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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힘들지? 얼굴에 써졌어!" "어찌나 권하는지! 당신도 알잖아, 그 친구." "그래도 적당히 마셔야지. 시원하게 콩나물국이나 끓일까요?" "콩나물국? 그거 참 좋겠다! 고춧가루도 좀 풀고. 속이 확 풀리겠어!" 내가 너스레를 떨자 아내는 이제 몸 생각을 해야 할 때라며 적당히 마시라고 당부한다. 콩나물시루를 열어보니 밤 사이에 몰라보게 자랐다. 세상에 이럴 수가? 서로 키 재기라도 하듯 콩나물이 시루 위로 수북이 올라왔다. 간밤에 물을 줄 때와는 딴판이다. 가느다란 줄기에 몸을 지탱하며 좁은 틈새로 빽빽하게 자란 콩나물이 탐스럽다.
콩나물 기르는 것은 특별히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정성으로 때맞춰 물만 주면 잘 자란다. 무수한 콩나물들이 노란 부리를 벌려 물을 받아먹고 쑥쑥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콩나물 기르기, 생각보다 쉽다 일주일 전이다. 우리는 콩나물을 기르기로 했다. 콩밥만 지어 먹을 게 아니라 콩나물을 길러 먹어 보면 색다를 것 같았다. 우리는 텃밭에 콩 농사를 지었다. 쥐눈이콩을 심어 가을에 수월찮게 거두었다. 우리 식구가 일 년 내내 먹고도 남을 양이다. 손수 농사 지어 몸에 좋은 콩을 먹을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콩나물을 손수 길러 먹는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었다. 예전 고향집에서 길러먹던 방식을 따라 해보기로 했다. 콩나물 기르기는 간단하다. 먼저 유리컵으로 콩을 한 컵 정도 물에 불린다. 불린 콩은 하루 정도 지나면 싹이 올라올 듯 부풀어 포동포동해진다.
먼저 마른 콩을 이용 한 켜 안친 뒤 재를 덮는다. 다음으로 불려놓은 콩을 같은 방법으로 안치고서 물을 흠뻑 준다. 이렇게 하면 불린 콩이 먼저 자라 뽑아먹고, 마른 콩이 뒤이어 올라오게 되어 며칠 더 먹을 수 있다. 시루는 실온에서 천으로 덮어 두면 콩나물 기르기는 시작된다. 이제 물만 하루에 두세 번씩 적당히 주면 쑥쑥 자란다. 콩나물을 기를 때 물주기가 가장 중요하다. 지극 정성으로 물을 줘야 한다. 이를 게을리하면 잔뿌리가 생겨 좋지 않다. 또 성장속도가 더뎌 줄기의 모양새도 불량하다.
예전 콩나물은 겨울철 소중한 음식 예전 일이 떠올랐는지 아내가 내게 묻는다. "여보, 콩나물시루 부조라는 거 알아?" "큰일 치르는 집에 콩나물 길러 부조하는 거?" 예전 우리 고향에서는 동네에서 잔치가 있거나 큰일이 있을 때 콩나물을 길러 부조를 했다. 콩나물뿐만 아니다. 두부를 쑤고, 막걸리를 빚고, 떡을 해서 이웃집 큰일을 치르는 데 도움을 주었다. 마음을 담아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풍습이 예전에 있었던 것이다.
콩나물은 나물로 무쳐먹고, 국을 끓여먹었다. 때로는 가마솥에 밥이 끓어오를 때 콩나물을 넣고 밥을 하면 콩나물밥이 되었다. 양념간장으로 쓱쓱 비며 먹은 맛이 생각난다. 또 식량을 아끼기 위해 콩나물로 죽을 쑤기도 했다. 영양을 따지기는 고사하고 배불리 먹는 게 우선이었지만,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죽 맛은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술을 거나하게 잡수신 다음날 어머니는 어김없이 콩나물국을 끓였다. 해장국으로 콩나물만큼 좋은 게 없었다. 요즘도 콩나물국은 숙취 해소에 최고음식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콩나물 뿌리에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는 아스파라긴산 때문이다. 아스파라긴산은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생성을 도와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수 길러서 그런지 그 맛이 더하다 아내가 콩나물 다듬는 일을 도와달라고 한다. 콩나물 다듬는 일이 만만찮다. 일일이 콩깍지를 벗겨내는 일이 쉽지 않다. "사먹는 게 싸다는 말이 실감나네!" "그래도 이렇게 먹는 게 얼마나 소중해요." 돈으로 살 수 없는 정성이란 게 있다. 조금만 신경 쓰면 큰 힘들이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아내가 콩나물을 다듬은 뒤 물을 넣고 삶아낸다. 고춧가루, 마늘, 파 다진 것, 깨소금을 넣고 집간장으로 간을 맞추니 콩나물무침이 금방 된다.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리자 고소한 냄새가 침샘을 자극한다. 삶아낸 국물에 남은 콩나물을 넣어 매운 고춧가루를 넣으니 콩나물국도 완성이다.
뜨거운 콩나물국물이 시원하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콩나물무침도 정말 맛있다. 뜨거운 밥에 얹어 비며먹는 맛이 그만이다. 이마에 땀이 다 난다. 간밤에 숙취도 멀리 도망간 것 같다. 신토불이가 실감난다. 내가 밟고 사는 흙에 씨를 넣고, 땀 흘려 길러낸 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자연의 이치가 아닌가 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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