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통행…우왕좌왕…우민정책 | ||||||||||||||
[김영호 칼럼] 행정지침 하나로 국민습관 바꾸려는 발상은 비민주적 | ||||||||||||||
늘 타던 지하철 모습이 달라졌다. 계단입구 오른쪽 바닥에 갑자기 커다란 화살표가 나타났다. 대수롭지 않게 보고 그냥 좌측으로 내려가니 올라오는 사람들과 적지 않게 부닥친다. 올라가는 계단 곳곳에 ‘우측보행’이라 표시가 붙어 있다. 통로도 통행방향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바뀌었다. 에스컬레이터도 올라가던 곳이 내려가는 곳으로 바뀌었다.
인터넷을 뒤져봤다. 1905년 대한제국이 우측통행을 정했는데 1921년 조선총독부가 좌측통행으로 변경했다. 해방이후 1946년 미군정청이 차량을 우측통행으로 바꾸면서 사람은 좌측통행으로 그냥 두었다. 사람이 길을 걷는 습관까지 강제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1961년 도로교통법을 제정하면서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도로에서 보행자가 자동차와 마주보고 걷도록 하는 좌측통행의 법적근거가 마련됐다. 좌측통행이 생활화된지 무려 88년이 지났다. 그런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지난 4월 국토해양부와 경찰청이 함께 마련한 ‘교통문화체계선진화방안’과 ‘보행문호개선방안’을 발표했단다. 이 방안에 따라 지난 7월부터 이미 우측통행이 시행되었으며 10월부터는 지하철, 철도, 공항 등 대중교통시설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한다는 것이다. 내년 7월부터 전면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우측통행을 실시하는 이유도 갖가지다. 좌측통행은 신체특성, 교통안전, 국제관례에 맞지 않는다. 우측통행이 심리적 안정감, 보행속도 증가, 보행충돌 감소의 효과가 있다. 우측보행은 에너지 절감, 온실가스 저감, 교통사고 감소로 5조원 이상의 경제적 비용을 절감한다. 얼마나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모르나 그런 계측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문제는 법적근거가 있느냐는 점이다. 어느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라고 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것을 전제로 우측통행을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국민의 생활습관을 뜯어고치는 일이라면 당연히 국민적 논의를 거치고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그런데 행정지침 하나로 국민한테 이리 가라 저리 가라는 것은 무법행정이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우민정책이다. 이러니 우파정권이 좌측이란 말을 없애려는 음모라는 소리조차 나온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보행환경에 따라 가장 편하고 안전한 방향을 찾아 걷는다. 위험물이 나타나면 피하고 사람이 많으면 뒤를 따라간다. 바쁘면 옆으로 비켜 앞서가기도 한다. 간선도로를 벗어나면 차도와 보도가 구분되지도 않고 곳곳에 차량이 주차해 있고 오가는 차량이 뒤엉켜 있다. 이런 현실에서 왜 국민의 걷는 방향까지 획일적으로 규제하려고 드는지 모르겠다. 국민을 통제의 대상으로 알기 때문일 것이다. 우측통행을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다. 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된 다음에 실시해도 늦지 않다. 그 과정에서 여론수렴과 함께 홍보와 교육이 이뤄져 혼란을 피할 수 있다. 시설교체에 따른 비용, 국민의 정신적 긴장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 국민의 생활습관을 행정지침 하나로 바꾸려는 발상 자체가 비민주적이고 전제적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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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0/16 [03:30] 최종편집: ⓒ 대자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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