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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좀 되거라. 키만 멀대 같이 커 갖고 뭐할래?"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0. 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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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좀 되거라. 키만 멀대 같이 커 갖고 뭐할래?"
부모가 싫어하는 것은 당연히 아이들도 싫어합니다
09.06.30 14:54 ㅣ최종 업데이트 09.06.30 14:58 박종국 (jongkuk600)

 

매일처럼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 그들이 가장 싫어하고 꺼려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물론 원하는 게 다 다르겠지만, 무엇보다도 청소를 싫어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청소를 좋아할 리 없습니다. 다음으로는? 애써 공부하라 이것저것 하지 말라고 뜯어말리는 일이 싫다고 합니다. 공부하라고, 책 읽으라는 이야기가 너무 잦다는 겁니다. 친구랑 신나게 놀고 싶은데, 컴퓨터 오락도 하고 싶은데, 잘 놀아야 잘 큰다고 하면서도 매일처럼 공부만을 고집하는 부모님의 다그침이 싫답니다.

 

지난번에 이야기했던가요? 책 읽으라는 닦달이 대문 밖에서 엿들을 수 있다면 어느 아이든 책을 읽지 않는다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다소 지나친 얘기 같지만, 부모는 신문 한 페이지, 책 한 권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만 책 읽으라고,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즐겨 책 읽는 모습을 통해서 자연스레 책을 가까이하게 되고, 공부하는데 보다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열 마디 말보다는 한 가지 몸짓으로 실천하는 모습이 아이의 마음을 바로 세웁니다. 핏대 돋궈가며 책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부모가 책을 읽으면 아이들은 곧바로 따라 읽습니다. 

 

좋은 부모는 몸짓으로 먼저 드러내 보인다

 

오늘 수업을 마치며 아이들에게 '평소 생활하면서 자기가 가장 듣기 싫었던 이야기'들을 적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잠깐 동안이었는데도 많은 아이들이 자기 속내를 드러내 보였습니다. 무기명으로 쪽지에 적었기에 그 내용을 밝혀도 그렇게 부담스러울 게 없을 것 같아 죄다 훑어 놓으렵니다. 이건 '내 아이가 하는 얘기다'는 생각을 갖고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며 읽어보세요.

 

아이들이 써 놓은 그대로 옮깁니다.

 

저녁밥을 먹을 때 엄마는 항상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 끄집어낸다. 나는 특히 저녁밥을 많이 먹는다. 그래서 엄마는 내가 밥 먹는 것을 보면서 "니 그렇게 곰티처럼 묵으면 살찐다."거나 "니 다리 좀 봐라. 엄마 다리보다 더 굵다", "좀 그만 먹어라."는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사춘기 때는 원래 많이 먹어야한다고 내가 말하면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그만 먹으라고만 한다. 하긴 요즘 내가 살이 찌긴 쪘다. 하지만 왜 하필이면 음식을 먹을 때만 기다렸다는 듯이 노려서 말하는 것일까. 다 먹고 나서 말해도 늦지 않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내가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언제부터 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그만하라고, 열난다고 한다. 여태껏 동생이 했는데, 나는 금방 켠 것뿐인데…. 이젠 엄마가 이런저런 잔소리를 조금 줄였으면 좋겠다.

 

이 밖에도 아이들이 밝힌 엄마 아빠의 언행을 살펴보면 낯 뜨거워지는 말이 많습니다.

 

"누구 좀 닮아 봐라", "사람 좀 되거라. 키만 멀대 같이 커 갖고 뭐할래?", "'빨리 집에 들어오너라", "'다른 얘들은 말 잘 듣는데 너는 왜 말을 안 듣느냐?", "'커서 무슨 일을 하겠노? '제발 좀 똑똑한 친구랑 놀아라", "다른 아이들은 잘 하는데 니는 왜 그렇노?", "니 노는 것만큼만 공부해봐라", "니 그렇게 먹으니까 살이 찌지", "무조건 동생한테 양보해라", "컴퓨터 하지 마라", "용돈 안 준다", "니 공부 안하나?" "니 인사성 왜 없노?", "니 눈치도 없나?", "컴퓨터 좀 그만해라", "공부 좀 해라,", "책 좀 읽어라" 등등의 잔소리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쪽지 글을 훑어보면 아이의 솔직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어린 아이라고 막무가내로 다루면 안 됩니다. 아이들도 자존심이 있고, 자신 인격적으로 부당한 대접에 분개합니다. 그러한 일들이 반복되거나 매번 되풀이되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특히, 신체적인 약점을 들어 아이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은 부모나 아이에게 결코 이로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사춘기에 든 아이들에게 시시콜콜한 것으로 아이의 행동을 제지한다는 것은 소심한 부모의 조급한 처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한 언행으로는 아이들에게 신망을 얻지 못합니다. 먼저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느긋함을 가져야합니다.

 

지나친 보살핌은 오히려 아이를 망치는 독소다

 

또한 아이들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자신의 존재를 무시하거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을 무척 싫어합니다. 아이 스스로가 하고 싶은 것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하지 말라고 닦달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아이가 하고자 하는 모든 일에 참견하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스스로 설 수 있는데, 보살핌이나 사랑이 너무나 지나친 부모는 자기 아이가 제 맘대로 하고 싶다는 것을 용납하려 들지 않습니다. 마치 큰일이라도 나는 듯이 아이의 버팀목이 되어야 마음이 놓입니다. 그만큼 아이의 존재가 나약해지는 것을 모른 채. 하지만 그렇게 지나친 부모의 행동은 아이의 인격을 참혹하게 모독하는 일임을 깨달아야합니다. 부모가 싫어하는 것은 당연히 아이들도 싫어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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