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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적 사법부가 자초한 '석궁' 김명호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7. 10. 1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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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적 사법부가 자초한 '석궁' 김명호
[하재근 칼럼] 전치3주에 징역4년, 국민은 김명호 교수편임을 명심해야
 
하재근
 

석궁 김명호, 하늘같은 판사님께 전치 3주를!
 
판사에게 석궁을 쏴서 ‘무려’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혔다는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전치 3주에 징역 4년이라. 판사님께서 만승지존의 옥체를 가지고 계신 걸 이제야 알았다.
 
물론 살인미수라면 얘기가 또 달라질 수 있겠지만 김명호 교수는 조준사격이 아니라 몸싸움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사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판사는 자신이 사격에 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맞았다는 화살이 없단다. 피는 흘렸는데 피 묻은 화살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내복과 조끼엔 피가 묻었는데 그 사이에 낀 와이셔츠엔 피가 없단다. 이건 또 무슨 신의 조화인가.
 
판사의 주장이 맞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증좌’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 드라마 ‘이산’에서도 증좌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가. 피해자가 판사일 경우엔 그의 말이 곧 법이 되는가? 증거 제시라는 번거로운 절차는 일반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인가?
 
이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 언론이 익명으로 전한 사법계의 반응은 이런 것들이었다.
 
“사법부의 권위가 떨어진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일은 사법부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고 법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 사법부는 국민 권리의 최후의 보루인데 사법부를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느냐." 
 
▲이른바 \'석궁\' 사건 당시인 1월 16일자 각 일간지들은 '석궁 테러' 충격이라며 법원의 입장 위주로 보도했다. 10개월이 지나 전치 3주에 4년 징역 선고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언론은 하나도 없다. 한겨레 경향까지..     © 중앙일보 1월 16일자 PDF


이 사건을 사법부에 대한 도전, 즉 자신들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번의 판결은 그 도전에 대한 응전이란 말인가? ‘감히 우리를 겁박한 자의 말로를 천하만방에 보여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경계하리라!’ 이런 것인가?
 
석궁이 발사됐을 때 국민들의 반응은 ‘그것 참 시원하다’였다. 이번 판결을 보면 우리 사법부는 왜 자신들로부터 그렇게 민심이 떠나갔는지에 대한 문제의식도, 반성도 없는 것 같다. 그저 상처받은 자존에 대한 분노만 남아 있는 것일까.
 
“도둑질 열 번 하다 걸리면 5년 안에 교도소를 나오기 힘들지만, 10년에 걸쳐 수백억 원대의 횡령을 한 재벌 총수는 유죄판결을 받고서도 유유히 법정을 나서고 있다.” - 고승덕 변호사
 
노회찬 의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조세포탈, 뇌물수수, 횡령 등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지른 고위층 131명 중 특별사면, 형집행정지, 가석방 등 ‘특별대우’를 받지 않은 사람은 19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보도도 있었다.
 
“권력 앞에 법은 평등하지 않다” 비리 거물들 실형 고작 20% 
실형 선고 받아도 집행유예 비율 65%  [데일리서프라이즈 2005-01-13]

 
뿐인가. 요즘 일부 대형 펀드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성역이라고까지 불리는 형편이다. 법조계가 특권화하고, 그 법조계는 서울대·연고대와 특목고 출신자들이 장악하며, 그 학교엔 부잣집 자식들이 가서, 그들끼리 봐주고 밀어주는 지배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에도 재벌에겐 기고, 강연하라는 판결이 나오는가 하면, 주모자는 유유히 풀려나오고 그 밑에서 실무를 한 사람은 실형을 선고 받은 사건이 있었다. 아! 교수는 기고하거나 강연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구나. 기고, 강연은 재벌총수만 할 수 있는 것이었구나. 미처 몰랐다.
 
일반 시민 사이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1년형도 안 나왔을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변호사도 있다. 일반 시민인 내 감각으로는 이 주장이 맞는 것 같다. 감히 옥체를 범하려 했으므로 가중처벌 받아 마땅한 것인가? 우리 사법부가 그렇게 존귀한 가치를 과연 담보하고 있는가? 이 땅에서 법질서에 대한 신뢰와 사법부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주체가 과연 누구인가? 법복을 입은 사람들 자신 아닌가?
 
이런 보도도 있었다.
 
판사에게 1억 사기쳤다 징역 5년
법원이 판사의 전세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여성에게 구형량보다 많은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전세금 사기 사건에 징역 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것도 이례적... [연합뉴스 2004-12-31]

 
이 사건에 대해 검찰 관계자조차도 “죄질이 나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1억 원 이상의 전세금 사기 사건의 경우 통상 징역 10월-1년6월을 선고한 것과 비교할 때 징역 5년은 너무 과하다”며 항소 방침을 밝혔었다. 구형량보다 낮춰 선고하는 것이 통례인데 재판부는 더 많이 선고하는 파격을 보였다. 당시 이 사건 기사를 한 게시판에 퍼나른 네티즌은 게시글 제목을 이렇게 붙였었다.
 
‘판사는 하늘이구만’
 
이런 일들이 벌어질수록 사법부의 권위가 붕괴하고 법질서가 위협받는다. 자신을 낮출수록 오히려 존경받는 당연한 이치를 우리 사법부는 왜 모른단 말인가. 특권의식의 아집에서 깨어나야 한다. 사법부가 지켜야 할 것은 자신들의 존귀함이 아니라 빈부귀천에 상관없이 적용되는 추상같은 법질서다. 그리고 사람한테 죄 줄 때는 증거 좀 먼저 갖추자. 제발 기본부터 좀 하자

 

‘분노의 석궁’, 김명호 교수의 恨 아무도 모른다
[참세상의 눈] 김명호 교수, 패소 불만 박홍우 부장판사 향해 석궁 발사
 
유영주
 
한 수학자의 양심과 10년 맺힌 한이 돌이키기 어려운 불행으로 이어졌다.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는 15일 저녁 7시쯤 박홍우 서울고등법원 민사부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쏴 상처를 입혔다. 화살은 박홍우 부장판사의 배꼽 왼쪽 아래에 2cm 가량 깊이로 박혔으며, 상처는 약간의 출혈이 있는 정도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호 교수는 아파트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쪽에서 내려와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박홍우 부장판사에게 항소심 기각에 항의하다 이같은 사건을 범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명호 교수는 "박홍우 판사를 위협하고 항소심 기각 이유를 따지기 위해 6개월 전에 종로 인근에서 산 석궁을 들고 다가갔지만 박홍우 판사가 가방으로 밀어 서로 승강이를 벌이다 우발적으로 발사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명호 교수는 "법문을 무시하는 판사에게 국민의 마지막 권리로써 국민저항권을 활용한 것 뿐 내 억울함을 알리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법을 무시하는 판사들에 대해서 사법부가 얼마나 썩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김명호 교수는 1991년 성균관대 교수로 임용된 이래 1996년 2월 교수 재임용에 탈락하고 법정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강단 밖의 수학자로의 험한 길을 걸어야 했다. 1995년 성균관대 본고사 당시 수학과목 채점위원이었던 김명호 교수는 '공간 벡터에 대한 증명' 문제의 오류를 발견하고, 수학적 양심으로 이를 문제삼았던 것이 사건의 시발이다. 학교 측은 이 사건을 이유로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시켰고, 김명호 교수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엄혹한 연구자의 길로 내몰리게 되었다.

김명호 교수는 이후 뉴질랜드와 미국을 전전하며 무보수 연구교수직으로 연구 활동을 계속하다, 2005년 3월 국내로 들어와 재임용 취소 청구 소송을 내고 다시 권리 찾기에 착수했다. 김명호 교수는 2005년 8월 1일부터는 대법원 앞에서, 9월 28일부터는 대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장기간 1인시위를 벌이며, 재판부에 불만을 표출냈다. 그러나 2005년 9월 1심에서 패소하고, 이어 지난 1월 12일 2심에서도 패소하자, 15일 박홍우 판사에게 항소심 패소의 부당성을 직접 항의하기 위해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김명호 교수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박홍우 부장판사에 대해 "불자의 탈을 쓴, 전형적인 위선자"이고 "쓰쳐 지나간 십여 명의 판사들 중 최악의 판사"라고 쓰고 있다. 또 "원고의 신청, 변론녹음 신청, 각하신청, 항고, 구문권, 증인신청 등 단 하나도 받아들인 적 없이 전부 기각. 반면에 피고 성대의 위법신청 전부 수용"했다며, 재판 과정에서 느낀 점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김명호 교수는 또 박홍우 부장판사가 "두 개의 재임용 무효결정무효 확인과 교수지위 확인을 하나의 청구취지로 변경했다가 그런 적 없다고 거짓말" 했다며 민사소송법 제1조 위반 외에 모두 11개의 민사소송법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느낀 구체적인 불만 사례로 읽히는 대목이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을 지낸 김석진 경북대 교수는 이 사건을 접하고 "결과적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한 개인이 입은 피해에 대해 사법부가 해결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했다면 이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소 판결에 대해서 김석진 교수는 "법도 가슴이 있어야 하고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는 여지가 있어야 할텐데 재판과정을 미루어볼 때 무심하게 대했다"고 말하고 "김명호 교수가 법조항을 하나씩 따져가며 대응할 정도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결국 재판부는 권력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평소 김명호 교수에게서 받은 인상에 대해 "김명호 교수를 몇 차례 봤지만, 소박하고 학문적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었다고 전하고, "본인이 오랫동안 싸우는 과정과 2심에서조차 패소 판정을 받은 데 대해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민중언론 <참세상>(www.newscham.net)에서 제공했습니다.

 

사법부가 ‘교육자적 자질’ 따질 자격있나
[정문순 칼럼] ‘석궁’ 사건의 본질은 사악한 대학과 오만한 사법부 합작
 
정문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석궁 사건'을 접한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 안타깝다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은 듯하다. 범죄 피의자에게 여론이 분개할 줄 알았던 사법부로서는 적잖이 당황스러울 만하다. 담당 재판부는 "김 전 교수가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며 피해자격인 자신들에게 되레 싸늘하기만 한 여론이 이해할 수 없다고 했지만, 사법부의 오만과 독선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사법부가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석궁'이 말해주는 것은 부당하게 강단 밖으로 내몰린 학자의 억울함이나 불운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의 삶을 틀어쥔 일을 놓고 대학 당국은 사악함으로 일관했고, 사법부는 오만하고 무지했다.
 
법원이 학교 당국의 재임용 탈락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근거로 삼은 김 전 교수의 '교육자적 자질'이라는 건 싱겁게도 아무런 알맹이가 없다. 그러나 남이 가타부타하기 힘든 개인의 취향이나 특성이라도 사법부에게는 '교육자적 자질' 여부를 심판 받아야 하는 것들이 된다.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개인의 '자질'이라는 것에 법이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근대법 정신의 요체라면, 사법부는 학교 당국이 자의로 만든 엉성한 규정에 눈이 멀어 이를 망각한 셈이다. 교육자의 자질을 그렇게 중요하게 치는 재판부가, 얌전히 지냈으면 다치지 않고 교수로 떵떵거리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엉터리 시험 출제와 부당한 채점에 반발한 것은 왜 자질로 치지 않았느냐는 어떤 네티즌의 항변이 떠오른다. 
 
학교측이 내세운 대로 김명호 전 교수의 성품을 그려보자면 그는 기질적으로 매우 자유롭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인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이 옳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싸움을 감행하면서도 변호사 선임조차 하지 않았다. 자기 확신이 강해 세상과의 좌충우돌도 마다하지 않는 돈키호테 형 인간은 남에게 미움 살 일이 많음을 그는 보여주었다. 그는 재판부의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꼬박꼬박 말대답을 해주고, 자신이 얼마나 교육자적 자질이 충만한 사람인가를 거짓말을 보태서라도 웅변해야 교수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문제의 2심 재판에 참여했던 이정렬 판사가 사건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판부가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한 김명호 전 교수를 걸고넘어지는 것을 보며, 하루 종일 우울함이 가시지 않았다. 묻는 말에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불리한 판결을 내리는 데 거리낌없을 정도로 오만한 것이 대한민국의 사법부다. 재판부는 김 전 교수에게 예, 아니오 중 하나의 답변만 요구했지, 비겁한 사학의 고무줄 잣대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자신들이 얼마나 공정한지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학교가 교원을 마음대로 쫓아내도 재임용은 학교의 재량일 뿐이라는 판결이 나오는 사회, 인간의 머리 위에 올라앉아 사람 됨됨이를 평가하겠다는 사법부의 오만. 재임용에서 탈락되지 않을 만한 교육자의 자질이란 무엇일까.  만약 여자 제자를 성추행한 교수의 교육자적 자질을 평가한다면 그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교육자적 자질을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은 무엇일까.
 
나는 교육자적 자질이 부족한 교수에 의해 심각하게 상처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다. '교수성폭력대책위원회'라는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보면 교수 성폭력 피해자들의 피맺힌 절규가 넘쳐흐른다. 피해자가 사실을 햇빛 속에 진실을 드러내는 순간 이중 삼중의 고통이 더 얹혀지며, 어렵게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가해교수는 학교 당국으로부터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도 않는다. 어린 내 영혼을 할퀸 20년 전의 성추행 교수는 이후에도 버릇을 고치지 못했는데도 가벼운 징계 한 번 먹은 적 없이 잘 먹고 잘 사셨다. 학교 당국만 건드리지 않으면 교육자적 자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교수라도 정년을 보장받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한 인간의 내면까지 재판하겠다는 사법부의 오만이나, 죄 없는 사람들의 목숨까지 빼앗았던 긴급조치 시대의 판사들이나 뿌리가 다를 바가 무엇일까. 석궁 사건을 낳은 사법부의 태도를 보건대, 유신 치하 긴급조치 사건에 유죄를 때렸던 판사들이 지금 스스로 내세우는 변명대로 그때 과연 힘이 없어서 마음에도 없는 판결을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취임 초기 직원들에게 국민을 잘 섬길 것을 힘 주어 강조했다. 그의 말이 빈말이 되지 않으려면, 남의 머릿속을 헤집고 들어가 그 생각이나 개인적 취향도 심판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는 판사들의 오만방자함이 묵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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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대자보> 편집위원이며, 문학평론가입니다.
 
2007/03/02 [12:43]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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