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을빛이 완연합니다. 풀꽃나무들 오색물감을 풀어 제각각 성장에 바쁘고, 알곡들 찰랑찰랑 대는 소리 정겹습니다. 맑은 가을 하늘을 우러러 보며 그 동안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려 봅니다. 얼굴 하나하나를 그려 볼수록 참 좋은 삶의 향기가 가득 차옵니다. 좋게 만나 아름답게 어우러지고 후회남지 않은 삶이 아름답습니다.
그렇기에 좋은 인연에 감사하고, 신실(信實)하며, 남을 헤아려 베푸는 삶에 충실합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포도주는 묵을수록 그 값어치‘를 더한다는데, 먼저, 이 가을에는 누구나 책 향기에 푹 빠져 ‘알토란같은 시간’을 많이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다그침을 받는 아이는 책을 읽지 않습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을까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따분하고 지겹기 때문입니다. 한창 다리 근육이 올라 뛰놀고 싶은 아이들에게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어라 다그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러니 책을 읽는 재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조급합니다. ‘책 읽어라’는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해서 책을 읽지 않습니다. 설령 책을 읽더라도 ‘그저 읽는 체 하는 시늉’만할 뿐 건성건성 읽습니다. 괜히 아이들과 관계만 나빠집니다. 아이들은 강요나 닦달로 책을 읽지 않습니다. 그냥 책 읽기를 강요하는 것보다 어른들이 먼저 책을 읽으면 아이들은 자연히 따라 읽습니다.
선생님들이 가면을 쓰고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 자신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지적허울’ 때문입니다. 사범대나 교육대학을 다닐 때는 공부벌레가 되었지만, 임용고사를 거치고 현장 발령을 받으면 그때부터 시시콜콜한 책 등속과 아예 담을 쌓고 지냅니다. 아이들 단위수업을 진행하는 데 그렇게 머리 쥐어짜가며 책을 읽을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니 책 읽는 선생이 드뭅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는 시도 때도 없이 책 읽으라고 목청을 높입니다((이는 부모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나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자(賢者)들은 독서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그만큼 책 읽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공자가 주역을 여러 번 읽다보니 책을 묶은 가죽 끈이 닳아 떨어지기를 세 번을 하였다고 합니다. 엄청난 독서량이요 의미심장한 독서습관이 발현된 결과입니다. 그래서 '위편삼절'은 흔히 '엄청난 독서량', '학문에 대한 열정'을 뜻하는 말로도 쓰입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라’는 이야기를 아무리 다그쳐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 만큼 어렸을 때의 독서습관을 바르게 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만큼 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엄마들은 책을 사줘도 아이가 책을 읽지 않는다고 볼멘소리가 큽니다. 다른 집 아이가 책을 끼고 사는 것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고 합니다. 자신의 아이도 그렇게 책을 좋아했으면 하는 것이 엄마들의 바람입니다.
무엇 때문에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을까요?
무엇 때문에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어른들이 책 읽는 본보기가 되지 못하고, 그저 책을 사주기만 한다는 데 있습니다. 책을 사주면서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이들이 알아서 읽어 주기를 바랍니다. 왜 안 읽느냐고 핏대를 세워보지만 아이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습니다. 조금 읽다가 금방 싫증을 냅니다.
그러면 엄마들은 조급해져서 책값이 아깝다고 야단을 칩니다. 이런 싸움은 소용없습니다. 방법을 바꾸어야합니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재미있어하고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하고, 아이가 책을 읽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합니다. 이제는 부모가, 선생님이 아이에게 책 읽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합니다. 책 읽는 능력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독서습관은 평소에 가르쳐야 합니다.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
엄청난 독서가로 알려진 빌 게이츠가 한 말입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고, 정보화 시대의 영웅이 된 것은 바로 독서를 통해서 모든 생활과 학습의 기본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어쨌거나 이 가을 집집마다 책 읽는 소리 낭랑하게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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