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주제 : 관점 정하여 말하기
● 일 시 : 2009. 8. 20. 목요일
● 장 소 : 창녕청소년문화의 집
● 대 상 : 창녕군관내 초등학생
● 강 의 : 박종국(교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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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장수와 기름장수 이야기
인도 남부 지방에 한 옹기장이가 살았다. 그에게는 아들이 한 명 있었다. 그는 비록 부자는 아니었지만 아들을 가르치는 데 큰 공을 들였다. 맛있는 음식을 골라 먹이고 좋은 옷을 입혔으며 학교에도 보냈다. 아이는 자라서 청년이 되었고 어느덧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들을 결혼시킬 차례였다.
아들을 볼 때마다 옹기장이는 자랑스러워서 가슴이 벅찼다.
'내 아들에게 최고의 결혼식을 베풀어주어야지.'
옹기장이는 마음속으로 결혼 계획을 세웠다.
'최고의 악대를 부르고 식장을 가장 멋있게 꾸미고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 손님을 대접해야지. 결혼식이 끝나면 아들과 며느리가 시내를 행진하도록 할 거야. 걸어가거나 마차를 타는 것이 아니라 부유한 지주의 아들처럼 코끼리를 불러서 타고 가는 거야.'
옹기장이가 사는 마을에는 기름 장수가 살고 있었다. 그는 코끼리 한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돈을 받고 사람들에게 빌려주었다. 옹기장이는 기름 장수를 찾아가서 코끼리를 하루 빌렸다. 결혼식이 끝난 날 밤에 도시를 가로지르며 거창한 결혼 행진이 벌어졌다. 아름다운 옷을 차려 입은 신랑과 신부는 그 날을 위해 특별하게 꾸민 코끼리에 올라타고 거리를 지나갔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얼굴로 그 뒤를 따라갔다. 악대도 신나게 음악을 연주하며 행진을 벌였다.
그런데 그만 사고가 생겼다. 도중에 코끼리가 넘어져 죽어 버린 것이었다. 옹기장이는 큰 충격을 받았다. 코끼리를 빌릴 당시만 해도 멀쩡했기 때문에 옹기장이는 '갑자기 무슨 일일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 끙끙거렸다.
다음날 그는 기름 장수를 찾아가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결혼 행진을 하던 도중에 코끼리가 갑자기 죽어 버렸답니다. 그러나 걱정 마세요. 제가 코끼리 값을 전부 물어 드릴 테니까요. 원하신다면, 다른 코끼리를 사 드릴 수도 있고요. 어느 쪽을 원하시는지요?"
기름 장수는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더니 큰소리를 질렀다.
"돈을 주거나 다른 코끼리를 사준다고요? 난 둘 다 싫소. 죽은 코끼리를 돌려주시오. 반드시 그걸 돌려줘요! 내가 당신에게 빌려준 코끼리를 돌려주지 않으면 고소할 것이오."
당연한 일이지만, 옹기장이는 죽은 코끼리를 돌려줄 수가 없었고, 기름 장수는 결국 법에 호소했다.
재판이 열렸다. 판사는 기름 장수에게 사건의 전말을 물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말해 보시오."
"재판관님, 정의를 내려 주십시오."
기름 장수는 큰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이 제 코끼리를 빌러 가면서 다음날 돌려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러나 벌써 사흘이 지났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답니다. 재판관님, 저 사람에게 제 코끼리를 돌려 달라고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재판관은 옹기장이에게 물었다.
"왜 코끼리를 돌려주지 않습니까?"
"재판관님, 저 사람이 하는 말은 다 옳습니다. 다음날 돌려주겠다고 약속하고 코끼리를 빌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신랑 신부를 싣고 행진하던 코끼리가 그만 도중에 쓰러져 죽었습니다. 어떻게 죽은 코끼리를 돌려줍니까? 그 불행한 일이 어찌 제 잘못이겠습니까? 저는 죽은 코끼리 값을 변상하거나 다른 코끼리를 사주겠노라고 제안했지만 기름 장수는 그걸 모두 거절합니다. 그가 원한 것은 이미 죽어 버린 자기 코끼리입니다."
옹기장이의 제안이 아주 타당하다고 생각한 재판관은 기름 장수를 설득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고집 센 기름 장수는 그 제안을 즉시 거절했다.
"제가 원하는 건 제 코끼리입니다. 재판관님. 저 옹기장이는 하루 만에 코끼리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라고 판결해 주세요. 재판관님."
재판관은 현명한 사람이었다. 그는 기름 장수와 논쟁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판을 다음날로 연기하고 기름 장수를 보낸 재판관은 옹기장이를 따로 불렀다.
"나는 당신이 정직한 사람이고 또한 정당한 제안을 했다고 생각하오. 당신을 도울 테니까 내 말을 따르도록 하시오."
재판관은 옹기장이의 귀에 대고 무엇인가 속삭였고 그 말을 들은 옹기장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다음날 재판이 다시 열렸지만 옹기장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기름 장수는 펄펄 뛰면서 불평을 털어놓았다.
"거 보세요. 그자는 달아난 겁니다. 재판관님,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그자는 사기꾼이라고요."
안절부절못하면서 얼마의 시간을 보낸 기름 장수가 재판관에게 말했다.
"재판관님, 제가 생각하기에 옹기장이는 집 안에 숨어 있을 겁니다. 여기 오기가 겁이 난 것이지요. 재판관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가서 그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재판관은 그 말을 받아들였고 그에게 관리들을 딸려 보냈다.
옹기장이 집에 도착한 일행은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기름 장수는 주먹으로 대문을 두드리며 옹기장이의 이름을 고래고래 불렀지만 집안은 새벽 바다처럼 고요했다.
"네가 숨을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누군데? 찾아내고 말 거야."
화가 치솟은 기름 장수는 고함을 치면서 있는 힘을 다해 대문을 밀어붙였다.
그는 문 뒤에 옹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문이 억지로 밀리면서 문 뒤에 쌓아 둔 옹기들이 깨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 순간 옹기장이가 울면서 달려 나왔다.
"아, 내 옹기들, 나의 아름다운 옹기들!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시오? 내 조상들이 물려준 귀중한 그릇들이 다 깨져 버린 거요. 지금 당장 재판관에게 가서 당신을 고소할 거요!"
재판관 앞에 나선 기름 장수는 깨진 옹기의 값을 물어주거나 아니면 다른 옹기들을 사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옹기장이는 그 제안을 한마디로 거절했다.
"안 돼요! 제가 바라는 건 원래의 제 옹기들입니다. 조상들이 제게 물려준 옹기를 돌려주세요. 그건 우리 집안의 자랑이며 영광이었다고요. 돈이나 새 옹기를 가지고 뭘 하라는 겁니까? 저 사람이 제 옹기들을 부수었으니 원래의 옹기를 돌려주라고 판결해 주세요, 현명하신 재판관님."
'이미 깨진 옹기를 어떻게 돌려준단 말인가?"
기름 장수는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는 것을 깨닫고 하는 수 없이 말했다.
"재판관님, 저 사람이 깨진 옹기를 돌려 달라는 요구를 취소한다면 저도 제 코끼리를 돌려 달라고 주장하지 않겠습니다."
옹기장이는 짐짓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 못 이기는 척하면서 기름 장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싸움을 좋아하는 기름 장수는 그렇게 해서 두 가지를 잃었다. 코끼리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코끼리 값도 변상 받지 못한 것이다. 물론 옹기장이도 많은 옹기를 버렸지만 그건 값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일주일도 되지 않아 깨진 수만큼의 옹기를 만들었다.
♣ 자,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게 있다면 무엇일까.
단지 싸움을 좋아하는 기름 장수의 야박한 마음을 고소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좀더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한다.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을 교묘한 꼬임수로 뉘우치게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좀더 나은 생각이란 무얼까? 보다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설득하고 배려했어야 했다.
재판관은 개인적인 생각을 벗어나 옹기장이나 기름 장수에게 똑같이 공정해야 했다. 일의 잘잘못을 바로 가려 주어야 했다. 그런데 재판관은 섣불리 고집 센 기름 장수와 논쟁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였고, 되레 옹기장이만을 따로 불러 정직하고 정당한 제안을 했다고 칭찬하며 도와주었다. 대체, 어느 재판관이 피고와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치우쳐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권모술수를 부려서는 안 된다. 의도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법원을 상징하는 문향을 보라. 언제나 사회 정의는 양팔저울처럼 평정한 눈금을 가져야 한다. 그게 우리 삶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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