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붕어빵. 여수 서교동 육교아래에 가면 그 집이 있다. 김진권(70)할아버지가 18년째 이곳에서 추억을 굽고 있다. 나이에 비해 건강하고 젊어 보인다. 아마도 이웃에게 베풀고 매사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김씨의 아름다운 마음씨 때문이리라.
재빠른 손놀림이 잠시도 멈출 줄 모른다. 잠시 눈치를 살피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인다고 말을 건네자 바쁜 와중에도 손님에 대한 답례를 한다.
베푸는 삶이 즐겁다
▲ 18년째 붕어빵을 굽는 김진권할아버지
ⓒ 조찬현
“모든 행동이 다 젊어. 달리기를 해도 내가 2등은 해. 등산은 내가 1등이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등산동호회 회장을 했어. 첫째, 셋째 일요일만 되면 산을 타곤 했지. 전국의 유명산은 다 다녔어.”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한참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목포에서 여수에 일보러 왔다는 김현명(35)씨가 여수에 올 때마다 꼭 들린다며 붕어빵을 주문한다.
“맛이요? 아무튼, 맛있은께 먹죠.”
18년 전에 구입한 이 집의 빵틀은 여느 붕어빵집 것과는 다르다. 빵틀이 겁나게 크다. 한곳에 3개씩이니 한번에 24개씩 구워낸다. 보통 빵틀의 세 배다.
▲ 붕어빵에 넣을 팥소를 준비한다.
ⓒ 조찬현
▲ 엄마와 아이가 붕어빵이 빨리 구워지길 기다리고 있다.
ⓒ 조찬현
“마음과 정성이 듬뿍 담겨진 빵이여! 모든 것이 내 손에서 나온 것이여. 다른 곳에 비해서 값도 싸. 먹는 것은 맛있어야 되고, 입는 것은 품질이 좋아야 돼. 물론 값도 싸야 돼. 맛이 없으면 안 사지, 뭐 할라고 사. 옛날에는 양 많고 숫자 많은걸 찾았는데 요즘은 입이 가져지고 눈이 높아 맛있어야 돼.”
붕어빵 한 개에 150원, 7개에 천 원이다. 두 해 전까지만 해도 10개에 천 원이었다. 그때는 재료비 제하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었다. 하긴 물가를 감안하면 지금도 매 한가지다. 김 할아버지는 이제껏 번 돈 수익금의 대부분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썼다.
매일 새벽 4시면 일터로 나온다. 팥소로 사용할 팥 삶고, 밀가루 반죽하고, 바빠 식사할 겨를도 없다. 아침과 점심은 근처 해장국집에서 해결하고 저녁 한 끼니만 가족과 함께 한다. 오후 8시경에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값싸고 맛 좋은 붕어빵
▲ 할아버지가 밀가루 반죽을 통에 붓고 있다.
ⓒ 조찬현
“다 담았는가?” “얼마치?” “천 원” “오빠보고 다 담았는가, 그래? 그러지 말고 오라버니! 다 담았어요? 해봐.” “예끼~!”
김 할아버지는 붕어빵을 사러온 단골 할머니에게 농을 한다. 젊은 사내가 들어오더니 “붕어빵 아저씨 좋은 일 많이 해요” 라고 말한다. 그나저나 맛이 어떤지 하나 먹어봐야겠다. "야~! 정말 차지고 맛있다. 팥소도 듬뿍 들어있다" 먹거리는 ‘맛있어야 된다’는 그의 말대로 역시 최고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봉지 가득 가득 많은 양을 사간다. 남산초등학교 임안영(26) 선생님은 4천 원 어치를 주문했다. 지나는 길에 들렸다며 나이 든 선생님들이 이 집 붕어빵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한다.
“붕어빵 맛에 대해 얘기 좀 해주시겠어요?” “여기 붕어빵은 옛날 맛이 담겨있어요. 추억의 맛이에요. 그래서 자주 찾아요.”
자주 찾는다는 그녀 또한 다른 집의 두 배에 달한 붕어빵의 양에 “와~! 4천 원 어치가 이렇게 많아요” 하며 깜짝 놀란다. 그러면서 여수 서시장의 붕어빵에 대한 자랑을 많이 해 달라고 당부한다. 글쎄! 별 홍보가 필요치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붕어빵을 굽기가 무섭게 바로 없어진다. 쌓아 놓을 여유가 없다. 오는 손님마다. 맛에 놀라고, 너무 많은 양에 놀라 우리 것 맞느냐며 눈이 동그래져 되묻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