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논술] 자동차의 바퀴는 왜 동그랗까
얼마 전 한 광고에서 삼각기둥 모양의 음료수 캔 바퀴가 달린 자동차가 등장해 눈길을 끈 적이 있었다. 삼각형 바퀴를 달았으니 움직일 때마다 차가 덜컹거려 선반 위의 물건이 마구 떨어지고 승객들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우리는 자동차 바퀴가 광고처럼 삼각이나 사각이 아닌 원 모양인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여기에도 수학적인 개념이 숨어 있다.
바퀴가 발명되기 전에는 원기둥 모양의 나무가 운송수단으로 주로 이용됐다. 통나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놓은 뒤 무거운 물건을 위에 올려놓고 밀거나 끌고 가는 식으로 옮기는 것이다. (그림 1) 물건에 힘을 주면 통나무가 구르면서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움직인 거리를 계산하면 수학적인 법칙을 알 수 있다.
통나무 모양이 모두 똑같다고 가정하고 반지름의 길이를 r라고 하자. 통나무를 한 바퀴 굴리면 통나무는 둘레 길이인 2πr만큼 움직이게 되며, 그 위에 올려진 물건은 통나무 둘레를 따라 움직이므로 결과적으로 2×2πr만큼 움직이는 것이다. 즉 통나무 둘레의 2배만큼씩 물건을 옮길 수 있다. 이는 상당히 효율적으로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통나무 위에 올려진 물건 역시 덜컹거리는 일이 없으니 안전한 운송수단이기도 했다. 하지만 먼 거리를 이동하려면 통나무를 뒤에서 앞으로 계속 옮겨야 하므로 바퀴보다는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바퀴는 수많은 도형 중에서 하필이면 원 모양을 띠게 됐을까?
단순히 굴리기 쉽게 하려고 둥근 모양을 하게 됐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바퀴를 사용하려면 일정한 힘을 가해 굴릴 수 있고, 덜컹거리지 않고 안전하게 운반해야 한다는 점을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즉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데, 이는 바퀴가 원 모양일 때만 가능하다.
우선 원의 정의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원이란 도형의 중심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점으로 이뤄진 도형이다. 따라서 원 모양으로 바퀴를 만들면 중심이 직선 모양으로 움직이게 되므로(그림 2) 길만 평평하게 잘 닦였다면 덜컹거릴 일이 없다.
하지만 사각형 모양의 바퀴를 사용하면 사각형의 중심이 직선 모양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그림 3) 덜컹거릴 수밖에 없다. 만약 자동차 바퀴를 사각형으로 만들었다면 승객들은 두통과 멀미에 시달릴 게 분명하다.
많은 도형 중 삼각 모양의 바퀴가 가장 심하게 덜컹거리며, 다각형 변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덜컹거림은 덜해진다.
하지만 바퀴가 원 모양이 아니더라도 덜컹거리지 않고 타는 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바퀴 모양을 원이 아닌 다른 다각형으로 만들고 싶다면 길의 모양을 바꾸면 된다.
다각형의 바퀴가 굴러가면서 덜컹거리는 이유는 중심이 직선이 되지 않기 때문이므로 바퀴의 중심을 이은 선이 직선이 되도록 길을 닦으면 된다. 즉 바퀴의 중심에서 가까운 쪽은 볼록하게, 중심에서 먼 쪽은 깊게 판 모양으로 된 특별한 길을 만들면 바퀴의 중심을 직선 모양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그림 4)
이런 길은 현수선 모양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현수선이란 줄 양쪽 끝을 고정해 자연스럽게 늘어뜨렸을 때 생기는 모양(그림 5)을 말한다.
현수선 모양으로 생긴 길 위로 다각형의 바퀴를 굴릴 때는 현수선의 한 주기의 길이와 다각형 한 변의 길이를 같게 만들어 굴려야 한다.
길이만 잘 맞추면 삼각형이나 사각형, 육각형 바퀴 등 어떤 모양의 바퀴도 덜컹거리지 않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바퀴 모양에 따라 길의 모양도 달라진다.
삼각형 바퀴의 경우 길이 매우 올록볼록한 데 비해 육각형 바퀴가 구르는 길은 그보다는 덜 올록볼록하다.(그림 6)
결국 변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볼록하게 튀어나온 부분의 높이는 점점 낮아지게 되며 바퀴 모양이 원이 되면 길의 높낮이도 없어져 평평하게 된다. 바퀴가 원 모양인 이유는 단순히 굴리기 쉽다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효율성과 안정성, 길의 모양까지 모두 수학적으로 따져본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미래엔 다각형 바퀴가 사용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다각형 바퀴는 원 모양보다는 속도를 내기 어려우므로 과속을 방지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비나 눈이 올 때 사고를 줄일 가능성도 있다. 또 바퀴가 쉽게 굴러가면 위험한 곳에서도 다각형 바퀴가 쓰일 수 있다. 물론 그러한 바퀴를 발명할 때는 수학적인 사고를 통해 효율성과 안정성을 따져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 정미자 / 신림고 수학교사
출처 : 세계일보
날짜 : 2007년 6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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