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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에게 정상인되기를 강요하는 사회

한국작가회의/한빛소리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9. 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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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에게 정상인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


<말아톤>은 감동적인 홀로서기 영화로 자폐아 이야기다. 영화 속의 초원이 엄마는 스물일곱 살의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편집증을 가진 자폐아를 동물원 앞에서 고의로 아이의 손을 놓아 버린다. 장애아를 둔 부모로서 지치고 힘든 현실에 이성과 모성을 방기한 것이다.


뒤늦게 얼룩말 우리 앞에 폭우를 맞으며 앉아있던 아이를 발견한 초원이 엄마는 다시는 아이를 버리지 않겠다고 결심하고는 자신의 죄책감을 씻기 위해 아이에게 전심전력을 다해 매달린다. 그렇지만 엄마가 자신을 고의로 버리려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초원이는 비를 맞으면서도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라는 말을 하기를 거부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을 단 한번도 하지 않는다. 자신이 또 다시 버림을 받을까 두려운 아니는 자신의 엄마가 의도하고 디자인한 삶의 궤도를 로봇처럼 순응하며 따른다.


20년의 세월이 흐르고 난 뒤, 자폐아인 아이가 15년 전의 행위사실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는데 엄마는 경악하며, “난 죽으면 지옥에 갈 거야.”라고 울부짖으며 자신의 속마음을 남편에게 털어놓는다. 한편 심리치료를 받으며 “만일 엄마가 아프면 초원이의  마음이 어떨까? 기쁠까? 슬플까? 화가 날까? 무서울까?”를 반복해서 듣던 초원이는 자신의 엄마가 병원에 입원을 하고 나서야 세상과 화해를 하며 비로소 입을 열어 “비가 주룩주룩 내려요.”라고 말한다. 아마 그것은 자신을 버린 엄마를 용서하는 순수한 마음이고, 닫힌 세상을 향해 화해의 손을 내미는 자기 성숙의 첫 표현이었으리라.


오직 달리기를 통해서만 자신이 살아 있음을 자신하고, 심장의 박동이 힘차게 뛰고 있었음을 느끼며, 자아 정체성을 조금씩 찾아가던 초원이는 달릴 때 뺨에 스치는 바람과 손에 느껴지는 바람을 통해 자기 안에 닫혀 있는 사회와 단절된 세상에 마음의 문을 열고, 닫았던 말문도 트고, 자신의 의지대로 달리기를 하고 사육의 도구였던 초코파이를 버리고도 마라톤 완주를 이뤄낸다. 단지 버림을 받지 않으려고 시키는 대로 시작한 달리기를 통해서 두려움을 극복한다.


자폐아, 일반적으로 자폐증은 하나의 행동적 증후군으로서 사회적 상호작용에 있어서의 발달장애, 의사소총과 상상력에 의한 활동의 장애, 그리고 현저하게 한정된 활동과 관심인 장애다. 비단 영화 <말아톤>의 반향뿐만 아니라 주변에 자폐아라는 병명을 가진 아이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자폐아동의 과다행동으로 빈발하는 자해행위가 크게 문제시 되는데, 화가 난다든지 기분이 불안하면 보통 머리를 바닥이나 벽에 박거나, 자기의 눈을 손가락으로 찌르고, 입술을 깨물며, 머리털을 뽑거나 신체 부위를 심하게 긁는 행동을 되풀이한다.


이 밖에도 자폐의 증상으로는 다른 사람의 존재나 감정을 깨닫는 데 있어서의 현저한 결핍이 와서 사람을 마치 가구의 일부분인 것처럼 취급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기쁨과 고통을 알지 못한다. 또한 사회적인 놀이가 없거나 이상해서, 간단한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도 하고 혼자 하는 놀이를 좋아한다. 때문에 또래 친구외의 우정을 쌓는데 심한 장애가 있다. 뿐만 아니라 뿐만 아니라 자폐아는 눈을 마주 치거나 얼굴표정, 제스처, 몸짓 등의 의사소통 양식이 없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장애아를 정상으로 돌려놓기만을 강요하였다. 한 마디로 엄청난 기적이 모든 장애인들에게 생기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자폐장애를 완치시킬 수 있는 특효약이나 특수치료는 아직까지 없다. 단지 자폐장애아를 위한 치료라고는 행동장애 증상을 감소시키고, 언어발달 등 지연된 발달이 좀더 진전되도록 조성해 주고, 자기 관리 기술을 길러주는 것뿐이었다. 그 이유는 자폐장애가 만성질환이기 때문이며, 예후는 대체로 나쁜 편이다. 자폐아의 약 1-2%만 성인이 되어 자립된 생활을 하며, 자폐아의 2/3은 심한 장애로 장기간의 입원생활을 해야 한다.


중증자폐아를 둔 동료교사가 있다. 그는 장애아에게 정상인이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와 맞서서 자폐아를 위한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은 대부분의 부모가 자폐아를 고치겠다고 백방으로 다니며 노력하는 것이 사실은 아이를 위한 일이 아니란 것을 일깨우는 일이다. 자폐아의 치료목표는 장애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장애를 인정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인구 1000명당 1명 정도가 자폐아라면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아니다. 나는 자폐아와 상관없다고 발을 뺄지 몰라도 자녀가 자폐아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나면 아이에게 너무나 편해진다. 그게 자폐아 치료의 관건이다. 당장에 자폐아를 두고 절망에 빠지는 가족도 있겠지만, 언젠가 이 땅의 모든 자폐아들이 “엄마, 아빠”라고 불러 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은 악몽이 아니라 희망이다. 오늘도 유치원에서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아들을 보내며 악몽이 아닌 희망을 꿈꾸고 있을 그가 부럽다. <말아톤>의 초원이가 버림받을까 두려워 평생 놓지 않고 잡고 가려던 엄마의 손을 놓고 홀로서기에 뛰어드는 감동적인 장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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