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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자유'라는 괴물과 싸워야 할 때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7. 10. 22.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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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자유'라는 괴물과 싸워야 할 때
[하재근 칼럼] 민주화 세력이 불러들인 '자유'가 나라를 말아먹고 있다
 
하재근
 
자유라는 괴물과 싸워라
 
나는 자유화 개혁에 치를 떱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까지 독재청산을 진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나의 문제의식과 사람들의 상식이 곳곳에서 충돌합니다. 파시스트냐, 히틀러냐, 스탈린이냐는 말은 하도 많이 들어 귀에 못이 박혀버렸습니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극단적인 자유화 개혁세력은 재벌들입니다. 재벌들은 정부해체까지 기획했던 적이 있지요. 조선일보도 일부 정부부처의 해체를 요구합니다. 관치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권력을 축소하는 건 참여정부나 한나라당이나 마찬가집니다. 정말 웃기는 건 재벌들이 주장했던 대로 완전 자유화로 갔으면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지금 재벌가문은 없다는 겁니다.
 
주주들이 재벌 총수의 황제경영을 그대로 뒀겠습니까? 또, 재벌들끼리 미친 듯이 과당경쟁해서 IMF 터졌을 때 국가가 보증해주지 않았다면 재벌들 중에 얼마나 버텼을 것이며, 혹 회사는 버텼다 해도 기존 지배권자들은 축출당했겠지요. 사업다각화, 확장도 힘들지요.(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니까) 지금도 재벌은 자기 회사 힘들어지면 정부한테 아쉬운 소리 합니다. 외국펀드가 경영권 위협하면 정부 쳐다봅니다.
 
자유화는 부자들한테는 무조건 좋지만 한국의 경제구조엔 치명적이어서, 일반국민에게만 나쁜 게 아니라 재벌오너 자신에게도 독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저 부자로서 자기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뵈는 게 없었던 것입니다. 자기 자신까지도 죽일 수 있는 자유화를 주장했던 재벌들의 상태를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것으로 기대를 모은 <괴물>. 그러나 대한민국 현실은 영화 속 괴물보다 더 무섭지 않을까?     ©봉준호 필름
개발독재는 불균형 성장 정책이었습니다. 전 국민이 희생해 재벌을 키우고 그 재벌이 국민을 먹여 살려 줄 걸로 기대한 정책이었지요. 재벌이 국민을 알아서 먹여 살릴 리가 만무하기 때문에 재벌 오너와 국가가 결탁해 기업을 반공기업처럼 운영하게 했습니다. 그 뒷배엔 은행이 있었구요. 그런데 오너는 적은 지분으로 불안하게 기업을 지배하고 있었고, 재벌은 선진국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몸집을 불렸습니다.(계열사의 돈과 인재, 기획력 몰아주기. 지급보증. 내부거래. 인재파견 등등)
 
대기업에 집중하는 동안 중소기업은 매우 불안하게 성장했습니다.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국제경쟁력을 갖기엔 아직 부족했습니다. 국내의 불균형 상황에, 부가 집중된 부문의 지배구조도 불안, 최고 부문 외 산업은 아직 미숙한 단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수준. 이렇게 불안한 구조가 국가의 지도 아래 통일되어 있었던 것이 1990년대의 상황이었습니다. 자유화는 그 결속망을 부수고 부가 집중된 부문이 자유롭게 훨훨 날아가도록 했습니다. 구조가 붕괴됩니다. 그래서 섣부른 자유화는 우리에게 위험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기심에 가득 찬 강자들은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하고 싶은데 국가가 규제하니까 짜증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국가가 뒤로 물러나고 완전히 자유화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하라고 자유화하면 결국엔 강자, 부자가 깡패 노릇을 하게 되는데,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은 지분이 작아서 다른 돈 많은 깡패(주주)들에게 얼마든지 ‘다구리’당할 수 있지요. 그건 생각도 못했던 겁니다. 금붕언가? 국가권력(국민)이 하도 보호해 줬더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던 것이지요.
 
또 웃기는 건 재벌이 노동을 유연화하고 임금을 깎아서, 마음껏 노동자의 삶과 노동자의 소비로 유지될 지역경제를 착취할 자유를 달라고 해서 들어줬지요? 그런데 그렇게 마구 이익을 취하고 남을 착취할 자유를 주기 시작했더니, 결국엔 주주도 자기 이익을 취하고 기업을 착취할 자유를 받아서 재벌을 착취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여기까진 좋은데(재벌 총수도 주식부자니까 아쉬울 것 없음. 자기가 자기 기업을 착취하는 사태 발생) 문제가 되는 건 주주들의 기업착취가 시작되니까 이젠 총수가 기업집단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도 없고, 당장 자기 경영권 지키는 것을 걱정할 처지가 됐다는 것입니다. 결국 한국 재벌이 노동자 잡아먹으려다 자기가 잡아먹히게 생긴 것입니다. 참 이걸 쌤통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재벌들은 지금도 여전히 자신들에게 보다 큰 자유를 달라고 요구합니다. 노동자를 자를 자유, 아무 데나 공장 지을 자유, 업종 넘나들 자유, 세금 안 낼 자유 등등등. 자기들의 사적 이익을 무제약적으로 추구하겠다는 겁니다. 그에 따라 작은 정부, 즉 탈규제를 요구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주주의 이익을 국가가 규제, 몰수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자신들의 경영권을 국가가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경영권 세습도 꼭 할 수 있도록 외국인 주주의 이익을 국가가 몰수해 달랍니다. 자신들에겐 작은 정부여야 하지만, 경영권 위협하는 외국인 주주나 파업하는 노동자들에겐 강한 정부가 돼 줄 것을 요구합니다.
 
‘나에겐 자유를! 남에겐 규제를!’
 
이게 이상한 게 아닙니다. 재벌이 특별히 ‘인간말종’이거나 악독해서 저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본성일 뿐입니다. 자유를 안 주면 저런 걸 속으로만 생각하고, 자유를 주면 저런 이기심을 실제로 실행에 옮깁니다. 그리곤 힘센 놈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사회가 됩니다. 나라꼴이 ‘개판’이 되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자유화는 나라꼴을 ‘개판’으로 만들었습니다. 자살, 탈출, 저출산, 공동화, 소득격차, 심지어는 정신병 환자 비율까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식기반사회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교육에 있는데 교육도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공무원 공부만을 할 뿐입니다.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창조적인 분야로 가는 게 아니라 의사, 변호사가 됩니다. 힘센 놈이 좌지우지하는 사회에서 자기 자신이 힘센 놈 그룹에 껴야만 사람대접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자유화의 결과입니다. 아직도 자유화하자는 주장이 대세입니다. 국책연구소 연구원들조차 모두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젠 독재청산, 국가주의청산이 과제가 아닙니다. 민주화 세력이 불러들인 자유가 나라를 말아먹고 있습니다. 자유라는 괴물에 대해 바리케이트를 쳐야 합니다. 이것이 앞으로 한국사회의 핵심 화두가 될 것입니다.
 
* 필자는 시사평론가,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ooljiana, 저서에 <중국의 역사와 문화> 등이 있습니다.
 
2007/10/14 [03:32]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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