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오늘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려 후덥지근한 날이면 세상이 귀찮고 짜증스럽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소나기를 퍼붓듯 매미소리가 가까이 들리면 몸과 마음이 한결 시원해진다. "맴, 맴, 맴, 매애-앰"하는 매미소리에 고개를 외로 틀고 늘어졌던 나무 잎들도 춤을 추고, 숲 속도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덩실거린다. 기름 매미소리는 보드랍긴 하나, 방울이 튀는 듯한 소리가 나 삽상(颯爽)한 맛이 덜하고, 말매미는 "솨르르르" 떨려 좀 시끄러운 편이다. 여전히 시원하고 감칠 맛 나는 소리는 참매미다. 뱃속까지 서늘히 저려온다. 매미가 노래를 시작하면 땀방울은 분해되어 바람 속으로 숨고, 답답한 마음은 탁 트인다. 매미 알은 이삼 주만에 깨어나 굼벵이가 된다. 짧게는 사오 년, 길게는 칠팔 년 동안 햇빛이 차단된 땅 밑 암흑 속에서 긴긴 인고의 세월을 보낸다. 세상 밖으로 나와 허물을 벗고 한참 노래를 부를 만하면 이슬처럼 목숨을 버린다. 불과 한 달도 못 채우고 생을 마감하는 매미의 일생, 이보다 더한 안타까운 삶이 또 어디 있을까 싶도록 명이 짧아 안쓰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조물주의 깊은 뜻을 누가 헤아린단 말인가. 천명이 다하고 소리가 멈추면 털 끝만한 미련도 없이 훌훌 털어버리고 이승을 하직한다. 신선의 경지라 할까. 깨끗한 뒷마무리에 그저 머리를 숙이고 자연의 섭리에 감탄할 뿐이다.
징그럽긴 했으나 다시 손가락으로 잡아 이리저리 굴리니 굼벵이가 손가락을 따끔따끔 물어뜯는 바람에 깜짝 놀라 손을 흔들어 떨궈냈다. 기절을 했나 싶어 굼뱅이 배를 뒤집어 놓으니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머리를 들고 굼실굼실 도망을 친다. 이 녀석은 몇 살이나 되었을까. 언제쯤 매미로 환생하여 뜨거운 여름을 식혀낼 것인가.
그러나 매미의 매미다움은 매미만이 갖고 있는 덕망에 있다. 머리 모양새가 관(冠) 끈이 늘어진 형상을 닮았다 하여 문(文), 맑은 이슬만 마시고 평생을 살다 죽으니 청(淸), 곡식을 먹지 않는다 하여 겸(兼), 집 없이 살아 검(儉), 허물을 벗고 노래를 불러 절도를 지켜내 신(信)이라 일컫는다. 문, 청, 겸, 검, 신을 오덕(五德)이라 칭하고 벼슬아치들이 본받아야할 징표로 삼았다. 때문에 벼슬길에 오르는 양반들은 매미 날개와 머리 끈을 닮은 익선관(翼蟬冠)을 썼다. 임금도 예외는 아니어서 정장에는 익선관으로 치장했으니 매미가 갖고 있는 덕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오늘따라 따가운 햇살 아래 매미소리 한층 더 가까이 들리고, 푸른 숲 속을 빠져나온 하늬바람 한 자락, 어느새 머리를 스쳐 구름 속을 타고 오른다. | ||||||||||||||||||
![]() | ||||||||||||||||||
| ||||||||||||||||||
2004/07/27 오전 4:37 ⓒ 2004 Ohmynews | ||||||||||||||||||
| ◀ 원래기사로 | ||||||||||||||||||
| 아낌없이 주는 고추, 그 꽃 한번 보세요 (0) | 2004.08.01 |
|---|---|
| 정훈이 만화 (459호)-인어공주 (0) | 2004.07.29 |
| 집에서도 연꽃과 수련꽃을 감상할 수 있다 (0) | 2004.07.27 |
| 천진난만한 아이의 얼굴을 닮은 '동자꽃' (0) | 2004.07.26 |
| '더불어 삶'을 살아가는 나비 (0) | 2004.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