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허름한 작업실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 아저씨가 생각났다. 동그란 안경과 온화한 미소도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 보았던 그 모습과 참 닮았지만, 별 볼일 없는 나무토막을 정성껏 다듬어 피노키오를 만들었던 그 ‘사랑’이 더욱 닮아 보였다.
안녕하세요. 늦은 시간에 작업을 하시네요? 아, 오셨어요? 벌써 7시네요. DIY가 본업이 아닌지라, 퇴근하고 보통은 이 시간부터 작업을 시작해요. 본업이 아니면, 취미로 하시는 건가요? 네- 취미인거죠.^^ 시작 한지는 한 5~6년 됐어요.
어떻게 가구를 만들어 기증하실 생각을 하셨나요? 굿네이버스 후원회원인데, 매달 후원하는 것 외에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더 없을까 찾다가 우연한 기회에 가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게 됐어요. 전화로 문의를 드렸더니, 이렇게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셨어요.
가구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힘든 적은 없으셨나요? 가끔 회의가 느껴질 때도 있어요. 약속한 날짜까지 가구를 못 만들어 드릴 때, 차라리 가구를 사드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면 이내 고개를 젓게 되요. 그 아이들이 내 자녀라고 생각해보면 ‘적당히’ 좋은 것 말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죠.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가구네요? 그렇죠! 저는 가구를 만들 때,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곤 해요. ‘개구쟁이 녀석들이 이쯤에 매달리겠구나.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겠다. 뛰어 놀다가 여기에 부딪힐 수도 있겠는데? 다치지 않게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야겠네.‘ 생각하며 만들어요.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처럼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좋은 가구를 썼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굿네이버스 전국 지부에 필요한 가구 수량을 알아봤더니 총 300여 점이라 하더라고요. 용인 지부에 가구 3개를 이미 전달했고, 지금 만들고 있는 3개도 거의 완성되었으니 이제 294점 남았네요!^^ 이렇게 제가 할 수 있는 일로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조금씩 보탬이 되며 살아가고 싶어요. 그게 전부예요.
오늘도 서정식 봉사자는 바쁜 하루 일정을 마치고 작업실로 향한다. ‘슥삭슥삭’ 톱질 소리에 우리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가 잘려나가고, ‘또닥또닥’ 경쾌한 망치 소리 리듬에 맞춰 아이들의 희망이 쑥쑥! 자라난다.
DIY 가구는 ‘do-it-yourself’의 약자로 소비자들이 반가공 상태의 자재를 구입하여 손수 만드는 가구를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