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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랑”의 웃음꽃이 녹록한 추석을 바란다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8. 9. 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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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연휴, 본격적인 귀성행렬로 혼잡이 예상되고 있다. 아이들은 오늘 하루 추석을 맞이하는 얘기로 들떴다. 덩달아 친척집으로 나들이 가는 아이들은 얼른 가고 싶어 조바심을 냈다. 추석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설렘’과 ‘반가움’으로 즐거워진다.

 

우리 학교에서는 고유의 명절 추석을 맞아 짧은 추석연휴에 단 하루 단기방학(9월 16일)을 보탰다. 지역의 실정과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추석을 즈음하여 멀리 떠나는 가족이 많은 까닭이다. 학교가 위치한 환경은 전형적인 농촌이나 학부모 대부분이 인근 도시에 일자리를 갖고 사는 편이다. 그래서 추석 분위기도 여느 도시풍경과 비슷하다.

 

아이들을 보내기 전에 추석에 대한 유래와 의미, 학년별 체험학습 거리를 챙기며 특설단원 수업을 했다. 손님  맞이하기, 추석 차례에 필요한 음식 종류와 차례상 알기, 차례 지내기와 성묘하기, 친척 알아보기, 추석을 보내고 난 느낌을 일기쓰기 등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평소와 달리 건성으로 듣는 듯 데면데면하게 받아들였다. 딴은 이해가 된다. 개학해서 여태껏 추석명절 얘기로 잔뜩 들떠 있는 아이들에게 다소 진부한 얘기였으리라.

 

추석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에둘러가며 아이들에게 물었다. 몇몇 아이들이 자기 의견을 내놓았다. 송편도 빚고, 음식도 푸짐하게 먹으며, 용돈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척들을 만나게 되어 신이 난단다. 무엇보다도 즐겁게 놀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들답다.

 

  “선생님은 추석을 어떻게 보낼 거예요.”

뜬금없이 한 아이가 되물었다.

  “응, 나도 너희들과 마찬가지다. 한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들을 만나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뜨뜻한 가족사랑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집안에 힘들게 사는 친척이 있는데 단 며칠 동안이나마 힘을 돋우고, 용기를 줄 수 있도록 ‘실컷’ 놀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가족끼리 오순도순 모여 앉아 웃음꽃이 피는 추석을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에이, 그런 얘기 말고요. 무엇할 거냔 말이에요?”

  “방콕할거다!”

순간 교실은 와그르르 웃음바다가 됐다.

 

추석은 『삼국사기』에 의해 신라시대의 길쌈놀이인 ‘가배’에서 유래되었다. 신라시대에 나아 안의 부녀자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한 달 동안 길쌈을 하여 마지막 날인 8월 15일에 승부를 가려 진 편에서 음식을 대접하고, ‘회소곡’을 부르며 밤새도록 노래와 춤을 즐겼는데, 이 길쌈놀이를 ‘가배’(嘉俳)라고 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이 ‘가배’가 오늘날 한가위인 ‘가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뜻은 가운데(中) 또는 반(半)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이맘때쯤이면 봄여름동안 땀 흘려 가꾼 농작물이 야무지게 여물어 수확을 하게 된다. 예로부터 가을 수확을 하면 감사의 뜻으로 조상님께 먼저 햇곡식을 올리는 ‘천신’(薦新)을 하는데, 상례적으로 추석날 천신을 했다. 그래서 차례상에 올리는 제수는 햅쌀로 만든 메, 떡, 술 등과 오색 햇과일로 마련하는 것이다.

 

특히 곡식으로 만든 먹을거리 중 가장 귀하게 여겨지는 떡은 명절과 제사, 집안의 길흉사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음식으로 일찍 익은 벼, 즉,  벼로 빚은 것이라 하여 ‘오려 송편’이라고 하는 추석의 송편은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며, 조상의 차례상에 바치는 대표적인 명절 음식이다.

 

추석명절은 싫은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즐겁게 맞이해야할 추석 명절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볼멘소리도 있다. 차례상 차림 등으로 ‘명절증후군’이 주부들에게만 해당한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우리 반 에는 작년 추석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라 시골에 가기 싫다는 아이도 있다. 그 이유는 일가친척이 모이는 자리에 자연스레 친지간 또래 아이들끼리 키가 비교되는데, 이때 키가 작은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자신보다 어린 사촌동생과 자기의 키를 비교당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웃으면서 말하는 어른들이 너무 싫다고 했다.

 

편안한 휴식을 가져야 할 명절이지만, 어쭙잖은 일들로 소외받고 갈등을 느끼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때문에 이러한 명절 스트레스와 부부간 · 세대간 · 갈등문제 등을 해소하고, 가족들이 화합할 수 있는 ‘새로운 명절 문화’를 확립해 나가는 건전한 명절문화가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이런 명절을 보내면 어떨까.

 

명절증후군을 불식하기 위한 ‘양성평등’의 추석 보내기다. 먼저, 아빠는 엄마와 함께 장을 보러간다. 설거지나 청소 등 집안일을 분담한다. 텔레비전이나 술자리보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를 갖는다. 차례와 성묘를 마치면 처가댁을 꼭 방문한다. 그리고 엄마는 장거리 운전을 하느라 지친 남편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동서지간 따뜻한 말 한 마디를 더 나누려고 관심을 갖는다. 무엇보다도 추석명절 만큼은 아이에게 숙제하라 공부하라는 타령을 하지 않는다.

 

집안 어른들도 배려할 게 많다. 우선 할아버지 할머니는 추석 차례 상차림을 간소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아들과 사위의 역할을 분담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다독임은 며느리가 기쁘게 친정 나들이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게 며느리가 명절을 보내는 최고의 선물이다. 자녀들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집안 잔심부름을 하거나 이불 개기, 내가 먹은 것을 직접 치우기, 동생들과 사이좋게 놀아주기, 할아버지 할머니와 정답게 대화하기 등이다.

 

이밖에도 가족 앨범에 새로운 사진 채워 넣기, 친척집 방문하기, 독거노인 · 소년소녀가장 등 외로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추석이면 가족 모두 훈훈한 ‘가족사랑‘을 느낄 수 있고, 따뜻한 ’이웃사랑‘을 나누며, ’조상들에 대한 존경심‘을 일깨우는 즐거운 추석명절이 되지 않을까.

                     

2008.09.12 17:17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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