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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즐거운 명절 "웃어라 명절!"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 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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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즐거운 명절 "웃어라 명절!"
명절에는 아내에게 수고했다는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보세요
  박종국 (jongkuk600)

  
▲ 웃어라 명절! 남녀 모두가 즐거운 명절을 만들기 위해 여성민우회가 4년째 실시하고 있는 "웃어라 명절!" 캠페인 사이트.
ⓒ 여성민우회
즐거운 명절

 

정말 우리네만큼 귀소본능에 집착이 강한 민족이 또 있을까요. 물론 바다 건너 중국 사람들도 춘절(우리나라의 설과 같은 것으로 음력 1월 1일) 무렵이면 항상 귀성인파로 일대 소동이 벌어집니다. 때문에 외지로 돈 벌이 나갔다가 명절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수천만 명의 민공(民工)을 운송하는 이른바 춘운(春運)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됐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수천만의 사람들이 일제히 수구초심 하듯 꼬리를 잇지는 않습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지금의 정치는 사납기가 그지없는 승냥이 떼와 같고, 경제는 하나뿐인 단속곳에 구멍나듯이 남루하기 이를 데 없다고 하지만, 벌써부터 뉴스에는 전국의 도로마다 고향을 찾아가는 차량의 물결로 부산해지고 있답니다. 특히 올해는 연휴가 겹치니까 일찍 귀향을 서두르는 듯하답니다. 길은 막히고 더디가도 마음은 벌써 고향에 닿아 있습니다.

 

수천만의 사람들이 일제히 수구초심 하듯 꼬리를 잇는 귀향길

 

요즘은 한 붙이로 났어도 사는 곳 다르고 하는 일이 달라서 전국을 망라해서 흩어져 사는 형제, 가족이 많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 지 오랩니다. 그러니 평소에는 첨단정보통신의 도움으로 마치 지척 간에 사는 것처럼 데면데면하게 잊고 지내다가  명절 때면 으레 서로 만나지 않고는 못 견뎌 몸살을 앓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고향집 마당에 들어서면 씻은 듯이 말끔해집니다. 그런 까닭에 너도 나도 덩달아서 귀성 대열에 나서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우리네 사는 멋입니다.

 

그러나 고향 가는 길이 열에 아홉은 다 좋아도 오직 한 사람, 며느리의 존재만큼은 그렇게 즐거운 것은 아닐 겁니다. 며칠 전부터 머리가 어질했을 겁니다. 아무 탈 없이 지내다가도 시집의 ‘시’자만 들어도 가슴이 답답해지고, 얼굴이 흙빛으로 까매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며느리들이 시집을 꺼려하는 것은 아닙니다.

 

명정증후군 때문입니다. 시어른들의 입장에서 보면 뜬구름같이 그냥 한번씩 다녀가는 시댁이 뭐 그렇게 어렵겠느냐고, 당신들만큼 너그러운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고 말씀하시며 섭섭해 하시겠지만, 며느리 입장에서는 그렇게 탐탁한 일은 아닙니다. 결혼 생활이 오래됐건 갓 시집을 왔건 간에 시집에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더구나 형식을 앞세우는 집안이면 며느리들은 더 안타까워집니다.

 

며느리들이 시집에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

 

시집에 도착하자마자 며느리들은 부엌데기를 면치 못합니다. 모든 음식마련은 오직 며느리에게 맡겨버림으로써 시어머니는 냉정해지고, 시아버지의 무덤덤한 헛기침 소리에 며느리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더구나 감당하기 힘들만큼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수고한다는 말 한 마디 선뜻 건네지 않는 남편의 방관자적인 태도를 볼 때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릅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며느리들이 시집에서 아들만큼 깍듯한 대접을 받는 존재는 못됩니다.

 

  
▲ 즐거운 명절문화 만들기 아줌마닷컴이 조사한 명절문화 만들기 투표 결과
ⓒ 아줌마닷컴
명절문화

 

평소 살을 맞대고 살았던 남편의 따사로움은 부모형제친척을 만난 순간에 허물어집니다. 아내를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집안 가득 즐거움이 넘쳐날수록 성찬 치다꺼리를 해야만 하는 며느리들은 부엌 한 편에서 답답한 가슴을 쓸며 마른 눈물을 삼키고 있습니다. 그 순간 며느리들은 외롭습니다. 너무 비약적인 이야기인가요?

 

똑같은 심정입니다. 당장에 며느리들도 구정물 묻은 손을 털고 친정으로 달려가 부모형제를 만나서 오붓한 자리에 파묻히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그런데도 며느리들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아무런 내색도 하지 못하고 그저 부엌데기가 되어 그 많은 그릇들 닦고 부셔야합니다.

 

명절을 맞는 심정은 며느리들도 똑같아

 

남편 입장에서 며느리들의 설움을 한번쯤 생각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명절마다 연례행사처럼 겪어야 하는 일을 두고 고생했다며 아내의 젖은 손을 따뜻이 만져본 적이 있습니까. 되러 당연하다는 듯 ‘그것도 일이냐?’고 지청구를 하지는 않았습니까.

 

이제는 그런 명절맞이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해도 해도 끝이 없고, 그다지 빛나지도 않은 일들을 며느리의 몫으로만 미뤄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며느리는 종이 아닙니다. 자잘한 일 하나까지 갖다 달라, 차려달라고 강요하거나 명령하지 않아야 합니다.

 

누구나 손이 없습니까? 발이 없습니까? 간단하게 집어들 수 있는 먹을거리는 알아서 챙겨 먹어야겠습니다. 그저 쉬운 말로 술상 차려라, 안주 내와라는 소리만 들어도 며느리들은 크게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것을 알아야 합니다.

 

저희 집안의 경우를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집안 남자들 명절이면 손 까닥 하지 않습니다. 권위주의 왕처럼 오직 대접만 받기를 좋아합니다. 이것 가져와라. 저것 챙겨줘라 모두들 주문이 바쁩니다. 그러니 몸 닳아가며 일하는 며느리들 시댁식구들 시중들다 보면 지쳐서 마치 물 먹은 솜뭉치처럼 어깨가 천근만근 아려옵니다.

 

자잘한 일 하나까지 강요하거나 명령하지 않아야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내치지 못하고, 얼굴 한번 붉히지 못하고 참아내는 마음은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다감하게 챙겨주지 못하는 남편의 존재가 얼마나 원망스럽겠습니까. 며느리들이 그렇게 명절을 맞아야 하겠습니까?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겉치레만, 형식에만 치우쳐 양반입네 하는 가풍은 냉정하게 바로 세워야 합니다. 며느리는 쉽게 부려도 되는 몸종이 아닙니다. 자기 아들딸이 소중한 만큼 며느리들에게도 똑같은 사랑을 베풀어야 합니다. 남자들은 무조건 대접받아야 한다는 그릇된 생각부터 뜯어 고쳐야 합니다.

 

  
▲ 내가 꿈꾸는 명절 설 명절,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어야 합니다.
ⓒ 우성남
내가 꿈꾸는 명절

 

따뜻한 말 한 마디면 세상의 며느리들 굳이 말리지 않아도 거안제미하듯 받들어 모십니다. 며느리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야 합니다. 명절에는 더욱더.

 

혹 당연한 이야기 아니냐? 너는 그렇게 하느냐고? 다그치면 할 말 없습니다. 그렇지만 일상적으로 본 며느리의 입장을 대신해서 토로해 본 것입니다. 이제는 더불어 나누고,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따뜻한 명절이 되어야겠습니다.

 

수고했다는 따뜻한 말 한 마디면 충분해

 

어른들 눈이 두려워서 그랬다면 돌아오는 차 안이라도 좋습니다. 시댁식구들 수발에, 한시도 쉴 틈 없이 몸 닳아가며 애썼던 아내의 거칠어진 손을 꼭 잡아보세요. 명절 뒷바라지에 파김치가 된 아내의 처진 어깨를 다독이며 ‘수고했다’는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보세요.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연사흘 동안 명절음식 마련으로, 뒤치다꺼리로 지치고 힘들었을망정 ‘당신 고맙다’는 그 말 한 마디면 아내는 그것만으로도 더없는 남편 사랑에 겨워 콧날이 시큰해집니다. 설 명절,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다음미디어 블로그뉴스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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