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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육지 체험 가는 날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 1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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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육지체험 하러 가는 날"
[이 사람]섬 아이들 데리고 한 달에 한 번 육지체험 나서는 우도분교 박유미 교사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이돈삼(ds2032) 기자   
▲ 고흥 남양초등학교 우도분교에 근무하는 박유미 교사. 그녀는 "아이들이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라고 말했다.
ⓒ2005 이돈삼
"아이들이 자기 눈과 귀로 직접 보고 듣는 것보다 좋은 교육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도 무척 좋아하구요."

개인적으로 돈을 들여 섬에 사는 아이들의 육지체험을 해오고 있는 박유미(39) 교사. 그녀의 교육방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1989년부터 교직생활을 해오고 있는 그녀는 시쳇말로 '섬마을 선생님'이다. 집에서는 세 아이의 엄마이면서 방학을 이용해 교육대학원에도 다니고 있는 학구파기도 하다.

그녀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는 바다만큼이나 순수하고 깨끗한 어린이 6명이 다니고 있다. 아이들은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지만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함께 생활하면서 친형제·자매보다도 정겹게 지낸다. 화제의 학교는 전라남도 고흥군에 있는 남양초등학교 우도분교.

4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우도는 하루 두 번 물길이 열려야 들어갈 수 있는 마을. 흔한 문방구, 가게, 보건진료소 하나 없지만 아이들은 바다를 닮아 순수하기만 하다.

이 아이들이 다니는 우도분교는 등·하교 시간부터 일반적인 학교와 다르다. 부모들이 바다에 나가는 '물때'에 따라 학교 가는 시간이 들쭉날쭉한 것. 등교하는 길에 해돋이를 보는 것도 다반사.

이 아이들을 데리고 박 교사가 육지로 체험학습에 나선 것은 지난해 3월 분교 근무를 시작한 직후부터.

"2학년인 한 아이가 1000원을 주고 500원짜리 과자를 사면서 거스름돈을 받아오는 것을 모르더라구요. 동전 구분도 잘 못하구요. 어떤 아이는 토끼가 새끼를 낳는지 알을 낳는지 헷갈려 하더라구요."

▲ 바다 만큼이나 깨끗하고 순수한 우도분교 어린이들.
ⓒ2005 박유미

▲ 육지체험의 하나로 육교를 두 눈으로 확인한 분교 어린이들.
ⓒ2005 박유미
박 교사는 아이들의 교육 체험이 부족하다고 보고 동료 교사들과 함께 사비를 털어 육지체험을 나갔다. 평균 한 달에 한 번씩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고흥, 순천 등지로 나가 육교와 지하도, 백화점, 목욕탕, 경찰서, 소방서 등을 찾아갔다.

육교는 어떻게 생겼는지, 지하도는 또 어떻게 생겼는지 발품을 팔며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극장에 가서 영화도 보고 목욕탕에도 갔다.

"한 번은 목욕탕에 같이 가서 아이들의 등을 밀어주고 있는데 한 아이가 '선생님의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합니까?'하고 묻더라구요. 정말 기특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선생님이 할머니가 되거든 갚아라'고 했죠."

이를 두고 박 교사는 아이들에게 노후 걱정을 덜어줄 든든한 보험(?)을 들어놓았다고 표현했다.

▲ 아이들을 집에 까지 데려와 자녀들과 같이 어울리도록 해주고 있는 박유미 교사.
ⓒ2005 이돈삼
또 있다. 아이들은 주말마다 요리체험을 한다. 늘 먹고 싶은 피자나 스파게티, 햄버거는 아니지만 떡볶이와 카레라이스 등 어렵지 않게 만들어볼 수 있는 것을 직접 요리해 보는 것. 맛도 맛이지만 요리를 하는 과정에 모두 참여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재미있어 한다.

학습용 부교재를 사서 아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붙여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녀의 체험교육 가운데 하나.

심지어 아이들을 집에 와서 놀도록 하고 부부 모임에 데리고 나가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은 박 교사를 엄마처럼 따르고, 그녀는 아이들을 친자식처럼 돌봐주면서 한 가족처럼 단란하게 지내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그녀에게도 안타까움이 있다. 광주나 서울 등 대도시 학교와 자매결연이라도 맺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견학기회를 주고 싶은데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 동료 교사들이 호주머니까지 털어 보태지만 경비를 충당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달 하순께 강원도에서 하는 2박3일 부부모임에 아이들도 데려갈 예정"이라는 박 교사는 "(아이들에게)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우도분교장에서 분교장과 함께 한 아이들.
ⓒ2005 박유미

▲ 우도를 배경으로 선 아이들.
ⓒ2005 박유미

▲ 순수하면서도 환하게 웃고 있는 우도분교 어린이들.
ⓒ2005 박유미

2005/01/13 오후 2:15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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