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박종국 헨리 밀러는 가녀린 풀잎같이 미약한 생물이라도 주목을 받는 순간, 그것은 신비롭고 경이로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하나의 우주가 된다고 했다. 이른 아침 고샅길을 타박타박 걸으며 몸을 낮추면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은 정녕 아름답다. 몸을 낮추는 일은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낮은 문이다. 몸을 낮추니 작고 하찮아 눈에 띄지 않았던 사물이 보이기 시작하고, 섬세한 색과 그 빛에 마음이 열린다. 사람은 누구나 높은 곳을 좋아한다. 사랑과 명예, 지위와 물질적인 부에 이르기까지 마음에 가득 채우고 싶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다. 아무리 애태우고 눈물 흘리며 기도해도 뜻한 바대로 되지 않는다. 일단 욕심을 가지면 명예를 높이고, 재산을 늘리고, 학문을 쌓고, 지혜..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2023. 9. 4.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