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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아이들은 마음껏 놀아야 잘 산다

박종국에세이/단소리쓴소리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7. 10.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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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놀아본 아이가 더 잘사는 법이죠"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송월순 교사가 행복한 이유

 

송상호 (shmh0619)

 

송월순 교사(51세,안성 양성초 1년 담임)를 만나게 된 사연은 아주 특별하다. 송 교사가 지금 지도하는 반 아이의 한 학부형이 하도 송 교사를 칭찬해서 도대체 어떤 교사이기에 저리도 칭찬할까 싶어서 만나게 된 것이다.

 

  
▲ 송월순 교사 "이 나이에도 출근할 때면 자신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송월순 교사.
ⓒ 송상호
송월순 교사

얼마 전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라 특별할 게 없다. 평범한 이야기라도 괜찮다면 오라'고 시작된 그녀와의 인터뷰. 하지만 그녀가 시작한 교사의 길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81년도에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할 때 필요하다 싶어 피아노교습소를 운영했던 게 그랬다. 35세 늦은 나이에 교사로 임용된 것도 모두가 다 교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그의 열정 때문이었다고.

 

꼴찌를 배려한 특별한 받아쓰기


"받아쓰기 문제를 내면서 일반적인 문제와 쉬운 문제를 동시에 냅니다. 그래서 학습 수준이 뒤처지는 아이들에겐 쉬운 문제로 풀게 하고, 학습수준이 괜찮은 아이들은 일반적인 문제로 풀게 하죠. 그리고 받아쓰기 시험 전에 하루에도 몇 번 연습을 시키죠."

 

이렇게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모두가 다 받아쓰기를 잘 치도록 해서 좌절감을 맛보지 않게 하려는 게다. 생애 처음으로 학교를 상대로 시험을 치는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자신감이 중요하다. 또한 성적 차이로 인해 아이들 간에 편 가르기를 해서 차별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받아쓰기 하나에서도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송 교사의 철학이 묻어 있다.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를 들으면 그 생각은 좀 더 분명해진다.

 

"내 아이만 잘하면 된다는 것은 너무 단견입니다. 한 사람이 잘 사는 것은 자신만 좋아서 될 게 아니라 자신의 환경이 좋아야 되는 것은 너무 당연하잖아요. 혼자만 잘하겠다는 것은 사실 자신의 아이도 죽이는 꼴입니다. 자신의 아이의 환경을 좋게 해주어야 진짜 좋은 것인 게지요. 그러니까 결국 이웃과 사회를 위해 함께 가겠다는 것은 결코 남만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결국 오롯이 자신을 위한 길입니다."

 

  
▲ 빙고게임 공부를 놀이로 접근하려는 송 교사의 시도는 아이들에게 한 주에 몇 번 빙고게임을 하게 하는데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엄마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써보라는 주문에 한 아이가 써낸 단어들이 정겹다. 빙고게임도 혼자 완성하는 것보다 짝의 단어도 완성이 될 때 끝나는 걸로 간주한단다.
ⓒ 송상호
송월순 교사

"점수보다도 아이들 하나하나가 더 소중해요" 


그동안 성적이 안 나왔다는 이유로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를 혼내본 적이 없다는 송 교사. 다만 시험성적이든 뭐든 성실하게 하지 않았을 때 혼을 내었다는 그녀의 철학은 한결같다.

 

"저에겐 아이들의 점수보다도 아이들 하나하나가 더 소중해요."

 

아이들은 마음껏 놀아야 잘 산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놀 때 마음껏 잘 놀아본 아이가 더 잘산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녀는 공부를 가르치든 무엇을 하든 아이들에게 놀이삼아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공부조차도 놀이로 접근하지 못하고 너무도 전투적으로 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그녀는 이야기 한다.

 

또한 아이들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는 송 교사는 32명 아이들의 매일 알림장에다가 좋은 경구를 직접 써 넣는 것을 쉬지 않는다. '뜻있는 곳에 길이 있다. 구르는 돌에 이끼가 끼지 않는다.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다' 등등.  

이런 그녀의 철학은 확고부동하다. 무엇을 하더라도 아이들이 지금도 행복하고 커서도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아이들에게 행복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 왜냐하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공부를 하든 직업을 갖든 무엇을 하든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교육자의 최고 사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그녀는 꼬맹이 아이들에게라도 '열심히 하는 것보다 뜻있는 꿈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뜻있는 꿈만 가지면 공부는 자연스레 최선을 다해 하게 되어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며, 그 길이 행복의 길이라는 걸 확신하기 때문이다.

 

자립심 강조하는 것은 혼자 아들 키운 내력 덕분


그녀가 자립심과 독립심을 유달리 강조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7년 전 경찰공무원이었던남편이 업무 중 교통사고로 순직했던 것. 이 세상에 남겨진 17세 아들과 함께 살면서 무엇보다도 자립심을 강조했다.

 

"혹시 아빠가 유산으로 남겨진 게 있다고 해도 모두 사회에 환원할 것이다. 그러니 기대하지 말고 네 갈 길은 네가 찾아야 한다."

 

그래서 실제로 그녀는 그렇게 했다. 그걸 보고 자란 그녀의 아들은 자립적으로 생활했고, 군 제대 후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아들의 선택에 의해서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누구보다 당당하게 '대우조선'이라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자신의 부모라고 말하는 20대 아들과 누구보다도 아들이 자랑스럽다는 50대 엄마라는 데야 두말해서 무엇 하랴.

 

  
▲ 양성초 송 교사가 근무하는 안성 양성초등학교는 1학년이 한 학급인 시골학교다. 여기에 3년 째 근무하는 송 교사는 아이들과 직접 만나서 가르치는 즐거움을 새삼스럽게 느낀단다.
ⓒ 송상호
안성 양성초등학교

"나이가 더 들어도 관리자(교감과 교장)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이 나이가 되어도 아침에 출근하면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가 되고 설레는데 이 즐거움을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계획을 묻자 돌아온 송 교사의 말을 들으니 왜 그 학부형이 송 교사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는지 충분히 알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10일 송월순 교사가 담임하고 있는 안성 양성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이루어졌다.

2007.10.11 11:49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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