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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 아이가 말을 잘 안 들어요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3. 1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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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 아이가 말을 잘 안 들어요"
[교육이야기] 6학년 사내아이를 둔 어머니의 하소연
 

"선생님, 우리 아이가 말을 잘 안 들어요.

어찌나 고집이 센지 무엇이든 제 생각대로 하려고 해요.

작년까지만 해도 안 그랬는데….

6학년이 되고 보니 아이 행동이 걷잡을 수가 없어요.

어떡하면 좋아요?" 

 

올해 6학년 사내아이를 둔 어머니의 하소연이다. 아이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부모로서 크게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하루 종일 일터에 나가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와 남다른 아이의 행동을 보니 참 섭섭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평소 부모자식 간에 얼마나 흉허물 없이 대화할까?  또한 휴일에 자녀와 목욕탕에 함께 가는 빈도는 얼마나 될까? 그리 많지 않을 거다. 딸내미들의 경우 엄마랑 쉽게 동행하지만, 사내아이들은 결코 쉽지 않다. 데면데면해서 자주 대화가 끊긴다. 그러니 혼자 가겠다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댄다.

 

  
▲ 아이들의 환한 웃음 아이들의 웃음 언제나 환하다.
ⓒ 박종국
아이들

 

다행스럽게도 우리 집 아이는 그렇게 대화를 끊어먹지도 않고, 목욕탕에 함께 가는 것을 주저하는 편도 아니다. 오히려 같이 가는 것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할머니 보살핌을 받고 자라 심성이 부드럽다.

 

요즘 세상, 자녀가 올바른 생각가지로 성장한다는 것만 해도 더 바랄 게 없다. 그만큼 아이들이 곁가지로 삼을 일이 많다. 자칫 험상궂은 일로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니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는 좌불안석이 된다.

 

부모자식 간에 얼마나 흉허물 없이 대화할까?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말을 잘 섞을 수 있고, 어떤 일이든 눈이 맞는 수평적인 관계를 이루는 부모는, 아이들에게 쉽사리 처방을 챙겨주거나 가르치지 않는다. 때문에 충고하거나 명령하는 등의 타성으로 대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어렸을 때 '품안의 자식'이 귀엽다지만, 언뜻 자라 사춘기에 접어들면 자식은 어느새 '품 밖의 자식'이 된다.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면서도 제 새끼를 품어 안는 고슴도치의 사랑은 아이를 넉넉하게 키워내지 못한다.

 

  
▲ 요즘 아이들 아이들의 생각가지는 유다르다. 그만큼 관심이 많은 까닭이다.
ⓒ 박종국
아이들

 

설령 아이들이 눈에 벗어나는 행동을 할지라도 충분히 기다려 주어야한다. 사춘기 아이들의 행동 특성이 방만한 가지가 많은 법이다. 그럼에도 단지 내 아이만큼은 품 안에 품고 살아야겠다는 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아이가 부모의 바람대로 따라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아이의 존재를 인정해 주어야한다. 아이는 부모의 대리만족을 위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 부모들이 자녀들을 앞에 두고 조심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어려움에 처한 상태를 곧바로 벗어나게 도와주고, 벗어나게 처방해 주고픈 조급함이다.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성급함이 아이의 행동을 크게 그르친다. 아이들은 가소성이 무한한 만큼 그에 따른 반발력도 크다.

 

아이는 부모의 대리만족을 위한 존재가 아니다

 

아이들의 문제는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당장에, 뻔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렇게 뻔해 보이는 해결책이라도 부모가 서둘러서 처방해주고, 가르치고, 충고하고, 명령하려는 타성에서 손을 툴툴 털어야한다.

 

아무리 자식이 하는 일이 철딱서니가 없는 짓이더라도 여유를 갖고 기다려 주어야한다. 권위적인 통제를 하는 부모 밑에서는 정형화된 인물이 나올 수는 있어도 창의적인 인물이 나올 수는 없다.

 

그렇기에 자녀들이 스스로 제 문제를 헤쳐 나가는 모습을 옆도 아닌 뒤에서 지켜봐 주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그게 다 자란 자식들을 '품안의 자식'에서 '품 밖의 자식'으로 배려하는 새로운 관계설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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