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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시] 사랑이란

박종국에세이/단소리쓴소리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7. 10. 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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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 양현근


키큰 나무와 키작은 나무가 어깨동무하듯
그렇게 눈 비비며 사는 것
조금씩 조금씩 키돋음하며
가끔은 물푸레나무처럼 꿋꿋하게
하늘 바라보는 것
찬서리에 되려 빛깔 고운
뒷뜨락의 각시감처럼
흔들리지 않게 노래하는 것
계절의 바뀜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는 것
새벽길, 풀이슬, 산울림 같은
가슴에 남는 단어들을
녹슬지 않도록 오래 다짐하는 것
함께 부대끼는 것
결국은 길들여지는 것.

 

 

이 깊은 상처를

 

- 하이네


내 마음의 깊은 상처를
고운 꽃이 알기만 한다면
내 아픔을 달래기 위해
나와 함께 눈물을 흘려 주련만.
내 간절한 슬픔을
꾀꼬리가 안다면
즐겁게 지저귀어 내 외로움을
어쩌면 풀어 줄 수도 있으련만.

나의 이 탄식을 저 별이
황금빛 별이 알기만 한다면
그 높은 곳에서 내려와
틀림없이 위로해 주겠건만.

그렇지만 이내 슬픔 아는 이 없네.
알아 줄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내 가슴을 손톱으로
갈갈이 찢어 놓은 오직 한 사람.

 

 

참 사랑

 

- 톨스토이


모든 사람을
한결같이 사랑할 수는 없다
보다 큰 행복은 단 한 사람이라도
지극히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그저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개의 경우와 같이
자신의 향락을
사랑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그와의 관계를 끊을 만한
각오가 되어 있는가? 하고 자문해보라
만약 그럴 수 없다면
당신은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을 뿐이다

 

 

지울 수 없는 얼굴

 

- 고정희


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불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부드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따뜻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내 영혼의 요람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샘솟는 기쁨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아니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라 썼다가
이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희성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거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처음처럼

 

- 용혜원


우리 만났을 때
그 때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그렇게 수수하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처음 연인으로
느껴져 왔던
그 순간의 느낌대로
언제나 그렇게 아름답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퇴색되거나
변질되거나
욕심부리지 않고

 

우리 만났을 때
그 때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그렇게 순수하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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