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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히도 반 헤네흐텐의 <내 귀는 짝짝이>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 1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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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귀는 멀쩡해. 걱정 말고 맛있는 당근이나 먹으렴"
[서평] 히도 반 헤네흐텐의 <내 귀는 짝짝이>
  박종국 (jongkuk600)

방학을 맞아 전국에서 체험학습으로 부곡온천을 찾은 아이들이 많다. 하루 종일 눈썰매장은 당찬 아이들 함성으로 떠들썩하다. 겨울철 놀이로써 아이들에게 눈썰매만한 게 없다. 하지만 우리 학교아이들은 그렇게 신명나지 않는 눈치다. 왜냐하면 눈썰매장이 지척에 있어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탓이다. 아무리 좋은 놀이라도 똑같은 걸 거듭하게 되면 제풀에 싫증이 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아이들 방학을 내며 사뭇 걱정이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방학을 알뜰하게 보낼 수 있고, 재미나게 놀 거리를 챙겨줄까 생각한 끝에 지역여건상 쉬 접근할 수 없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컴퓨터교실, 원어민영어캠프, 논술, 수영교실, 학교도서관운영이 그것이다. 그러나 자천타천으로 참가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

 

하지만 개중에 아이들이 북적대는 곳이 학교도서관이다. 그 이유는 학교장의 결단으로 아이들이 즐겨 읽을 만한 책을 많이 구입비치한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우리 학교는 평소 ‘독서지도’에 유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교사학부모 도서도우미 운영과 어린이도서위원의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방학 때도 그 활동은 쉼 없이 이어지고, 아이들이 책 읽는 소리 낭랑하게 들린다.

 

우리 아이는 방학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 히도 반 헤네흐텐의 <내 귀는 짝짝이> <내 귀는 짝짝이>는 어린 리키가 겪는 갈등과 그것을 해결해 가는 과정 속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그 존엄성은 똑같다.’는 의미 있는 가르침을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 웅진출판사
갈등

필자는 6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짬짬이 논술교실’을 열고 있는데, 13명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매주 수목요일 이틀에 걸쳐 각각 세 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에 아이들은 지루해하기는커녕 눈망울이 또렷또렷 빛나서 참 보기 좋다.

 

근데 아이들이 논술수업을 마치면 곧장 향하는 데가 있다. 학교도서실이다. 그런 아이들 모습 하나하나가 참 신실하게 느껴진다.

 

필자도 오늘은 아이들 뒤꽁무니를 따랐다. 걸음걸이 찰랑대며 도서실을 향하는 아이들, 찬바람이 씽씽 불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도서실에는 이미 많은 아이들로 빼곡하다. 다소곳이 앉아서 책을 읽느라 여념이 없다. 발자국소리 선뜻 내기가 미안타. 그래서 필자도 책 한 권을 빼내들고 슬그머니 자리에 앉았다.

 

별 생각 없이 손에 든 책이 <내 귀는 짝짝이>다. 얄팍한 책이다. 1,2학년 정도의 어린이들이 읽기에 적당한 유아동화다.

 

책 표지에 한 쪽 귀가 축 늘어진 토끼 리키가 수줍은 얼굴을 하고 있다. 무슨 내용일까? 사뭇 호기심이 동했다. 아이들은 이 책을 만나면 어떤 기분이들까? 한달음에 쭉 다 읽었다. 그런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이다.

 

생각이 커지게 하는 명작동화 <내 귀는 짝짝이>

 

세상에는 통통한 토끼도 있고, 키 큰 토끼도 있고, 홀쭉한 토끼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두 귀는 길쭉하다. 그러나 리키의 귀는 오른쪽이 축 늘어져 있다. 친구들은 언제나 깔깔대며 리키를 놀려대고, 가엾은 리키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에 빠진다. 이것이 이 책 내용의 전부다.

 

근데 이렇게 작은 내용을 담고 있는 <내 귀는 짝짝이>는 장애인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을 어린이의 눈높이 맞게 재미나는 이야기로 담아 자연스럽게 얘기하고 있다. 리키를 생각하는 저자의 시선이 참 따사롭고 부드럽다.

 

이 이야기에서는 어린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고민을 아이 스스로가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를 그 행동 하나하나를 마치 그림 그리듯 그려내고 있다. 리키가 당장에 어려워하고 힘들어해도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느긋한 방관자다.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한 쪽 귀가 쳐져 늘 놀림을 당하는 토끼 리키는 친구들과 똑같은 귀를 갖고 싶어 한다. 그래서 갖은 궁리를 한다.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어 보기도 하고, 처진 귀를 붕대로 감아서 세워보기도 하고, 집게가 달린 낚싯대로 귀를 집어 당겨보기도 한다. 급기야 처진 귀에 날아가는 풍선을 달아보지만 소용이 없다.

 

하여 리키의 고민이 깊어질수록 친구들의 놀림은 더욱 더 심해진다. 결국 리키는 웃음거리가 된다. 이럴 때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할까? 슬퍼서 엉엉 울거나 놀리는 친구들에 맞서서 벌컥 화를 낼까? 아니면 스스로 외톨이가 되어 혼자만의 외로움에 빠질까?

 

장애인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을 어린이의 눈높이 맞게 재미나는 이야기

 

그런데 리키는 더 이상 어떤 해결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어 방방 댄다. 그러고는 숲 속으로 들어가 냅다 소리친다. 대부분의 아이들도 이 대목에서 리키의 처지를 공감할 것이다.

 

“이 보기 싫은 귀를 싹둑 잘라버릴 거야. 바보 같은 심술꾸러기 녀석들도 다시는 안 볼 거야. 절대로!”

 

비장한 결심을 한 것 같지만 리키는 흑흑 흐느껴 울며 다시 생각한다.

 

‘어쩌면 의사 선생님이 고쳐 주실 지도 몰라.’

 

그러고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터벅터벅 병원을 향해 걸어간다. 병원에 도착한 리키는 축 늘어진 제 귀를 의사 선생님께 보이며 늘어진 귀를 쫑긋하게 고쳐달라고 애원하듯 말한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은 리키의 축 늘어진 귀를 들여다보고 고쳐 주려는 것보다 리키에게 큰 위안이 되는 말은 해준다.     

 

“네 귀는 멀쩡하단다. 조금 힘이 없긴 하지만 소리를 듣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어. 원래 귀들은 모두 다르단다. 그러니까 걱정 말고 맛있는 당근이나 먹으렴.”

 

리키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의사 선생님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자기 귀가 잘 못된 것이 아니라 토끼들과 다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귀들은 모두 다르다고?’ 그래 맞는 말이야! 엄마 귀는 예쁘고, 아빠 귀는 튼튼해. 그리고 할아버지 귀는 날카롭고, 할머니 귀는 보드라워. 또 리키는 생각한다. ‘내 귀는 짝짝이야, 하나는 쫑긋 서 있고, 하나는 축 늘어져 있어.’ 이렇게 생각한 리키는 절로 웃음이 나온다.

 

리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용기를 얻었지만, 그것은 단순한 용기가 아니다. 리키가 스스로 자신의 결점을 주저 없이 이야기하고 웃음까지 짓는 모습에서 지금까지의 열등감을 극복한 리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게 이 책의 저자가 아이들이게 말하고 싶은 단초다.

 

“네 귀는 멀쩡해. 걱정 말고 맛있는 당근이나 먹으렴.”

 

다음날 여전히 처진 귀를 한 모습으로 친구들을 만났지만 이제 리키는 다르다. 자기의 열등감을 놀이로 만들 수 있는 내적인 힘이 길러진 것이다. 리키는 자기를 놀리던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놀이 하나를 제안한다. 당근을 한 쪽 귀에 묶어서 축 쳐지도록 하는 놀이다. 모두 한 쪽 귀에 당근을 매단다. 모두 처진 귀를 한 모습이다. 친구들은 깔깔대며 리키의 귀를 만져보고는 즐거워한다.

 

뜻밖의 반전이다.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 아픔을 극복하고 한층 성장한 리키의 당당한 모습이다. 이러한 장면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신체 외모에 대한 열등감은 사춘기에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그로 인하여 자신감도 떨어지고 대인관계로 위축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리키도 친구들도 처음으로 모두 똑같아졌습니다.” 결말은 간결한 문장이다. 그러나 그 속에 장애인은 몸이 조금 다르거나 불편할 뿐 우리와 똑같은 존재라는 차별 없는 저자의 시선이 담겨 있다.

 

장애인은 우리와 똑같은 존재라는 차별 없는 작가의 시선

 

즉 <내 귀는 짝짝이>는 어린 리키가 겪는 갈등과 그것을 해결해 가는 과정 속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그 존엄성은 똑같다.’는 의미 있는 가르침을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그로 인해 어린 독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때문에 이 책은 그 동안 장애인은 ‘보살펴주어야 한다, 베풀어야한다’는 동정 어린 시선을 책들과는 분명 다르다.

 

한참을 책 속에 빠져 있다 보니 함께 갔던 아이들이 도서실을 떠나고 없다. 이렇게 좋은 감동을 주는 책을 아이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세상의 부모들도 한번쯤은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2009.01.10 14:39 ⓒ 2009 OhmyNews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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