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 뉴욕
맨해튼에서 자전거로 1시간 거리인 브루클린 플랫부시의 아파트에 사는 메들린 넬슨(51)씨는 인근 야채가게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온 홍당무와 상추를 썰고 역시
차이나타운에서 쓰레기 봉투에서 찾아낸 미소 가루로 드레싱을 만들어 얹어 먹는다.
그리고 또 다른 야채가게 쓰레기에서 얻은 이스트로 빵을 구워 먹고 인근 음식점에서 버리는 음식을 가져와 데워먹는 등 한푼의 돈도 쓰지않고 먹거리를 해결한다.
`반스 & 노블'에서 홍보 담당자로 일하며 1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등 `잘 나가는' 전문 직업인이던 넬슨씨는 더 이상 대기업에서 일하기가 싫어 2005년 회사를 박차고 나온뒤 `프리건(freegan)'이 됐다.
프리건은 `자유롭다(free)'와 `완전 채식주의자(vegan)'의 합성어이며 `무료로 얻는다(free gain)'는 의미가 포함돼 있는 등
물질 만능주의에서 탈피, 씀씀이를 최대한 줄인채 음식 쓰레기로 연명하는 이들을 뜻하는 말.
과거 먹고 입는 것, 책, 교통비, 방 2개짜리 집의 모기지 상환 등으로 연간 10만 달러 이상씩 쓰던 넬슨씨는 프리건이 된 이후 집 매각 대금 등 저금한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일하는 대신 자원봉사를 하면서 연간 지출하는 돈은 2만5천 달러 정도가 됐다.
넬슨씨는 "우리는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행위들이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한계를 설정하고 소비를 중지하도록 이끌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프리건 개척자들 가운데 상당 수는 동물을 이용해 만든 음식이나 의류 등 기타 생산물들을 먹거나 사용하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들이지만 넬슨씨의 경우처럼 육식을 하면서도 쓰레기를 배출하고 환경을 해치면서 부당노동을 저지른다고 믿는 산업계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진 이들이 적지않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1980년대들어 환경 정의 실현과 반 세계화 운동에서 비롯돼 퍼져 나간 `프리거니즘(freeganism)은 잉여 식품을 부랑인 등에게 나눠주자며 설립된 `폭탄이 아니라 음식(Food Not Bombs)' 등 여러 단체들의 이념에서 영감을 얻었다.
프리건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의식있는 중산층이 주를 이루는데 애덤 와이스먼(29)씨는 또다른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의 아버지는 소아과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사이며 대학을 졸업하고도 스스로 취업을 포기했다. 매일 조부모를 돌보면서 필요할때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는 나머지 시간은 될 수 있는 한 물질주의에서 벗어나 프리건의 이념을 실천하는 노력에 모아진다.
이처럼 프리건들은 길거리에서 버려진 옷가지나 부서진 가구를 주어다 재활용해 쓰면서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교환하기도 하며 일부는 버려진 빌딩에서 기거하거나 변두리에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임대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산다.
최근에는 `밋업닷컴(Meetup.com)과 같은 인터넷 웹사이트에 쓰레기를 버리는 시간을 게시하고 있고 `프리건키츤닷컴(Freegankitchen.com)'에서는 쓰레기장에서 구한 재료로 스파게티 등을 조리하는 방법을 올려 공유하기도 한다.
이들 웹사이트에 정보가 올려지는 지역들은 로스앤젤레스와 시애틀, 휴스턴 등 미국내 대도시는 물론이고 영국도 포함돼 있으며 뉴욕에서만 최근 2년간 쓰레기 더미에서 야채를 찾아 연명하는 이들이 최소한 1만4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넬슨씨의 경우 최근 뉴욕에서 40명의 유경험자 및 초보 프리건들을 이끌고 쓰레기 투어를 실시했는데, 이들 가운데에는 대학생과 고교 교사, 택시 운전사, 전 은행 투자전문가 등이 포함돼 있었다.
프리건들은 자신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양의 `먹을 만한' 먹거리들이 버려져 환경을 해치고
지구온난화를 부채질하는 등 개선해야 할 점이 너무 많다고 입을 모으지만 상당수 변질된 것도 포함돼 있는 등 주의해야 할 점도 적지않다.
더구나 대형 슈퍼마켓 운영자들은 자신들이 버리는 것들은 식용으로 부적합하거나 빈민층에도 기부하기 힘들 정도의 것이라며 먹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프리건들은 바나나에 반점이 생겼다고 일반 가정에서 버리지 않는 것 처럼 식품 매장의 식용 여부 기준이라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항변하면서 오늘도 쓸모있는 야채류를 찾아 뒷골목을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