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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 다이어트에 효과 있을까?

박종국에세이/단소리쓴소리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3. 2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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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 다이어트에 효과 있을까?
당신의 육체는 물론 영혼까지 아름답게 하는 모유수유
09.03.21 12:17 ㅣ최종 업데이트 09.03.21 12:17 장성윤 (elni99)

방송인 박경림이 2개월간의 공백기간을 마치고 공식 석상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첫 공식활동 재개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여성의류 쇼핑몰의 신상품 화보 촬영이었다. 잘 알려진바 대로 그녀는 지난 1월 16일 3.5kg의 건강한 아들을 순산한 바 있다. 출산을 한 지 얼마 안 되어 화보를 촬영한다는 얘기는 임신 전과 다름 없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그녀의 컴백소식을 알리는 언론의 문구에는 "2개월", "17kg 감량"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박경림은 이 날 촬영 사진 공개와 함께 17kg를 감량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함께 공개했다. 그녀가 밝힌 비결은 '모유수유'와 '운동'이었다. 모유수유를 하자마자 본인의 살은 빠졌고, 아들의 살은 쪘다는 것이다.

 

모유수유로 다이어트를 했다는 사실은 박경림이 처음이 아니다. 한류스타 김희선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몸매 관리를 모유수유로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녀는 모유수유를 통해 한때 70㎏까지 나갔던 체중이 빠르게 감소했다고 전하며,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에게 이 방법을 적극 추천했었다.

  

모유수유는 정말 다이어트 효과가 있을까?

 

  
탤런트 채시라는 모유수유 홍보대사를 사임한 지금도 모유수유 예찬론자이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채시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유수유는 실제로 많은 열량을 소모하여 출산 후 체중감소에 한몫을 한다. 산모가 모유를 먹이게 되면 허벅지와 배 등에 축적된 지방이 소모된다. 100㎖의 모유를 생산하는 데 소모되는 열량은 75㎉이라고 한다. 아기에게 하루에 필요한 젖은 최고 750㎖이므로 모유수유를 하면 엄마 몸에서 500㎉의 열량이 빠져나가는 셈이다.

 

출산 후 3~6개월 정도 모유수유를 하면 임신 전 체중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식이요법을 병행한다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모유수유 이후에 젖이 처지는 등의 체형 변화를 염려하는 데 그것은 모유수유 때문이 아니라 임신 중 체중증가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니세프 모유수유 홍보대사로도 활약했던 탤런트 채시라는 첫딸 채니를 낳았을 때 모유수유로 15kg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았다. 그녀는 <천추태후>의 바쁜 촬영 일정 중에서도 둘째 아들을 위해 틈틈이 채유(採乳)를 했었다고 한다. 그녀는 모유수유가 다이어트효과가 있다는 것도, 아이를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도, 엄마와 자녀간에 유대감을 주는 것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멜라민 성분의 분유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의미까지도 덧붙여졌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직접 모유를 아이에게 먹이기 위해 촬영장에서 모유를 모아 얼려 놓은 것을 서울로 보냈었다"고 고백했다. 제작진들도 채시라의 모성애에 감탄하며 채유하는 시간을 따로 내어줄 정도였다고 한다.

 

일하는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모유수유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요즘에는 엄마들이 자녀의 건강과 육아에 관심이 많아서 누구나 모유수유를 한 번쯤은 고민하고 시도하지만 곧 포기하고 만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모유수유를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장으로의 복귀(35.1%)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래에 주요한 이유였던 '젖양이 부족해서', '아기가 잘 빨지 못해서'를 앞서게 된 것은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보편화된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1992년부터 국내 모유수유 권장운동을 주도해 온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운동에 이어 2006년부터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아 '엄마에게 친근한 일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직장여성들이 "일" 때문에 모유수유를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기업이 모유수유를 권장하고 실천하는데 앞장서 가자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보통 3개월의 출산휴가를 마친 여성들은 직장으로 돌아간다. 그동안 모유수유를 잘 해 오던 이들도 출근과 동시에 인공수유를 선택하게 된다. 모유수유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아기를 위해 젖을 먹이거나 젖을 짤 수 있는 시설, 동료들의 협조, 회사의 지원정책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모에게는 오전 오후 각각 30분씩 젖을 짜거나 직접 먹일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지원과 마땅한 시설이 없어 불가능한 일로 판단하여 스스로 포기하고 만다. 젖을 먹이면 아기가 건강하고 아기와의 유대가 강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일부의 직장여성들만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모유수유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모유수유를 하면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모유를 먹는 아기들은 잔병치레가 적어 여직원들의 결근이 줄고 생산성이 높아진다. 이런 직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만족도와 충성심도 상대적으로 높아져서 생산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일이다.

  

제3세계에서의 모유수유는 생존에 관련된 문제

 

선진국에서 모유수유의 문제가 몸매 가꾸기나 여성의 사회참여 측면에서 이야기되고 있다면,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서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등장하게 된다.

  

1960년대 이후 선진국에서는 출산율이 줄기 시작했고, 이와 동시에 유아식품 회사들의 매출도 함께 줄었다. 이러한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그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강력한 판촉활동을 통해 개발도상국, 후진국의 엄마들이 모유 먹이는 것을 버리고 현대식 젖병으로 바꾸도록 만들었다. 분유를 먹고 크는 아이가 더 건강하다는 인상을 주는 건강한 아이 사진을 포스터나 게시판에 크게 선전하였다.

 

하지만 후진국에 분유를 파는 것은 몇 가지 문제를 지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분유를 타기 위해서는 위생적인 물이 필요한데, 이들 나라에는 상수도 시설이 좋지 못 하다. 그리고, 아기 어머니들이 문맹률이 높기 때문에 분유통의 설명서를 읽지 못 하여 분유를 올바르게 타지 못했다. 또한, 분유가 비싸게 팔렸기 때문에 물을 많이 타서 양을 늘리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로 인해 아이가 영양실조에 걸리는 수가 많았다.

 

게다가, 분유를 먹이기 시작하면 모유가 나오지 않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분유만 계속 먹여야 했다. 이것은 후진국의 가난한 농촌가정에 큰 부담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분유회사들은 개선 사항 없이 강력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및 판촉활동을 계속하였다.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보면 칠레의 사례가 나온다. 1970년대 칠레의 가장 큰 문제는 어린이들의 영양실조의 해결이었다. 소아과 의사 출신 정치인이었던 아옌데는 영아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분유의 무상제공을 공약을 내세웠다. 당시 네슬레는 칠레 및 인접국가의 분유시장을 독점하고 있었고, 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네슬레와의 원할한 관계가 반드시 필요했다.

 

아옌데가 분유를 사겠다고 요청했지만, 네슬레는 이를 거절하였다. 우유를 무상으로 나눠 준다는 것도 문제였고, 이러한 운동이 주변의 나라들로 번져 갈 것을 두려워한 이유도 있었다. 이후 아옌데는 쿠데타로 살해 당하게 되고, 그가 바라던 소망은 곧 잊혀져 버렸다. 만약 아옌데가 분유가 아닌 모유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모유수유
 

모유수유는 어린이를 건강하게 만든다. 엄마 젖 속에는 각종 면역체와 영양분이 골고루 들어있어 아기의 평생 건강을 결정하고 성장을 도와준다. 모유로 자란 아이는 분유로 자란 아이들보다 설사, 폐렴, 호흡기 질환, 중이염, 알러지 등 각종 질환에 강하고, 걸렸다 하더라도 더 빨리 회복된다. 모유 속의 면역성분은 신생아기 때만이 아니라 2~3세가 될 때까지 남아서 질병을 막아준다.

 

모유수유는 엄마를 건강하게 만든다. 임신 중에 불어난 체중을 빠지게 하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자궁이 더 빨리 정상적인 크기로 돌아오도록 한다. 나중에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을 예방해 주고, 엉덩이 골절과 자궁암에 걸릴 위험도 줄어들게 한다. 최소 3개월 모유수유를 한 경우 갱년기 초의 유방암 위험이 절반으로 감소한다. 65세 이상 여성들이 엉덩이 골절상을 입을 위험은 모유수유를 한 경우 1/2로 줄며 아이마다 9개월 이상 모유수유를 했을 경우 1/4로 줄어든다고 한다.

 

모유수유는 기업을 건강하게 만든다. 모유를 통해 아기들의 건강이 개선되므로 직원의 결근율이 낮아진다. 또 모유수유 시설을 장려하면 고용주는 적은 비용으로 직원가족에게 친근한 직장 문화를 지원할 수 있게 되고, 직원들은 직장에 대해 더욱 충성심을 갖게 되어 근로의욕과 생산성이 높아진다. 지역사회에서는 가족친화적이라는 직장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모유수유는 우리 사는 세계를 건강하게 만든다. 새천년개발계획(Millennium Development Goal)에서는 2015년까지 5살 미만 어린이 사망률을 2/3로 감소시킨다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세계현황자료에 의하면, 5세 미만 사망아 1,090만 명 중 약 400만 명이 생후 1개월 안에 사망한다고 한다. 이 말은 곧 1개월 내의 사망률을 떨어뜨려야 유아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서 모든 여성들이 출산 후 1시간 안에 모유수유를 시작한다면 신생아 사망자400만 명 중 100만 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태어난 지 1시간 안에 모유수유를 시작하는 것은 신생아 및 5세 이하 유아사망률을 감소 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가장 분명한 방법인 것이다.

 

사람마다 모유수유를 하려는 이유는 다르다.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고, 단지 분유값을 아끼기 위해서 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태어난 나라가 선진국인지 후진국인지, 직업여성인지 전업주부인지에 상관없이 모유수유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행동임에는 분명하다. 모유수유가 살을 빠지게 하여 아름다운 몸매를 줄지는 약속 못 할지 몰라도, 우리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살찌우게 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덧붙이는 글 | 장성윤 기자는 유니세프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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