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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x파일에 얽힌 병리적 심리들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 2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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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x파일에 얽힌 병리적 심리들
사람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몸쓸 뒷담론 문화
  김헌식(codess) 기자
연예 파일을 두고 모두 놀라고 있다. 당사자들 즉 보고서를 만든 이, 협조한 이, 유출한 이, 각 연예인-기획사, 해당 기사를 작성한 이, 기사를 전면에 건 포털 서비스, 펌질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그 파급에 스스로 놀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도덕적 법률적 책임을 따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제도적 해결도 필요하다. 쉽지만은 않다. 또한 언제나 이러한 기준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에 이르기 쉽다.

사회 현상은 동기나 목적이 아니라 심리적인 현상으로 증폭되어 일어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살펴보는 것은 다른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할 것이다.

간접성, 왜곡과 비극의 시작

우리는 나 자신에 대한 소문이 사람들에게 잘못 알려진 경우를 많이 발견하고는 한다. 그래서 속이 상하고 그러한 점을 바로잡거나 해명하는데 애를 쓰는 경험을 곧잘 하고는 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오해를 낳고 잘못 알려지고, 왜곡되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이다. 우리일상은 그러한 와전, 왜곡, 바로잡음의 연속과정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와전이나 왜곡은 간접성 때문에 일어난다. 현상이나 본질 중간에 누군가 끼어서 전달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중에 왜곡이 일어난다. 혹은 직접 대화를 나누어도 잘못 인식되거나 전달된다.

이렇게 우리 일상에서도 무수한 정보의 오류가 실제인 것처럼 횡행하는데 연예계와 연예인들에 대한 담론은 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그것이 옳다고만 여긴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공통으로 가장 많이 접하는 사람들은 아마 연예인들이다. 일상에서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하루에 한번 이상 언급된다. 그런데 이들을 우리는 앞에서 직접 만나지 않고 간접으로 만난다. 이 간접으로 만나는 매개체가 말 그대로 미디어다. 신문, 방송, 잡지, 영화 그리고 요즘에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공간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인터넷을 켜면 하루에도 적어도 몇 번은 만나게 된다.

새로운 연예인들, 화제의 연예인들을 끊임없이 만난다. 그럼 우리가 알고 있는 그들은 과연 진정한 그들인가?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은 상대방이나 사물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 처음 알게 된 사실을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이를 일컬어 심리학에서는 “초두 효과”라고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잘못 알게 되는 경우라도 그것이 진실인 줄 알게 된다.

우리들은 연예인에 대해서 많은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의 거의 대부분은 미디어를 통해서 얻은 것들이다. 대부분의 연예인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가 이렇게 간접적으로 얻은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것들이 없다. 간접적으로 얻은 것들이기 때문에 믿지 않는 원인이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많이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정보가 엉터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연예인들은 이미지를 상품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항상 좋은 이미지와 관련된 정보만 흘리므로 이미 애초부터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공식적으로 흘러나오는 말들은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뒤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에 항상 목말라 한다. 연예인들의 성적인 부분의 이야기에는 열광한다. 특히 여자 연예인들에 대해서는 무차별적이다. 남자 친구를 바꾸면 헤픈 사람으로 비약, 왜곡시킨다. 여자 친구와 손을 잡았다고 레즈비언이라고 한다.

매트릭스의 또다른 매트릭스

“미디어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진실이 아니다. 그들은 항상 진실을 숨기고 있다. 본질은 뒤에 있다.”

마치 매트릭스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네오같이 스스로 우쭐해지기도 한다. 여기에 한국을 대표한다는 굴지의 광고회사가 작성한 보고서이니 그것은 대부분 맞을 것이라는 “후광 효과”도 한몫한다. 그러나 이 또한 간접적인 매개체를 통해 얻은 것들이다.

진짜라고 여기는 ‘뒷담화‘라는 것도 결국에는 간접적으로 전달받은 것이다. 정보의 왜곡이나 와전이 심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도 그것이 진실인 것으로 착각한다.

이렇게 편견에 찬 태도일 때 한사람의 연예인에 대한 부정적 낙인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초두 효과와 함께 해당자에 대해서는 치명적인 편견을 사회적으로 뿌리 깊게 하고 이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이 부분이 연예인들의 활동 생명성이나 상품성 유지에 전전긍긍하게 하는 핵심 이유이다.

몇가지 병리적 나르시시즘

무엇보다 단지 인권에 대한 뒤진 인식 수준이 아니라 이번의 사태는 몇가지 심리들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벌어진다. 그러나 연예인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이중적이기 때문에 여전히 지속된다.

그 출발은 대중의 욕망과 좌절, 대리 충족에 있다. 여자연예인들에 대한 관음증과 가학적인 행동들은 그녀들에 동경과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대리 충족에서 벌어진다. 다른 남자연예인들에 대한 행동들도 이러한 선망과 거꾸로 일어나는 질투와 질시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자료가 퍼진 것은 단순히 재미뿐만 아니라 대중의 이러한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또한 연예인에 대한 무차별적 행동을 정당한 것으로 자기위안 삼는 사회 심리가 있다.
“너희가 알고 있는 연예인들에 대한 정보는 사실이 아니야. 너희는 속았어, 사실 걔들의 본질은 이렇다니까!”

더 자세히 보면 연예인들에 대한 편견이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예인들을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항상 좋은 표정과 멋지고 우아한 행동만을 하면서 부와 명예와 때로는 문화적 권력을 가진 절대적 존재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러한 이들에 대한 폭로나 비난을 마치 권력자에 대한 정치적 비판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연예인들은 언제 한번에 그 수명이 다할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으며 그들의 지엽적인 미확인된 사실의 비난은 가십 활동에 불과하다. 이러한 것들이 한사람의 인권을 무차별적으로 짓밟을 수 있다는 사실에 무감각하다. 그들은 힘을 가진 자들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짓밟고 이죽거려도 된다고 여기기도 한다.

여기에 연예인 자체를 부정하고 그 부정에 따라 무조건 폄하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을 옳다고 여긴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본질과 상관없이 이미지를 팔아 사는 연예인들은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실제와 관계없이 이미지로 사람들을 혹하게 하는 연예인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것이다. 때로는 성상 파괴주의자들과 같아 보인다. 그래서 연예인들의 실제의 폭로에 집착한다. 이러한 태도는 매우 치우친 태도다.

케네스 볼딩의 말대로 사람은 밥을 먹고 살 듯이 한편으로는 이미지를 먹고 산다. 이미지만큼 사람들에게 삶의 활력소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강력한 것도 없다. 이미지 자체는 중간적이다. 문제는 그 이미지가 어떠한 부정, 긍정의 역할을 하는 가 뿐이다.

연예인들은 대중문화 산업에서 화려한 1차 생물이다. 화려하게 보여야만 그들은 생명성을 유지한다. 그것이 대중들에게 존재하는 이유이다. 생명성을 유지하지 위해 그들은 필사적으로 이미지 전략을 사용한다. 대중 문화산업에서 모든 이들이 먹고 살도록 해주는 연예인들! 그러나 그들은 화려해 보이지만 대부분이 1차 생물일 뿐이다. 언제든지 수많은 육식 동물들이 뜯어먹으려고 노리고 있다. 연예인들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는 결국 우리 자신을 해칠 수 있다. 우리들 대부분은 또 다른 잠재적 1차 생물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언제든 우리도 연예인들처럼 당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우선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알고 있는 그들에 대한 정보는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직접 만나도 사람을 알 수 없는데 간접 매체나 경로를 통해 그 사람을 재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인터넷 펌질의 문제성이나 네티즌, IT의 명암을 따지기 이전에 따질 부분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사물과 사람에 대해 쉽게 판단하고 옳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서로를 불신하고 서로 멀어지게 한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불신하게 하는 간접성과 불신의 문화는 자본주의 상품구조에서 심화되어 왔다. 대중문화산업이 연예인들을 상품으로만 여기는 한 연예 파일 같은 불행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언제나 상품성이라는 간접성 때문에 거꾸로 본질이 왜곡된다.

웬만한 사람은 다 보았을 파일, 그래도 이 땅의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라 여기고 싶다. 또 여기도 싶다, 본질이 아닌 것을 본질로 여기고 왜곡된 인식을 가지지 않기를 말이다. 우리 스스로 가진 나르시시즘이 병리적으로 투영될 수 있고 우리도 놀라는 일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언급하면 우리는 간접성을 벗어날 수 없다.
모든 것을 직접 겪고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연예인들을 직접 만나고 알아보고 판단하기는 더욱 불가능하다. 이러할 때 중요해지는 것은 중간 매개체, 미디어의 역할이다. 진정 절박해지는 것은 사실을 사실로, 진실을 진실 그대로, 허구와 왜곡을 질타하는 제대로 된 연예 저널리즘이다. 우리는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전환, 제도 법률적 입안보완 뿐만 아니라 이점을 심도 있게 고민할 시점이다.
브레이크뉴스에 보낸 글입니다.

2005/01/22 오전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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