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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눈이콩 콩나물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7. 2. 1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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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눈이콩 콩나물, 기르는 재미에 맛까지!
조금만 품을 들이면 맛있는 반찬거리가 된다
텍스트만보기   전갑남(jun5417)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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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만에 시루 위까지 올라온 콩나물이다. 기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전갑남
아침에 일어나는데 몸이 무겁다. 그럴 수밖에. 전날 과음을 한 탓이리라. 죽과 장이 맞는 친구를 만나 주거니 받거니 하다 술이 술을 먹은 듯싶다.

   오늘의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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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가 남아 있다. 뜨끈한 국물이라도 먹어 속을 달랬으면 좋겠다. 부엌에서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 사람, 해장국이라도 끓이려나?' 시원한 물을 찾는 내 얼굴을 아내가 빤히 쳐다본다.

"당신, 힘들지? 얼굴에 써졌어!"
"어찌나 권하는지! 당신도 알잖아, 그 친구."
"그래도 적당히 마셔야지. 시원하게 콩나물국이나 끓일까요?"
"콩나물국? 그거 참 좋겠다! 고춧가루도 좀 풀고. 속이 확 풀리겠어!"

내가 너스레를 떨자 아내는 이제 몸 생각을 해야 할 때라며 적당히 마시라고 당부한다.

콩나물시루를 열어보니 밤 사이에 몰라보게 자랐다. 세상에 이럴 수가? 서로 키 재기라도 하듯 콩나물이 시루 위로 수북이 올라왔다. 간밤에 물을 줄 때와는 딴판이다. 가느다란 줄기에 몸을 지탱하며 좁은 틈새로 빽빽하게 자란 콩나물이 탐스럽다.

▲ 뽑아놓은 콩나물. 보물처럼 소중하게 여겨졌다.
ⓒ 전갑남
아내가 조심스레 콩나물을 뽑는다. 뽑아 놓은 양이 숱하다. 뿌리가 길고, 갈색 빛을 띠었다. 좀 깔끔하지는 않지만 잘 자랐다. 국 끓이고, 나물로 무쳐내면 반찬으로 훌륭하겠다고 아내가 즐거워한다.

콩나물 기르는 것은 특별히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정성으로 때맞춰 물만 주면 잘 자란다. 무수한 콩나물들이 노란 부리를 벌려 물을 받아먹고 쑥쑥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콩나물 기르기, 생각보다 쉽다

일주일 전이다. 우리는 콩나물을 기르기로 했다. 콩밥만 지어 먹을 게 아니라 콩나물을 길러 먹어 보면 색다를 것 같았다.

우리는 텃밭에 콩 농사를 지었다. 쥐눈이콩을 심어 가을에 수월찮게 거두었다. 우리 식구가 일 년 내내 먹고도 남을 양이다. 손수 농사 지어 몸에 좋은 콩을 먹을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 우리가 거둔 쥐눈이콩이다. 밥에 넣어 먹기도 하고 콩나물을 길러먹으면 아주 좋다.
ⓒ 전갑남
쥐눈이콩은 콩나물을 길러먹기에 아주 좋다. 크기는 작지만 검은 색깔에 빛깔이 반들반들하다.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담백하다. 단백질이 풍부한 데다 몸 속에 있는 독을 풀어 준다 하여 텃밭 속에 숨어 있는 약초라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약콩이다.

콩나물을 손수 길러 먹는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었다. 예전 고향집에서 길러먹던 방식을 따라 해보기로 했다.

콩나물 기르기는 간단하다. 먼저 유리컵으로 콩을 한 컵 정도 물에 불린다. 불린 콩은 하루 정도 지나면 싹이 올라올 듯 부풀어 포동포동해진다.

▲ 질시루 밑구멍은 지푸라기로 막고, 볏짚을 태운 재를 위에 올려놓고 기르면 된다.
ⓒ 전갑남
요즘 물주기가 편한 콩나물 재배기도 나왔지만, 질그릇의 떡시루가 있으면 안성맞춤이다. 떡시루 밑구멍은 지푸라기로 막는다. 그런 다음 볏짚을 태운 재를 올려놓는다. 재 없이 길러도 되지만, 재를 양분으로 쓰면 모양 좋은 콩나물이 길러진다.

먼저 마른 콩을 이용 한 켜 안친 뒤 재를 덮는다. 다음으로 불려놓은 콩을 같은 방법으로 안치고서 물을 흠뻑 준다. 이렇게 하면 불린 콩이 먼저 자라 뽑아먹고, 마른 콩이 뒤이어 올라오게 되어 며칠 더 먹을 수 있다.

시루는 실온에서 천으로 덮어 두면 콩나물 기르기는 시작된다. 이제 물만 하루에 두세 번씩 적당히 주면 쑥쑥 자란다.

콩나물을 기를 때 물주기가 가장 중요하다. 지극 정성으로 물을 줘야 한다. 이를 게을리하면 잔뿌리가 생겨 좋지 않다. 또 성장속도가 더뎌 줄기의 모양새도 불량하다.

▲ 콩을 안친 뒤 물주기를 잘 하면 콩나물은 쑥쑥 자라게 된다.
ⓒ 전갑남
콩은 안친 지 한 이틀 정도면 싹이 트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 일주일이 지나면 뽑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란다. 조금만 품을 들이면 기르는 재미와 함께 신선한 무공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쁨이 여간 아니다.

예전 콩나물은 겨울철 소중한 음식

예전 일이 떠올랐는지 아내가 내게 묻는다.

"여보, 콩나물시루 부조라는 거 알아?"
"큰일 치르는 집에 콩나물 길러 부조하는 거?"

예전 우리 고향에서는 동네에서 잔치가 있거나 큰일이 있을 때 콩나물을 길러 부조를 했다. 콩나물뿐만 아니다. 두부를 쑤고, 막걸리를 빚고, 떡을 해서 이웃집 큰일을 치르는 데 도움을 주었다. 마음을 담아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풍습이 예전에 있었던 것이다.

▲ 콩나물은 겨울철 소중한 반찬거리가 된다.
ⓒ 전갑남
콩나물은 겨울철 소중한 반찬거리였다. 김장김치 이외에는 특별한 반찬이 없는 겨울에 콩나물을 집집마다 길러먹었다. 콩을 안친 커다란 시루가 아랫목을 차지하였다.

콩나물은 나물로 무쳐먹고, 국을 끓여먹었다. 때로는 가마솥에 밥이 끓어오를 때 콩나물을 넣고 밥을 하면 콩나물밥이 되었다. 양념간장으로 쓱쓱 비며 먹은 맛이 생각난다. 또 식량을 아끼기 위해 콩나물로 죽을 쑤기도 했다. 영양을 따지기는 고사하고 배불리 먹는 게 우선이었지만,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죽 맛은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술을 거나하게 잡수신 다음날 어머니는 어김없이 콩나물국을 끓였다. 해장국으로 콩나물만큼 좋은 게 없었다.

요즘도 콩나물국은 숙취 해소에 최고음식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콩나물 뿌리에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는 아스파라긴산 때문이다. 아스파라긴산은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생성을 도와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수 길러서 그런지 그 맛이 더하다

아내가 콩나물 다듬는 일을 도와달라고 한다. 콩나물 다듬는 일이 만만찮다. 일일이 콩깍지를 벗겨내는 일이 쉽지 않다.

"사먹는 게 싸다는 말이 실감나네!"
"그래도 이렇게 먹는 게 얼마나 소중해요."

돈으로 살 수 없는 정성이란 게 있다. 조금만 신경 쓰면 큰 힘들이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아내가 콩나물을 다듬은 뒤 물을 넣고 삶아낸다. 고춧가루, 마늘, 파 다진 것, 깨소금을 넣고 집간장으로 간을 맞추니 콩나물무침이 금방 된다.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리자 고소한 냄새가 침샘을 자극한다. 삶아낸 국물에 남은 콩나물을 넣어 매운 고춧가루를 넣으니 콩나물국도 완성이다.

▲ 콩나물무침.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 전갑남
▲ 콩나물국의 시원한 맛은 숙취해소에 좋다.
ⓒ 전갑남
"와! 국물이 뜨끈하니 속이 확 풀리네!"

뜨거운 콩나물국물이 시원하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콩나물무침도 정말 맛있다. 뜨거운 밥에 얹어 비며먹는 맛이 그만이다. 이마에 땀이 다 난다. 간밤에 숙취도 멀리 도망간 것 같다.

신토불이가 실감난다. 내가 밟고 사는 흙에 씨를 넣고, 땀 흘려 길러낸 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자연의 이치가 아닌가 싶다.
2007-02-08 11:26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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