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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토의토론 학습지

박종국교육이야기/논술강의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8. 7. 2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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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토의․토론 학습지>

자전거 도둑

                                                            박 완 서 창작 동화


수남이는 청계천 세운 상가 뒷길의 전기용품 도매상의 점원이다. 나이는 열여섯이나 아직 어린 아이처럼 볼 살이 토실하고, 키가 작아서 꼬마 점원으로 통한다.

수남이는 주인 영감님의 총애를 받으며 열심히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하고 밤에는 혹시 야학이나 학교를 보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혼자 공부하는 중이다. 주인 영감이 흘러가는 말로 하신 말씀을 곧바로 듣고 수남이는 늘 준비하는 의젓함이 있다.

어느 해 봄날, 몹시 바람이 불던 날 주인 영감이 수남이에게 배달 심부름을 시켰다. 그리고 오면서 외상값도 받아 오라고 하셨다.

왠지 재수가 없는 날인 듯이 기분이 안 좋은 상가 사람들과 주인영감을 뒤로하고 수남이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배달을 나갔다. 좁은 골목을 통과하여 배달을 하려니 자전거를 골목 입구에 세워 놓을 수밖에 없었다. 배달을 하고, 외상값 흥정을 힘겹게 끝내고 골목을 나온 수남이 앞에 웬 뚱뚱한 아저씨가  화를 내며 자전거를 차고 있었다. 수남이는 얼른 달려가서 “왜 남의 자전거를 발로 차느냐” 면서 물었더니 아저씨는 분이 안 풀리는지 펄쩍펄쩍 뛰면서 소리 질렀다.

“네 놈의 자전거가 내 고급차에 흠집을 냈단 말이다. 이 미련한 놈아! 왜 이제야 나타났어? 내 차는 여자들 손톱만 살짝 닿아도 생채기가 나는 고급차란 말이다. 세워둔 네놈의 자전거가 바람에 엎어지면서 내 차에 닿았단 말이야. 물어내 물어내란 말이야!”하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수남이는 울상이 되어 온 세상이 뿌옇게 보일 뿐이다. 평소에 꾹 참고 지내던 고향 떠난 서글픔이 이럴 때 밀려오고 엄마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돈 십만 원을 가져오면 자전거를 돌려주겠노라고 하면서 뚱뚱한 아저씨는 자전거에게 큰 자물통을 매달고는 앞 복덕방으로 들어갔다. 수남이는 계속 울먹이며 서 있었다. 한참을 그러고 서 있던 수남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마음속에서 와글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야, 토껴라. 토껴. 그까짓 것 가지고 토껴라.”그 속삼임이 악마의 소리처럼 감미로워서 수남이의 가슴이 뛰었다. “그래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나 같은 애한테 돈을 우려먹으려고 그러는 사람일거야!” 하면서 수남이는 순식간에 자전거를 옆구리에 번쩍 안아서 끼고 마구 달렸다. 정말이지 조금도 안 무서웠다. 달리면서 마치 오래 참았던 오줌을 시원스레 내깔리는 듯한 쾌감을 맛보았다. 질풍처럼 안 잡히고 달려 온 수남이를 본 주인 영감은 수남이에게 “임마, 말을 해. 무슨 일이야? 네 놈 꼴이 영락없이 도둑놈 꼴이다. 임마.”  수남이는 도둑놈 꼴이라는 소리가 가시처럼 걸린다. 감옥에 간 형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자초지종을 듣고는 주인 영감의 반응이 수남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의외였다.  “잘 했다. 잘 했어. 맨날 촌놈인 줄만 알았더니 제법인데, 제법이야” 하며 자전거에 달린 자물통을 분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수남이는 마음이 불편하다. 바쁜 오후의 가게 일을 마치고 가게 뒷방에서 쉬고 있던 수남이에게 갑자기 낮에 주인 영감이 한 말이 떠올라서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마치 송곳이 방바닥에서 올라오는 듯한 통증을 느끼면서 수남이는 혹시 자기 피 속에 도둑놈의 피가 흐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났다.

3년 전 가난한 고향 집을 떠난 수남이 마음속에 가슴 아픈 기억과 다짐들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수남이의  형 수길이가 가난했던 집을 구한다고 서울로 갔었는데 돈을 벌어 오기는커녕 도둑질로 지명수배자가 되어 고향 마을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사는 늙은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다.  오늘 한 일이 도둑질은 아닐지 모르지만 수남이는 앞으로 도둑질을 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 영감님의 오늘 낮에 한 행동을 떠올리고 누런 똥빛 얼굴을 떠올리며 수남이는 자신의 결심을 지키기 위해 조용히 짐을 꾸렸다. 내일 아침 일찍 떠나리라.


<생각할 문제>

1. 수남이가 자전거를 번쩍 안고 달아난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2. 수남이는 왜 짐을 꾸러 떠날 준비를 하였을까요?

3. 수길이가 그랬던 것처럼 수남이에게도 도둑놈의 피가 흐르고 있을까요?

4. 우리의 양심은 태어날 때부터 형성된 걸까요? 아니면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만들어 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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