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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쯤이면 가을전어도 진미의 자리 한쪽을 새우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다.
기름 자르르 몸에 두른 새우껍질을 벗겨내면 연분홍 속살이 내 입만 생각하는 이기심을 불러온다. 그래 먹자. 먹다 죽은 구신(귀신)은 때깔도 곱다 하지 않던가? 초장과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든 말든, 먹는 이의 자유. 하지만 난 새우 자체의 맛만 느껴보고자 한다. 단맛에 구수한 감칠맛까지 있는데, 인공적인 맛을 더하는 건 자연이 준 재료에 대한 배신이다. 정 간이 맞지 않다면 새우기름에 구워진 천일염 한두 개 씹으면 되지.
이처럼 맛있는 새우를 맛본 곳은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도 영목항. 이곳에서 자연산 새우와 만나면서 또 하나의 가을 맛을 경험했다. 새우가 튀어나오지 못하도록 그물로 덮어놓은 대야에 뜰채를 집어넣자, 물 속에서 전쟁이라도 난 듯 새우들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그물을 찢을 기세로 힘차게 튀어 오른 새우, 이쪽저쪽에서는 물총이라도 쏜 듯 물방울을 튕긴다. 뜰채로 건진 새우는 재빨리 통 속에 넣지 않으면 바닥에서 높이뛰기를 열심히 한다. 새우는 맛과 영양에서 자연산과 양식의 차이가 별로 없다. 자연산은 양식에 비해 색이 연하고 회색을 띠지만 양식은 까만색이다. 우리가 가을에 맛보는 새우는 '대하'라고 부르는데, 이는 새우 크기에서 나온 말이다. 보통 15cm 가 넘으면 '대하'라 하고, 그 밑의 새우는 '중하' 라고 한다. 가을 새우가 맛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우 단맛을 책임지는 아미노산 중 '글리신'이 가을과 겨울 사이에 최고로 많아진다. '오도리'라고 알려진 새우 회를 먹어도 단맛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구울 때 나는 새우 특유의 구수한 맛은 타우린, 아르기닌 등 성분 때문이다. 통 속에서 한 마리를 꺼낸 후 재빨리 뚜껑을 닫았다. 손에 잡힌 새우는 파닥파닥 꼬리 춤을 춘다. 먼저 대가리를 떼내고 몸통의 껍질을 벗기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대가리가 붙은 상태에서 껍질을 벗겨야 한다. 대가리가 붙은 상태와 떼고 껍질을 벗기는 그 짧은 순간에도 맛은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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