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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부실 도시락 대안 없나?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 1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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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결식아동 영양상태 조사 한번도 안했다"
[진단] '부실도시락' 대안은 없나..소규모 공동체 급식센터 적절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장윤선(sunnijang) 기자   
▲ 결식아동에 대한 부실 도시락 제공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14일 김근태 복지부장관이 서울 중랑구 신내동 유린원광사회복지관을 찾아 결식아동 급식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2005 연합뉴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최근 불거진 '부실도시락' 파문을 진화하기 위해 급식단가 상향조정, 지역아동센터 예산확충 등을 제시했으나 정작 현장 공부방 교사들은 예산지원만으로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며 근본적인 정책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 14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올해 급식단가를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하고, 지역아동센터(공부방)에 168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지원하는 한편 지원대상 지역아동센터도 현행 462개소에서 800개소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장 공부방 교사들은 "결식아동 급식문제는 당정의 주장대로 예산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결식아동 급식지원사업에 대한 발상의 전환 ▲급식대상 아동들의 영양상태 점검 ▲소규모 공동체 위주의 급식센터 확대 ▲안전한 먹을거리 제공 ▲지역아동센터의 전문성·투명성 확보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현장 공부방 교사들은 "결식아동 급식지원사업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으나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 아동들의 영양상태에 대해 점검한 바 없다"며 "식권 등 무료급식을 지원받는 전국의 30만 저소득층 아동들에 대한 즉각적인 건강검진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년간 결식아동 영양상태 조사 한번도 안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25개 자치구 가정복지과를 통해 관내 1만6400명의 결식아동(고등학생 이하 청소년 포함)들에게 매월 7만5000원 상당의 한 달치 식권(1끼×2500원×30일)을 나눠줬다. 학기 중에는 학교급식으로, 방학 때는 식권과 자활후견기관이 배달하는 도시락을 지급해왔다.

이는 전국적으로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자활후견기관이나 지역아동센터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들의 경우 대개 식권이나 상품권, 도시락 등으로 무료급식 지원을 받았다.

서울시 영등포구도 관내 1455명의 결식아동들에게 매월 7만5000원 상당의 한 달치 식권(1끼×2500원×30일)을 제공하는 무료급식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이 아동들에 대한 영양상태가 전혀 점검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박희순 영등포구청 결식아동 무료급식 담당은 "솔직히 현 상황으로는 결식아동들의 영양상태까지 체크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며 "회수된 식권을 통해 아동들의 급식현황을 파악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건강세상네트워크(대표 조경애)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서울의 저소득층 밀집지역(신림동, 성산동, 상계동, 청량리동) 공부방 학생 162명과 서울지역 2개의 초등학교 학생 391명을 대상으로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저소득층 아동들이 일반 아동에 비해 건강상태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내 자녀가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비율이 일반 아동(72.4%)에 비해 공부방 아동(36.3%)은 절반수준이었다. 이뿐 아니라 충치(공부방 69.9%, 일반 60.8%), 사고경험(공부방 26.5%, 일반 21.2%), 위생인식(공부방 90%, 일반 75.5%) 등 대부분 영역에서 일반 아동들보다 저소득계층 아동의 건강상태가 불량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이 결과를 분석하면서 "정부는 저소득층 아동의 건강수준을 공식적으로 조사하고 적절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 현직 공부방 교사들은 부실도시락의 대안은 소규모 공동체에서 안전한 먹거리로 따뜻한 밥상을 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낮 서울 강동구 천호동 `꿈나무 교실`에서 무농약 쌀,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를 먹이지 않은 닭, 유정란, 북한산 취나물, 유기농 야채와 과일로 만든 식사를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권우성
"똑같은 반찬 질렸다"..도시락서 이물질도 발견

아동들의 건강상태가 이렇게 취약한 이유는 실제 영양섭취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실도시락'의 열량(권장량의 60% 수준) 및 영양가 형편없는 것처럼 일일식권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결식아동들의 부실한 식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급식사업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것.

실제 행정당국으로부터 식권을 받는 결식아동들은 2500원권 식권으로 관내 분식점, 중국음식점, 제과점 등에서 김밥, 만두, 라면, 짜장면, 짬뽕, 빵 등을 먹는다. 가격에 따라 거스름돈을 받거나 여러 장의 식권을 내기도 한다.

이에 대해 현장 공부방 교사들은 "성장기 아동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섭취하도록 해도 모자른 판에 성인들도 꺼리는 인스턴트 식품으로 한끼 때우라는 것밖에 안 된다"며 행정당국의 무심과 안일함을 개탄했다.

서울 응암동에 위치한 공부방 '꿈이 있는 푸른학교' 장종규 교사는 "결식아동의 급식은 안전한 먹을거리와 따뜻한 밥상이 기본이어야 한다"며 "식권을 제공받는 아이들은 밥 대신 빵을 먹고 거스름돈으로 PC방에 가는 등 다른 용도로 쓰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장 교사는 "홀로 방치된 아동은 대개 밥을 거르는 일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어른이 옆에서 챙겨주지 않으면 영양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식아동 급식사업은 도시락이나 식권처럼 '한 끼 때우기' 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육근원 서울 영등포 '좋은 나무' 공부방 교사도 '부실도시락'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2년 전 도시락 수급대상 아동들의 가정을 방문해보면 대부분 4∼5개의 도시락을 냉장고에 쌓아놓고 있었다"며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똑같은 반찬에 질려서 안 먹는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강미경 전북지역공부방연합회 대표는 "지역의 결식아동들이 집으로 배달된 '튀김 위주의 식은 도시락'을 먹지 않고 버리는 경우를 봤다"며 "심지어 도시락에서 수세미류 이물질이 나오기도 했는데 과연 아이들이 이런 도시락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었겠냐"고 개탄했다.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 등에 대한 노출빈도가 높은 저소득층 결식아동들의 안전한 식탁을 걱정하는 공부방 교사들은 이번 '부실도시락' 파문으로 행정당국이 근본적 대책마련에 나서기를 바라고 있다.

경기도 한 자치구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한 교사는 "냉동식품과 인스턴트 위주로 짜인 도시락을 아이들에게 먹일 수 없다"며 '도시락 보이코트'를 선언했다.

김모 교사는 "복지부 지침에 따라 공부방 아이들에게 배당되는 도시락을 주게 돼 있었으나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다"며 "차라리 정부지원 없이 다른 후원으로 운영할 지라도 양심상 냉동식품과 인스턴트 위주로 된 식단을 성장기 아동들에게 줄 수는 없었다"고 고백했다.

결식아동 급식지원사업, 모니터링 누가 하나?

현장 공부방 교사들은 '부실도시락' 등 결식아동 급식지원사업의 대안은 "소규모 공동체 위주의 급식센터를 확대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로 아이들이 따뜻한 밥상을 받는 것"이라며 "예산올리기식 대처로는 저소득층 급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육근원 교사는 "도시락이나 식권은 궁여지책일 뿐 근본적 대안은 아니"라며 "결식아동의 영양상태와 건강검진 등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육 교사는 "각 동마다 아동위원들이 2명씩 있는데 이들의 역할이야말로 결식아동 급식지원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현장 공부방 교사들은 "80년대 이후 빈민운동을 시작으로 공부방에 뛰어든 교사들이 열정은 있으나 아직 전문성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저소득층 아동들을 위한 급식지원사업의 전문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대책마련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2005/01/15 오후 9:22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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