물이 아사삭 아사삭 씹히는 맛과 부드러운 생아귀가 혀끝에 살살 녹아내리는 맛이 독특하다. 가끔 콩나물과 함께 씹히는 향긋한 미더덕 맛도 괜찮다. 윤재걸 시인은 "이 집 아귀찜은 마치 고향집 텃밭에서 금방 따낸 풋고추처럼 적당히 매우면서도 달착지근한 맛이 깃들어 있어서 참 좋다"며 "요즈음 한창 나이의 젊은이들은 새파란 청춘답게 톡 쏘는 매운 맛을 좋아할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이 든 사람들의 입맛에는 이 맛이 꼭 들어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철 시인은 "마산 아귀찜처럼 톡 쏘는 맛은 없어도 부드럽고 은은한 맛이 있다"며 "강원도 사람들의 부드러운 성격이나 입맛에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이 걸 안주 삼아 술을 먹으니까 술이 잘 취하지 않는 것 같다, 마산 아귀찜이냐? 강릉아귀찜이냐? 서로 맛내기 경쟁을 한번 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라며 활짝 웃었다. 이 집에 가면 맵지 않은 독특한 맛의 아귀찜 외에도 숙취해소에 좋은 복국(7천원)과 생대구탕(7천원) 등도 맛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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