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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열무김치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7. 5.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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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열무로 김치를 담가먹는 이 맛!
텃밭 열무로 소박한 저녁상을 차리고... 흐뭇한 표정짓는 아내
텍스트만보기   전갑남(jun5417) 기자   
▲ 열무가 한 달만에 이만큼 자랐다.
ⓒ 전갑남

열무가 제철이다. 밑이 들기 전의 여린 무를 열무라 한다. 가을에는 김장 무를 심어 밑이 든 무를 먹지만, 요즘은 열무로 김치를 담가 먹는다. 입맛 잃기 쉬운 여름철 밥반찬으로 열무김치만 한 것이 있을까?

장마철에는 열무 자라는 것이 보일 정도로 자라는 속도가 빠르다. 축축한 땅에 씨를 넣으면 나흘이면 싹이 트고, 한 달이면 뽑아먹을 수 있다. 연한 잎은 쌈을 싸서 먹기도 한다.

열무는 열량이 적고, 섬유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한다. 더욱이 비타민A와 비타민C가 풍부하여 더위에 지친 여름에 식욕을 돋우는 김칫거리로 그만이다. 나는 뜨거운 밥에 열무김치를 얹어 고추장에 비벼먹는 걸 좋아한다. 반찬으로도 좋지만 열무냉면이나 열무국수를 만드는 데 곁들이면 별식이 된다.

이렇게 좋은 열무가 어디 있을까

열무를 가꾸는 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냥 건성으로 가꿔서는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 나는 밑거름으로 잘 썩은 두엄을 깔고 씨를 뿌렸다. 잎 채소를 먹는 작물에 화학비료를 쓰기엔 좀 께름칙하였다.

씨 뿌릴 때도 공을 들였다. 발아율을 높이기 위해 충분히 물을 주고 씨를 넣었다. 싹이 틀 때까지는 땅이 마르지 않도록 차광막을 씌웠다. 나흘만에 조르르 고개를 내민 떡잎이 너무 반가웠다. 땅이 마르지 않도록 물주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한낮보다는 아침저녁으로 적당히 물을 주었다.

씨를 넣은 지 한 달 가까이 되었다. 정성을 들여 가꾼 탓인지 파릇파릇 자란 모양새가 좋다. 농약 한 방울 안 치고 자란 열무이다. 내가 직접 가꿔서 그런지 뽑아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자랐다. 잎이 싱싱하면 병해충에도 잘 견디는 것 같다. 영양과 수분 공급이 그만큼 중요하다.

사람들은 때깔이 좋은 채소를 찾는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모양이 좋으면 상품가치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채소는 때깔이 좋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때깔이 좋게 가꾸려면 병충해 때문에 농약을 치기 마련이다. 잎 채소를 먹는 경우는 잔류 농약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채소는 벌레가 조금 먹더라도 잘 다듬어 먹으면 된다. 비록 상품가치가 떨어져도 건강을 생각한다면 보기 좋은 것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사실, 진딧물 같은 벌레는 소금에 절이고, 여러 차례 깨끗이 헹궈내면 다 떨어지게 된다.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구멍 뚫린 채소라고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 뽑아놓은 열무가 한 광주리 가득이다.
ⓒ 전갑남
맛있는 김치를 담그자!

아내가 상추를 뜯다가 열무 밭을 보더니 가슴이 뿌듯한 표정이다. 풀 뽑는 것은 나 몰라라 하면서도 작물 거두는 일은 앞장서는 아내이다.

“여보, 오늘 김치 담글까?”
“아직 좀 어리잖아?”
“내일 모레 비도 오고, 조금 지나면 벌레가 끼게 돼요. 지금이 가장 맛있을 때야.”
“그럼 조금만 뽑자고.”
“뭘 남겨요. 나중에 또 하려면 힘들어!”
“이 많은 걸?”
“절이면 얼마 안 돼요.”
“이 사람, 욕심은 되게 많네!”

아내는 다른 것 몰라도 김치 욕심이 많은 편이다. 김치냉장고에 김치가 넉넉하게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다고 한다. 다닥다닥 배게 자란 열무를 죄다 뽑았다. 뽑아놓은 양이 큰 대야로 하나 가득하다.

대파를 뽑고 부추도 베었다. 풋고추도 한 줌 땄다. 멀리 가지 않고 텃밭에서 싱싱한 김칫거리를 마련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아내와 나는 꽤 많은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다듬었다. 아무래도 약을 치지 않은 거라 손이 많이 갔다. 열무 잎이 부러질 정도로 연하고, 싱싱하다. 농약을 안 친 것치고는 상품 중의 상품이다. 아내는 모양이 좋지 않은 것은 따로 골라낸다. 데쳐서 된장에 무쳐 먹고, 토장국을 끓일 심산이란다.

몇 번 헹궈낸 것을 소금에 절이고, 다시 깨끗이 씻어냈다. 부추와 파를 다듬고, 양파도 까고.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 요즘 주부들이 이런 번거로움 때문에 시장에서 김치를 사먹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김치를 담글 차례이다. 아내는 여린 열무인지라 풋내가 날까 찹쌀 풀을 쒀 담가야 한다며 풀을 쑨다. 젓국은 사용하지 않을 모양이다. 개운한 맛이 나야 한다는 것이다.

부추는 영양이 풍부하여 함께 버무리면 좋다고 넉넉히 넣어 버무린다. 풋고추를 듬성듬성 썰어 얼큰한 맛을 낸다. 원래 붉은 고추가 있으면 생마늘과 함께 갈아 담가야하지만 아직 고추가 붉어지지 않아 고춧가루를 사용한다.

담가놓은 김치가 김치냉장고 저장용기로 한 박스 가득하다. 한동안은 김치 걱정 안 해도 되겠다며 아내가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 담아놓은 김치통
ⓒ 전갑남
나물과 토장국으로 차린 소박한 저녁상

▲ 맛깔스런 열무김치. 아내는 유감없이 솜씨를 발휘하였다.
ⓒ 전갑남
모양이 좋지 않은 것은 끓는 물에 데쳤다. 나물로 무치고, 나머지는 토장국을 끓였다. 아내가 토장국을 끓일 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들깨를 갈아 넣어 걸쭉하게 맛을 낸다. 토장국도 큰 냄비로 하나 가득 끓였다.

열무를 이용하여 김치, 나물, 거기에 토장국까지! 소박한 저녁상이 차려졌다. 아작아작 씹히는 김치에서 감칠맛이 난다. 칼칼하다는 맛이 이런 맛일까? 나물 무침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된장국의 구수한 냄새가 주방에 가득하다. 시장기를 느낀 우린 너무도 맛난 저녁을 먹었다.

요즘은 음식 재료 하나 구입하는데도 많은 고민을 한다. 가공식품은 여러 가지 식품첨가물에 대해 염려를 하게 된다. 수입 농산물은 믿을 수 없어 불안한 마음이 많다. 우리 농산물에 대해서는 신뢰가 높지만 혹시 수입품이 둔감하지 않았나 하고 꼼꼼히 살핀다. 먹을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이 있다.

아내와 나는 직접 가꾼 것으로 진짜를 먹은 기분이다. 힘들기는 해도 텃밭 가꾸는 재미가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김치 담그느라 애쓴 아내가 연속극을 보러 TV 앞으로 간다. 온몸이 쑤시고 힘들다는 표정을 지으며 코맹맹이 소리를 한다.

“나, 김치 담그느라 애썼으니 설거지 당번은 당신이야!”

▲ 소박하게 차려진 저녁상
ⓒ 전갑남
2006-06-30 16:10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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