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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온라인 게임에만 매달려 있어요"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3. 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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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온라인 게임에만 매달려 있어요"
[시론] 요즘 아이들의 향유문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선생님, 바쁘시죠? 그런데 요즘 우리 민철(가명, 6학년)이가 너무도 공부를 안 해요. 집에 오면 컴퓨터에만 매달려 있어요. 그렇다고 학원에 보내는 것도 아닌데…. 책 읽는 것은 죽어라 싫어해요. 어떡하면 좋겠어요?"

 

"6학년이 되니까 말도 잘 안 듣는 것 같아요. 무엇이든 제 고집대로 하려들어요. 사춘기가 되어서 그런가 봐요? 이러다가 다른 애들한테 뒤쳐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돼요. 선생님,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올해 6학년을 둔 어머니, 아이가 하는 짓을 지켜보면 속이 많이 탄다는 하소연이다. 이는 대부분 가정의 일상다반사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그만큼 아이들의 성장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과거의 아이들, 기성세대들의 어린시절에는 좋은 학교, 좋은 가정환경이면 만족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아이들이 향유하는 문화가 달라졌다.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인터넷을 접속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보낸다. 아이들에게 사이버 공간은 학교보다도, 학원보다도 많은 것을 배우고, 어쩌면 가정보다도 더 친밀감과 정체감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요즘 아이들의 향유문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야기를 비약해 보자. 요즘 아이(온라인 게임에 흠뻑 빠진 아이)들을 어떠한 문명이기도 근접할 수 없는 산간오지에 보냈다고 가정해 보자(전기도 사용할 수 없는 곳이다). 또한 잠시라도 휴대폰을 만지작거려야 하는 아이들을 통화가 전혀 안 되는 먼먼 도서벽지에 보냈다고 생각해 보자. 아이들의 행동은 어떨까? 아마 단 몇 시간도 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길길이 날뛸 것이다. 산토끼를 아무리 공들여도 집토끼로 기르려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그동안 인터넷에 접속해서 즐기던 모든 것들이 손 안에 든 핸드폰으로 즐기게 된 지금(텔레비전을 포함해서 세상에 재미있는 모든 것들이 핸드폰 속으로 들어왔다), 이제 아이들은 그 재미있는 것을 즐기기 위해 하루가 부족하다. 손 안에서 100배 빠른 인터넷이 구현되고, 100개 텔레비전 채널이 나온다.

 

  
▲ 온라인 게임 온라인 정체성 게임의 한 유형인 아바타는 최근 한 초등학생의 자살사고까지 불러와 커뮤니케이션의 대안모델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온라인 게임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그 재미있는 인터넷과 텔레비전을 꺼 놓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접속 미디어들보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학교와 가정에서는 아이들과 늘 긴장과 갈등이 야기되고 있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공부하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인터넷에 검색하면 금방 다 떠요. 그런데도 엄마는 책을 읽고 백과사전을 보고 찾으래요. 쉽고 편리한 방법이 있잖아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공부를 안 한다고 하지만, 저는 인터넷을 통해서 많은 것을 알고 배웠어요. 무조건 야단부터 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아요.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민철이의 볼멘소리다. 단연 억울하다는 얘기다. 요즘 아이들이 온라인 게임을 좋아하고, 핸드폰에 더 친근하다고 다그치지만, 아이들에게 핸드폰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단지 통신수단이 아니다. 이미 핸드폰이 초고속유선인터넷에 버금가는 속도로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인터넷과 휴대폰에 몰입하고 있는 아이를 걱정하는 것은 비단 민철이 어머니만의 하소연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온라인 게임 세상에 빠진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까? 중요한 것은 모든 점염병과 질병이 그러하듯이 치료적 접근보다는 예방적 접근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예방적 접근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온라인 게임 세상에 빠진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까?

 

우리가 매일처럼 먹는 음식은 몸 어딘가에 포만감을 느끼는 장치가 장착되어 있는 반면, 욕망이라는 대상은 포만감을 느끼는 장치가 장착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욕망에는 한계소비성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무협게임 이젠 엔터테인먼트에서 퍼블리싱하는 데코 온라인, 대전 게임을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 이젠 엔터테인먼트
무협게임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상대방을 주먹이나 도검류, 총기류를 이용해서 죽이는 게임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폭력성이 높은 게임에 접속하는 경우가 많아 단지 인터넷을 하거나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게임'에 몰두한다는 데 있다.

 

더구나 아이들이 즐기는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이 거의 다 죽이고, 부수고, 심지어는 피가 터지는 게임들이란 데 있다. 싸잡아 속단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폭력성이 심각한 게임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을 생각할 때 특히 주목해야할 것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신체적으로 귀중하게 생각해야하는 가치다. 근데도 애써 배워야 할 나이에 지금 우리 아이들은 아무런 가책도 없이 상대방을 죽이면서 희열을 느끼는 훈련(?)을 받고 있다.

 

아이들이 그 재미있는 게임에 빠져드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재미있는 게임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고, 온라인 게임 중독으로 인해 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능력을 가져 인터넷 게임 세상에서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다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눈높이에서 관심을 가져야

 

그러나 여기서 무엇보다 명심해야할 것은 부모나 어른들이 아이들을 대신해서 브레이크를 밟아주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 스스로 밟아야 한다. 그게 아이들이 자신들의 욕망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인터넷 게임을 선택할 수 있고, 인터넷 게임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자신에게 유익하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이다.

 

그 결과 아이들은 자신들의 작은 행동이 인터넷 게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스스로 자신을 지켜가도록 훈련된 아이들은 언제든 사이버 욕망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온라인 게임을 부모가 애써 하지 말라고 다그치거나, 책망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인터넷에 매달려 헤어나지 못하는 아이한테 부모가 진득한 기다림을 보여야한다. 아이에 대한 바람을 낮추고, 아이들 눈으로 그들의 눈높이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러면 아이들 스스로 게임중독의 위협으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당당하게 극복하며,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함께 재미를 추구하는 법을 찾아간다. 그래도 아이들이 인터넷에 매달려 있다고 애만 달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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