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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기극

세상사는얘기/삶부추기는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6. 1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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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기극
[초점과 대안] 무개념 정권과 부패관료, 건설회사들의 총체적 혈세도둑질
 
임석민

운하의 유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경인운하를 전주곡으로 운하가 다시 검은 연기를 내뿜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경인운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경부운하와 다른 것 같다. 경인운하 ‘예스’, 대운하 ‘노’라는 사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총기 있는 기자들도 경인운하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대운하 결사반대’를 외치던 민주당도 인천 지역구 의원들의 경인운하 찬성으로 당론이 엇갈려 입을 다물고 있다. 이들이 경인운하를 찬성하는 배경은 현재의 굴포천 방수로 14.2km에 3.8km만 연장하면 물길이 이어져 18km 운하에 배가 다닐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무려 2조2500억 원을 들여 건설하려는 운하가 전혀 쓸모가 없다는 점이다. 18km는 트럭으로 20분이면 오갈 수 있는 거리다. 시속 9km의 바지선은 운항 시간만 2시간 이상이 걸린다. 게다가 바지선은 양끝에서 트럭의 도움이 필요하다. 화물을 싣고 내리고 보관해야 하며, 또 대기해야 한다.

물류의 기본 원리에 어긋나는 경인운하
 
어느 분야든 원리(principles)라는 게 있다. 운송 물류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본 원리가 있다. 철도, 해운, 항공, 운하 등은 자기완결성이 없어 반드시 트럭의 도움이 필요하다. 본 운송의 앞뒤에 싣고 내리고 이동하고 장치하는 7단계의 사전 운송(pre-carriage)과 사후 운송(on-carriage)을 트럭이 맡아야 한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2만-3만 원의 처리 비용이 발생하여 그 비용만 통상 15만-20만 원에 달한다.  

* 화주 창고→(트럭)상차→이동→하차→(터미널)장치→(선박, 바지)선적→이동→양륙→(터미널)장치→(트럭)상차→이동→하차→화주 창고로 이어지는 일련의 단계를 뜻한다.

따라서 운송 거리가 짧으면 트럭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이것은 변함없는 기본 원리다. 무엇이든 원리에 어긋나면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 있다. 교통개발연구원 강승필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운송 거리가 366km 이내일 경우 11톤 트럭이 철도보다 경제적이다. 독일의 IFO 경제연구소의 운하 전문가 아놀드 로트마이어는 저가의 목재 화물도 운송 거리가 800km 이내라면 운하보다 트럭이 경제적이라고 증언했다. 사전 및 사후 7단계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이다.

경인운하를 이용하는 수출 화물의 경우 김포 터미널까지 트럭으로 운송하여 내리고 보관했다가 바지선에 실어 인천으로 가면, 인천에서 다시 내리고 싣고 보관했다가 모선(母船)에 선적을 해야 한다. 수입 화물은 그 반대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화물은 이러한 환적(換積)을 싫어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트럭은 빠르고 간편하며 환적을 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단거리 고가의 컨테이너 화물은 운하를 이용하지 않는다. 운하는 대량의 저가 화물을 장기간에 걸쳐 장거리로 운송할 때에만 경쟁력이 있다.

운송 물류의 핵심은 시간, 비용, 안전이다. 기업들은 지금 무(無)재고 개념의 즉시 조달(JIT, Just in Time), ‘당일 생산, 당일 출고’ 등의 기치를 내걸고 시간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느리고 갑문 등의 장애물이 있는 운하는 신속·정확을 요하는 물류 이념에 맞지 않는다. 운하는 19세기 운송로였다. 21세기 운송로가 아니다.

운하는 가장 열등한 운송로
 
운하추진론자들이 들먹이는 독일의 운하는 건설비용이 이미 매몰원가(sunk cost)가 되어 한계비용(marginal cost)만 초과하면 이용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에 마지못해 이용하는 것이다. 이미 건설된 운하를 되돌릴 수가 없으니 어떻게든 효율을 높이기 위해 첨단 기술과 접목시키는 등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독일의 MD운하는 이익은커녕 독일 국민의 세금을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독일 IFO의 운하 전문가 로트마이어는 “독일은 갑문만 보수하고 절대로 새로운 운하는 건설하지 않는다”고 역설하고 있다.
 

▲ 지난해 3월 김문수 경기도 지사가 수자원공사로 부터 경인운하 사업 추진형황을 듣고 있다.     © CBS노컷뉴스

운하 사업을 경기 부양책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1930년대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도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플로리다 운하를 착공(1935년)했다가 1년 만에 중단했다. 1964년 케네디 대통령은 경제 성장을 기치로 플로리다 운하 공사를 재개했지만, 1971년 공정이 28%까지 진행되었을 때 중단하였고, 1991년에는 공식적으로 사망선고를 내려 지금은 그린웨이 사업(Greenway Project)이라는 이름으로 원상복구 중이다. 이 플로리다 운하 계획은 미국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프로젝트 가운데 2위로 꼽히고 있다. 제1의 바보 프로젝트는 1970년대 후반에 건설된 인디아나 주의 석회석 테마파크였다.

미국은 1958-1965년까지 8년 동안 총 9200만 달러(920억 원)를 들여 건설한, 멕시코만과 뉴올리언스를 잇는 122km의 미스터고(MRGO, Mississippi River Gulf Outlet) 운하도 잘못 건설되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2009년에 완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허리케인이나 큰비가 오면 토사가 쌓여 연 220억 원의 준설비가 들었다. 1998년 허리케인 ‘조지’가 들이닥쳤을 때 준설 비용은 무려 417억 원에 달했다. 운하를 통과하는 배 한 척당 하루 평균 유지비용이 1260만 원에 달했다. 운하는 건설비도 문제지만, 관리·유지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가장 열등한 운송로다.

치수(治水)도 하고 운하도 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치수와 운하는 수심과 폭이 다르고 시설이 다르다. 4000톤 바지선이 오고가려면 6m의 수심, 80m의 폭, 5개의 갑문, 터미널, 교량 교체 등이 필수적인데, 여기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운하는 접고 최소 비용으로 치수에만 그쳐야 한다. 그리고 녹색 성장이라는 슬로건으로 행여 트럭 운송을 운하로 대체하려 해서는 안 된다. 트럭은 산업의 혈소(血素)다. 트럭 대신 불요불급한 승용차 운행을 줄여야 한다. 운하 건설할 돈을 대중교통에 투자하고 자전거 도로를 넓히는 데 써야 한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양양공항, 울진공항, 인천북항 목재부두를 보라
 
3567억 원을 들여 2002년 개항한 양양 국제공항의 이용객은 2008년의 경우 하루 평균 26명에 불과했다. 공항 직원은 공항공사 직원 26명을 포함해 모두 146명이다. 설상가상으로 김해-양양을 주 4편 운항하던 대한항공(KAL)이 유가 상승으로 서비스를 중단하여 2008년 9월 이후에는 단 한 편의 여객기도 양양공항을 이용하지 않았다. 이제 양양공항은 비행기도 승객도 없는 ‘유령 공항’이 되고 말았다. 양양공항이 실패한 것은 서울-양양의 비행 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영동고속도로가 뚫려 서울에서 동해안까지 2시간이면 갈 수 있는데, 김포공항과 양양공항으로 각각 오고가는 시간과 비용을 계산하면 자동차가 훨씬 편리하고 빠르고 경제적이다. 이러한 원리를 미처 몰랐거나 무시한 결과 막대한 국고를 탕진하면서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1320억 원을 들인 울진공항은 취항하려는 항공사가 없어 개항조차 못하고 있다. 1999년 말 착공한 울진공항은 처음 계획을 세울 때부터 이용자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지적을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했다. 착공 직후인 2000년에 한국교통연구원이 하루 이용객이 50명에 불과할 것이란 보고서를 냈는데도 공사는 강행되었고, 2003년 개항 예정이었으나 계속 미뤄오다가 2009년 현재까지도 개항을 못하고 있다.

480억 원을 들여 2008년 1월 개항한 인천북항 목재부두는 개점휴업 상태다. 첨단 하역시설을 갖췄지만 입항하는 배는 1주일에 고작 한 척에 그치고 있다. 부두 운영회사는 일거리가 없어 자본금을 까먹고 있다. 월미도와 남동공단에 위치한 대형 가구 및 목재업체들이 육상 운송비 부담을 이유로 북항을 외면하고 여전히 인천내항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미도의 공장이 인천내항을 이용할 때는 부두에서 공장까지 운송비가 원목 ㎥당 2716원이지만, 북항의 목재부두를 이용하면 4941원이 된다. 여기에다 운송 거리는 1.5km에서 6km로, 운송 시간은 5-10분에서 30분으로 늘어난다. 이러니 화주들이 북항을 외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경인운하가 완성되면 양양공항, 울진공항, 인천북항 목재부두의 모습과 똑같은 꼴이 될 것이다.

가공·조작된 DHV의 경인운하 용역보고서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토해양부를 비롯하여 경인운하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컨설턴트 용역회사 DHV가 비용/편익(B/C) 분석 결과를 1.76으로 내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1.76은 가공·조작된 수치다. DHV가 국토부의 일부 부패 관료들의 매수에 넘어가 경인운하를 미끼로 경부운하 용역을 따내기 위해 수치를 크게 부풀린 것이다.

DHV는 2005년 1월호 사내 잡지에 ‘돌 한 개로 두 마리 새를 잡을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경인운하 연구 용역의 수주를 공시했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돌 한 개는 경인운하 용역이요, 두 마리 새는 경인운하와 경부운하를 의미한다. DHV는 이 기사에서 경인운하는 경제성과 사업자금 조달 면에서 전망이 매우 밝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용역을 시작하기도 전에 결론부터 내렸던 것이다.

그들은 경인운하 타당성 검토만 하고 20억 원의 용역비를 챙겼다. 경인운하의 타당성 재검증에 나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8년 10월 DHV를 방문하여 면담을 가졌다. 그런데 DHV는 3시간 면담료로 500만 원을 청구해 지급받았다. 이들은 1970년대부터 한국에서 낙동강 하구언, 새만금, 인천공항, 부산신항, 광양항, 울산항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컨설팅하고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갔다. 한국은 30년 이상 이들의 ‘봉’ 노릇을 해왔다. DHV가 컨설팅을 한 광양항과 부산신항은 과잉 투자로 가동률이 각각 시설 능력의 30%, 63%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지금도 계속 건설 중이다.

또한 DHV는 연구 기간이 22개월이나 됨에도 불구하고 연구 시간이 부족했다는 핑계를 대면서, 이용자 선호도(Stated Preference)라는 핵심적인 조사 항목을 생략한 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자료를 가공하여 시뮬레이션했으며, 물동량 산정 모형인 로짓(Logit) 모델의 수치도 암스테르담 북해 운하의 물동량 산정에 사용되었던 수치를 그대로 적용하여 경인운하의 비용/편익을 날조했다.

DHV는 2011년 컨테이너 37만TEU, 바다모래 720만 톤, 철강재 66만 톤, 쓰레기 136만 톤, 자동차 4만5000대, 여객 92만 명 등이 경인운하를 이용하고 컨테이너 화물은 42%, 바다모래는 51%의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30년 이상을 현장과 책상에서 운송 물류를 관찰하고 연구해온 나는 “경인운하를 이용할 컨테이너 화물은 없다”고 단언한다. 42%의 비용 절감은커녕 그 비용이 몇 배나 더 증가하리라는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DHV는 어떻게든 비용은 줄이고 편익은 높이기 위해 없는 것은 있다 하고 있는 것은 없다 하면서 사실을 왜곡하여 부풀리고 축소했다. 서울의 쓰레기, 중고자동차, 철강재 등 경인운하를 이용하지 않을 화물과, 인천 국제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 승객과 공항 직원들이 서울 도심-인천공항을 배를 타고 오고간다는 시나리오까지 만들어 편익을 부풀렸다. 또한 현재의 쓰레기 매립지를 터미널 부지로 활용할 경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대체 매립지 확보 비용 혹은 소각장 설치비용, 신설 도로 건설비용 등을 누락시키고 토지 보상비도 낮게 계상하여 비용을 축소했다.

KDI의 엉터리 보고서는 ‘지식 범죄’
 
이에 더해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2조2500억 원의 혈세를 쏟아 부어야 할 국가 프로젝트의 용역 보고서를 엉터리로 내놓아 커다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KDI 보고서는 DHV의 주장을 그대로 복사한 것에 불과한데, 단지 비용/편익 분석 결과를 1.76에서 1.065로 줄였을 뿐이다.

KDI는 ‘매몰비용(sunk cost)’이라는 당치도 않은 용어를 끌어들여 80m 공사비는 운하 비용이 아니라며 비용을 축소하는 만용을 부렸다. 40m면 충분한 방수로를 운하로 만들기 위해 80m로 넓힌다면, 추가로 40m를 넓히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마땅히 운하 건설비에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KDI도 DHV와 마찬가지로 핵심적인 이용자 선호도(SP) 조사를 생략하고 2008년 초에 행한 경부운하 SP 자료로 대체했다. 그러나 SP는 복잡할 것이 전혀 없다. (주)한진, 대한통운, 천경, 장금 등 연안 해운을 서비스하는 해운업체에 “경인운하를 이용하겠느냐?”고 전화로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이용하겠다고 답하는 회사가 없을 것이다.

KDI가 예측한 경인운하 물동량은 2011년 컨테이너 29만4000TEU, 바다모래 633만 톤, 철강재 50만 톤, 여객 60만 명 등이다. 이 중 컨테이너의 80%, 바다모래의 53%가 인천 터미널을 이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인천 터미널의 화물은 경인운하를 통과하지 않는다. 왜 인천 터미널의 물동량을 경인운하 물동량에 포함시켰는지 알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왜 평택항의 화물이 경인운하로 전이(轉移)한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는 항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인운하가 새롭게 창출하는 물동량은 하나도 없고 경인운하 물동량의 72%는 인천항, 28%는 평택항에서 모두 전이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조2500억 원을 투자하여 제살 깎아먹는 이중삼중의 중복 과잉투자를 부추기는 KDI는 영혼이 없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런 KDI의 행태를 일종의 ‘지식 범죄’로 보고 싶다. 2조2500억 원의 막대한 국고를 낭비하는 ‘혈세 탕진 방조죄’에 국민을 속이는 ‘국민 기만죄’에 해당한다. KDI 보고서는 보신과 영달을 위해 철저히 조작하고 가공한 결과물일 뿐이다. KDI 보고서가 엉터리라는 것은 경인운하가 완공되면 명백히 증명될 것이다.

하해(河海) 겸용 바지선의 허구성
 
DHV는 18km 경인운하의 운항 거리가 너무 짧아 인천에서 환적을 하지 않고 중국이나 부산으로 곧바로 항해할 수 있다면서 대안 선박으로 하해(河海, River-Sea) 겸용 바지선을 제시했다. 이 바지선이 바로 경인운하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DHV는 이 바지선이 김포 터미널과 중국 및 부산을 오간다고 주장한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시대인지라 이런 배를 만들 수는 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돈이다. 이 하해 겸용 바지선은 건조비가 일반 바지선의 5배나 되고 연료비가 2배나 많이 들어 경제성이 없는 특수 선박이다. 게다가 이 바지선은 중국을 오갈 수 없다. 국제해상교통안전법에 저촉되어 중국이 입항을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해상교통안전법상 너울이 큰 바다에서는 야간 항해 등과 같은 경우의 충돌 방지를 위해 상갑판에 최소 6-12m 높이의 마스트를 세워야 한다. 그러나 이 겸용 바지선은 12개의 교량이 있는 경인운하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마스트를 세울 수 없다. 또한 이 배는 운하에서는 시속 10km로 항해하다가 바다로 나가면 다른 배와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25km로 항해를 해야 한다. 따라서 엔진이 커야 하고 엔진룸이 커지면 배가 커야 하고 그에 딸린 선원도 늘어야 하는 등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은 세계 제1의 조선강국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배를 한 척도 건조한 적이 없다. 바다와 강을 오갈 수 있는 그 편리한 배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은 그 배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하해 겸용선이 편리하고 경제적이라면 그 배가 온 바다와 강을 빈번하게 오가야 할 것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30년 이상 이 나라에서 거액을 벌어간 교활한 DHV는 경인운하를 미끼로 경부운하의 용역을 맡기 위해 사용이 어려운 겸용 바지선을 끌어들여 한국인을 속이고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연근해 해운시장은 죽기 살기 식의 혈투를 벌이고 있다. 2009년 현재 한-중 항로의 경우는 ‘제로 운임’ 또는 ‘마이너스 운임’까지 불사할 정도로 경쟁이 극심하다. 건조비 5배, 연료비 2배가 더 드는 고(高)원가 특수 선박이 일반 선박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순 없다. 그런데도 KDI 용역 보고서와 국토해양부의 사업계획서에는 이 겸용 바지선이 부산과 김포를 오가며 운임을 TEU당 6만 원 절감한다고 적혀 있다. 일반 선박으로 서비스하던 부산-인천의 연안 해운이 화주들의 외면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하해 겸용 바지선을 투입하여 김포까지 항로가 18km 연장된다고 화주들이 반길 이유는 없다.
 
* 제로 운임 혹은 마이너스 운임은 기본 운임을 받지 않고 유가할증료(BAF), 통화할증료(CAF), 터미널조작료(THC) 등과 같은 부대 운임만 받고 운송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2009년 현재 수입 항로 TEU당 BAF는 110달러, CAF는 30달러인데, 하역비만 중국항 70-80달러, 부산항 40달러로 100달러가 넘어 하역비, 운항비, 연료비를 빼고 나면 적자 구조이다.

경인운하는 건설회사들의 혈세 도둑질
 
경인운하는 쓸모가 없는 명백한 국고 낭비다. 경인운하는 건설회사들이 수자원공사와 국토해양부의 부패 관료들을 앞세워 혈세를 착복하려는 것이다. 20년의 경인운하 추진 과정을 들여다보면 건설회사와 부패 관료의 유착이 명백히 보인다. 경인운하 뒤에는 거악(巨惡)이 있다. 금권의 결탁이 그것이다. 어느 환경운동가는 “2003년 1월 노무현 정권 인수위원회의 정책 리스트에 경인운하는 백지화 항목으로 올라 있었는데 하룻밤 만에 리스트에서 빠지더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2003년 9월 감사원이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려 사망 상태에 있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운하에 대한 집착으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경인운하에는 뉴딜도, 녹색 성장도, 일자리 창출도, 운송 물류도, 지역 개발도, 관광도 없다. 오직 건설회사들의 뇌물과 수자원공사와 국토해양부 부패 관료들의 독직으로 얽힌 검은 거래(black deal)만 있을 뿐이다. 경인운하는 한마디로 건설회사들의 혈세 도둑질이다. 그동안 건설회사들은 온갖 수단·방법을 동원하여 “단추(굴포천 방수로)를 양복(경인운하)으로 만들기 위해”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를 비롯하여 여야를 막론하고 인천 지역구 국회의원, 민주당, 지방자치단체장, 지역언론, 지역 주민대표들까지 광범위하게 촉수를 뻗쳐 집요한 로비를 벌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의 경인운하에 대한 집착은 상상을 초월한다. 왜 그들이 그토록 끈질기게 경인운하에 매달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20년에 걸친 굴포천 방수로 역사를 들여다보면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건설회사들의 앞잡이라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그들은 외국인(DHV)들까지 끌어들여 국부를 유출하고 국가 망신도 시켰다. 국토부는 DHV에게 용역비 20억 원을 주고 대운하를 미끼로 경인운하의 경제성을 조작하게 했다.

또한 국토부는 계속 국민을 속이고 있다. KDI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80m 굴포천 방수로 공사는 공정의 44.4%, 예산으로는 2500억 원만 집행했다. 그런데 국토부는 마치 80m 방수로 공사를 100% 마친 것처럼 위장하고, 그 비용에 매몰비용이라는 이름을 붙여 운하 건설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또한 KDI 보고서는 경인운하의 생산유발 효과와 고용유발 효과를 각각 1조8852억 원과 1만1223명으로 밝히고 있는데, 국토부는 이것을 각각 3조 원과 2만5000명으로 두 배씩 부풀려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그리고 국토부는 민간자본 유치 사업으로 추진해온 경인운하를 국책 사업으로 바꿔 건설회사들의 부담도 덜어줬다. 건설회사들은 이제 완공 후의 운하 운영은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저 공사만 하고 돈만 챙기면 된다. 공사비도 2008년 10월까지만 해도 1조3525억 원이었는데 별안간에 9000억 원이 늘어 결국 2조2500억 원이 되었다. 앞으로도 이런저런 이유를 달아 몇 조 원으로 더 부풀릴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경부 고속철도도 당초 예산은 5조8024억 원이었는데 이후 액수가 급격히 늘어 완공까지 총 45조 원 정도가 들어갈 예정이라 한다. 
 
▲ 시민사회단체는 지난5월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인운하 및 4대강 정비 사업은 국토 재창조가 아닌 창조질서의 파괴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 CBS노컷뉴스

굴포천 방수로는 운하가 아닌 유원지로
 

운하에 물류 효과가 없다는 주장에 맞서 운하추진론자들은 관광, 친수(親水) 등과 같은 감성적인 말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어떤 판단을 위해서는 본질(핵심)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운하의 본질은 물류다. 물류가 운하의 핵심 가치다. 운하의 주 메뉴는 운송 물류이며, 관광이나 지역 개발 등은 디저트에 불과하다. 곁가지로 핵심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 관광, 지역 개발, 수자원 관리, 일자리 창출 등을 논하기 전에 물류 효과를 따져야 한다. 물류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운하는 더 이상 검토할 필요가 없다.

운하의 관광 효과는 미미하다. 젊은이들의 여가 문화가 달라졌고 다른 종류의 레저 품목이 너무 많아 유람선 관광은 인기가 없다. 라인강 유람선도 휴가철에만 운항하는 정도다. 수지가 맞지 않아 모두들 유람선을 팔려고 내놓았다. 미시시피강과 미주리강이 만나는 미국 3대 내항 도시 세인트루이스의 유람선 또한 대부분 휴항하거나 카지노로 바뀌었다. 경인운하의 18km 콘크리트 옹벽을 바라보며 2시간의 운하 관광을 즐길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경인운하 사업에 서울시까지 맞장구를 치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한강 르네상스’ 서해 주운 프로젝트 때문이다. 5000톤급 여객선을 띄워 중국을 오간다는 서해 주운 프로젝트는 전망이 매우 어둡다. 여객선 사업은 이익을 내야 하는 수익성 사업이다. 수익 사업은 사업 자체의 타당성은 물론 그 사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사업들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서해 바다 한강 여객선의 경쟁 상대는 비행기와, 인천에서 중국을 오가는 3만 톤급 화객선이다. 5000톤짜리 꼬마 배와 3만 톤짜리 큰 배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마치 부산-서울 구간에서 고속버스와 봉고차가 경쟁하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우선 배가 작아서 한강 여객선을 기피할 것이다. 배가 작으면 뱃멀미도 심하다. 서해 바다는 파도도 치고 폭풍도 이는 거칠고 드넓은 바다다. 5000톤급 배는 일엽편주나 다름없다. 승객은 무엇보다 목숨과 안전을 염려한다. 5000톤급은 옛날 이민선이나 해양대학 실습선 크기로, 21시간 장거리 원양 항로의 여객선으로는 너무 작다. 한강 여객선을 타고 서해 바다를 오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경인운하의 콘크리트 옹벽을 바라보며 항해하는 2시간의 여정이 따분해서라도 한강 여객선은 외면당할 것이다.

무용지물의 경인운하가 강행되는 배경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운하 집착뿐만 아니라 인천 사람들의 개발에 대한 환상이 뒤섞여 있다. 인천 사람들은 경인운하로 지역 발전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배만 통과하는 운하는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운하는 굴포천 주변에 부가가치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대신에 폭 80m, 길이 14km의 지금의 굴포천 방수로를 인공호수로 삼아 오리배 등의 보트놀이 유원지로 활용하면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부가가치도 훨씬 높아질 것이다.

자고로 사람들이 모여들어야 온갖 가게와 음식점이 생기고 땅값도 오르는 법이다. 능수버들에 정자도 세우고, 산책로, 자전거도로에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등 문화 공간을 곁들이면 훌륭한 친수 공간이 될 것이다. 뱃놀이도 할 수 없는 운하에 사람들이 몰려들 리가 없다. 이는 차만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운하는 오히려 지역 발전에 방해가 된다. 굴포천 주변 사람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운하가 활성화되어야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운하에 배가 다니지 않으면 지역 경제에 도움은커녕 온 국민의 눈총만 받고 후손들에게 짐만 지우는 애물단지가 되고 만다. 독일의 운하 전문가 비르트 교수는 함부르크 운하를 만들 때도 지역 개발을 강조했었는데, 50년이 지나도 지역 개발은 없고 단지 운하 주변의 마을들이 정리되는 데 그쳤다면서, 운하는 환상에 불과하니 “운하를 중단하라!”고 소리 높여 충고했다.

화물선과 여객선은 경인운하를 다니지 않는다. 설령 억지로 운하를 건설하더라도 결국은 뱃놀이 터로 전락할 것이다. 2조2500억 원을 허공에 날린 뒤 다시 보트놀이나 하는 유원지로 되돌아간다는 말이다. 경인운하는 양양공항처럼 수요가 없는 전형적인 국고 낭비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인천 사람들은 직시해야 한다.

* 글쓴이 임석민은 한신대 경상대학 교수.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 영국 카디프대학,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등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최근 경인운하와 ‘4대강 살리기’라는 기만적 이름으로 추진되는 ‘대운하’ 사업을 저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영학 박사. 저서 『전자상거래 시대의 물류관리론』, 『국제운송론』 등.
* 본문은 계간 <환경과 생명>(www.greenera.or.kr) 여름호 통권 60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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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6/18 [15:53]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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