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PD수첩> 수사발표 이후 청와대와 <PD수첩>, 그리고 MBC 간에 전면전이 확산되고 있다.
먼저 검찰은 18일 MBC <PD수첩> 제작진 5명에 대해 불구속 기소를 결정하고 1년 여간 지속된 '광우병 보도' 논란을 마무리짓고자 했으나, 이는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한미쇠고기 협상과정의 생략, PD저널리즘에 대한 몰이해로 제작진과 시민단체, 야권 등의 반발을 초래하는 등 제2의 논란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검찰이 18일 발표 과정에서 김은희 작가의 사적 이메일 내용을 여과없이 공개해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까지 번지고 있으며, <PD수첩> 제작진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명백한 언론탄압과 정치보복으로 보고 향후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검찰 수사발표 자체가 논란을 부르는 가운데,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음주운전하는 사람에게 차를 맡긴 것과 마찬가지"라며 "외국의 일이라면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야 할 일"이라고 사실상 MBC 엄기영 사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보수신문인 조중동은 검찰 수사발표 뿐 아니라 김 작가의 이메일 내용까지 대서특필 하는 등 <PD수첩>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 검찰은 지난 18일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보도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 내용을 공개해 논란을 불러왔다. ©CBS노컷뉴스 | | 정권이 특정방송을 겨냥, 경영진의 사퇴까지 언급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검찰의 수사발표에 이어 청와대, 거기에 조중동까지 융단폭격식으로 MBC, 정확히는 <PD수첩>에 맹공을 가하고 있다. 권력-사정기관-보수매체가 삼위일체식으로 <PD수첩>과 MBC '죽이기'에 나선 것이다.
이같은 맹공에 대해 MBC 역시 강경한 입장이다.
청와대로부터 사퇴를 강요받은 엄기영 사장은 22일 오전 열린 임원회의에서 '경영진 사퇴'를 촉구한 이동관 대변인의 발언을 거론, "매우 부적절하고 어처구니 없다"며 불쾌감을 표시한 뒤 "권력의 핵심에 있는 사람이 언론사 사장의 퇴진을 어떻게 말할 수 있느냐"며 "진퇴 여부는 내가 결정한다"고 밝혔다.
MBC 내에서도 <PD수첩> 제작진 뿐 아니라 노조까지 강경기류이다. 지금 MBC 내부관계자는 “평사원·간부 할 것 없이 구성원 전체가 말도 안 되는 정권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며, 사내의 격앙된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MBC는 전면전을 넘어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여기에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 뿐 아니라 시민단체까지 속속 결집하고 있어 <PD수첩> 수사발표는 일시에 청와대 대 MBC, 이명박 정권 대 시민사회 대리전 양상으로 확전 중이다.
청와대가 강경기류로 돌아선 것은 6월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 강행과 오는 8월로 예정된 '방문진 이사 교체'를 통해 MBC를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이는 과거 KBS 사례를 보면 극명하게 나타난다. 온갖 조사에도 정연주 사장의 흠이 없자 감사원을 동원, 명분없는 퇴진을 강행하고 이병순 사장을 앉혔다. 현재 MBC에 대한 공세는 제2의 KBS를 만들겠다는 내심이 있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MBC를 민영화하기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에 대한 과도한 공세는 지난해 촛불시위에 대한 보복적인 측면이 강하다. 지난 한해 정국을 내내 달궜던 촛불집회의 기폭제는 뭐니뭐니 해도 4월 말 <PD수첩>의 보도였다.
집권 1년차, 미국을 방문 한미쇠고기 협상에서 30개월 월령이나 위험부위 등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통크게 받아들이며 박수까지 유도한 이명박 정권은 거대한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5월 2일부터 청계광장에서 중고생부터 등장한 촛불시위는 학생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 넥타이부대, 그리고 유모차를 앞세운 가정주부까지 연인원 600여 만명이 동원됐으며, 광화문 일대가 거대한 촛불의 바다가 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2번에 걸쳐 대국민 사과를 하는 굴욕을 당했던 것이다.
조중동 등 보수신문이 필사적으로 막을려고 했지만, 광화문을 메운 시민에게 받은 것은 왜곡신문이라는 오명과 함께 달걀세례를 받았고, 이후 언론소비자주권운동(언소주)을 중심으로 구독거부 광고불매운동이라는 역효과만 받았다.
따라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청와대, 한나라당, 조중동 등 MBC에 대한 총공세는 작년 한 해 이명박 정권을 궁지로 몰았던 <PD수첩>에 대한 복수극이자 공영방송 MBC를 제2의 KBS로 만들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경우다. <PD수첩> 제작진, 그리고 김은희 방송작가가 지적했듯이 지난해 촛불집회를 야기한 것은 이명박 정권의 졸속이고 굴욕적인 한미쇠고기 협상, 이로인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증과 월령 제한없이 무제한 수입된 것에 대한 국민의 분노였고, 이명박 정권은 이점부터 반성해야 할 것이다. 즉, 자신들이 잘못해놓고 잘못한 것을 지적하니 성질내는 꼴이 된 것이다. 이같은 내용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지만, 오직 모르는 것은, 아니 모른척 하고 싶어하는 것은 청와대와 한나라당, 그리고 조중동 뿐이며, <PD수첩>을 때리고 MBC를 흔들수록 진실이 가려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청와대의 작용이 강할수록, 권력을 동원해 MBC를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커질수록 반작용과 반발만 초래할 뿐이다. 이미 그런 상황은 YTN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YTN에 대한 정권의 집요한 장악의지에도 불구하고 YTN 노조를 비롯, 구성원들은 공정보도를 위해 힘쓰고 있으며, '돌발영상' 같은 경우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실정을 오히려 더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는 '돌발영상'이 의도한 것이 아닌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실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이는 KBS도 마찬가지이다. 사장이 교체됐다고 방송조직이 '땡이뉴스'로 획일화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다매체 시대이지만, 신문 보다 방송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 조중동 등 독과점 보수신문은 인터넷보다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방송만 장악하면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인터넷과 모바일로 무장한 시민들은 정보에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나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의 명언이 아니더라도 지금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며, 되지도 않을 방송장악에 힘쓰기 보다는 야당과 시민단체가 요구한대로 국정기조를 바꾸고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MBC를 장악하려 한다면 '방송없는 정부'를 택해야 할 것이다. 이는 MBC 뿐만 아니라 KBS, SBS, YTN에 있는 수많은 <PD수첩> 전부를 없애야 하는 현실에 직면할 것이며, 정권 보다 더 많은 정보를 쥔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은 정녕 '방송없는 정부'를 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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