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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종(宗)'을 붙이고 싶다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6. 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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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종(宗)'을 붙이고 싶다

 

[논단] 이명박 대통령도 진정 국민이 바라는 정치 펼쳐야

 

김철관

 

 

지난 5월 23일 토요일 오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보가 전해졌다. 서거 소식은 온 국민들의 가슴에 슬픔과 비통함을 안겨줬다. 7일간 국민장으로 오는 29일 서울에서 치러질 현재 경북 진영 봉하마을 빈소와 지역마다 차려진 빈소에는 정관계 인사는 물론, 종교인, 학생, 직장인 등 많은 국민들의 조문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는 2008년 2월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귀향했다. 그리고 가끔 텔레비전뉴스에 보도된 그는 대통령을 지낸 사람답지 않게 소박한 모습이었다. 관광객들이 찾아와 질문을 하면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그들을 즐겁게 했고,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주변 쓰레기를 줍고, 밀짚모자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소박한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스쳐간다.
 
특히 벼를 베는 트랙터에 올라 운전을 하는 광경은 시골 촌로의 모습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왜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게 됐을까. 묵묵히 고향 농촌에서 일생을 마치겠다던 그를 왜 가만히 놔두지 않고, 이명박 정부와 검찰은 그에게 칼끝을 향하게 했을까. 한나라당이 줄곧 주장한대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서 그랬을까. 만약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이 아니고 한나라당이었다면 검찰을 동원하면서까지 전직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감행했을까.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 2008년 PD연합회 2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생전의 모습.     © 김철관


자신이 속한 당과 당적이 같은 전직 대통령에게 검찰을 통해 수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당의 분열이요. 자기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직 대통령에게 비리가 있어도 그냥 묻어 뒀을 것이라고 예견된다. 하지만 노 전대통령은 정치적 경쟁 당적에다 정치적 경쟁자이기 때문에 흠집을 내기 위한 수사였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치사의 고질적인 병폐이기도 하다.
 
도덕성을 생명으로 여겼던 노 전 대통령은 가족과 측근들의 수뢰혐의가 밝혀지면서 검찰에 조사를 받았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연일 노대통령의 비위사실들을 보도했다. 아니 검찰의 앵무새가 돼 비리의 주범으로 몰아갔다. 노 전대통령의 가족과 측근들이 아무 대가성 없는 돈을 받았다고 하지만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정말 잘못된 일이다. 상식적으로 그냥 쓰라고 돈을 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비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현재 어려운 한국경제 현실을 감안하면 100만 달러는 서민들에게는 어마어마하게 큰돈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되었고, 그 점에 대해서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어쨌든 수뢰사건이 터지기 전 노 전대통령은 귀향해 새로운 삶을 살아갔다. 2008년 한해는 농촌생활에 재미를 느끼는 듯했고,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그의 인기는 점점 높아 갔다. 관광객 수도 상당수 늘었다. 하지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촛불시위 여파로 인기가 바닥을 쳤다. 전직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점점 추앙을 받아가고 있고 현직 대통령은 미움을 사고 있는 형국이 된 것이다.
 
정권 퇴진까지 부르짖었던 광우병 촛불시위는 물대포, 강제연행 등을 통해 잠재웠다. 그리고 이제 서울 도심 시위까지 불허하고 있다. 당시 광우병 촛불시위로 인해 밑바닥에 떨어진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이전 정권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 일에 돌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당시 농촌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고 노 전대통령 비리를 검찰을 통해 파헤치게 했고 끝내 도덕성에 먹칠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박연차 게이트 연루 사건이다. 박연차 게이트가 터지기 이전에는 청와대 기록물을 가지고 갔다면서 전직 대통령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모습에서 조짐이 보이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번 검찰의 수사는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 그의 가족과 측근에게서 하루가 멀게 터져 나오는 비리, 또 언제 나올까 기대를 할 정도였다. 보수언론은 부화뇌동했고, 개인 사생활까지 파헤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보수언론에 대한 조문 행사장 출입을 막고 통제하고 있는 것도 일면 이해가 간다. 언론으로서 기본 책무를 망각했기 때문이다.
 

▲서울 덕수궁 대한문 '노무현 전 대통령 임시분향소'에서 국화꽃을 들고 조문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대자보


이제 고인이 된 그의 평가만이 남아 있다. 평가를 위해서 조선시대 왕과 공화정의 대통령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 무리인줄 알지만 굳이 비교를 하라면 조선 왕들은 영면을 하면 묘호를 붙인다. 물론 묘호를 붙이지 않는 임금도 있다. 연산군과 광해군 같이 폐위된 왕들이 그렇다. 묘호 중에서 덕을 두루 펼친 왕에게는‘종(宗)’을 붙였고, 국가운영에 지대한 공헌을 한 왕은 ‘조(祖)’를 붙였다. 종보다 조는 덕을 베풀지 못한 왕에게 명분 상 붙여진 시호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세종대왕에게는 ‘종’을 붙였다.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을 차지하는 세종의 둘째 아들 세조는 ‘조’를 붙였다.
 
임기를 끝내고 고인이 된 대통령들에게 만약 시호를 붙인다면 고 노무현 전대통령은 ‘노무현종’일까. ‘노무현조’일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단연 ‘노무현종’을 선택하고 싶다. 현직 이명박 대통령도 지금까지 과오를 반성하고 진정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를 펼쳐 퇴임 후 ‘종’으로 남길 바랄 뿐이다. 남은 3년 반의 임기는 금방 흘러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권불십년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전직 대통령 사후 냉정한 평가로 이후 대통령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성찰의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진정어린 마음으로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명복을 빌어본다.

 

2009/05/25 [12:4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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