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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의 희망으로 가는 길]엄마라는 이름으로

박종국에세이/단소리쓴소리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1. 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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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의 희망으로 가는 길]엄마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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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이기적이고, 폐쇄적이고, 강한 척 냉정한 위악의 포즈를 취해 보이며 살던 내가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을 보며 울고, 더없이 약하고 어리석은 존재로서의 인간을 이해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것이었다.
 

 아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우리 주변에 그토록 많은 턱과 계단이 존재함을 몰랐을 것이다. 유모차를 밀고 장애물을 헤쳐 가는 일이 얼마나 버거운지, 그런 장애물들 앞에서 언제나 무력했을 장애인과 약한 자들의 분노와 슬픔을 몰랐을 것이다.


 아이가 아니었다면, 아이를 잃은 엄마들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통곡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상실감과 절망감을 쉽게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몸 어느 한 구석이 뭉텅 끊겨 나가는, 그 생생한 실제감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 졸고 <아이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중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나는 '엄마들'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며 책을 읽는다. 아이의 장애를 처음 발견했을 때 너무도 절망한 나머지 차라리 아이를 하늘로 데려가 달라고 기도했던 엄마들, 그러다가도 자신의 기도에 놀라 허둥지둥하며 제발 우리 아이를 살려 달라고 엎드려 우는 엄마들. 중증 장애인을 자녀로 둔 엄마들의 이야기가 빼곡하게 들어찬 《담장 허무는 엄마들》(봄날)을 읽으며 나는 몇 번이고 저절로 뺨 위를 흐르는 눈물을 훔친다.

 

 “신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을 수 없기에 대신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은 아름답고도 가혹하다. 자식의 장애가 엄마의 죄인 양 '끔찍한 형벌'을 받아들이기 위해 도인이나 철인이 되어야만 했던 엄마들에게 남은 단 하나의 소원이라면 자식보다 꼭 하루를 더 사는 것이었다. 혼자서는 몸을 가눌 수 없고, 밥조차 먹을 수 없고, 평생을 감옥 같은 집 안에 갇힌 채 살아야 하는 아이를 남겨 두고 어떻게 맘 편하게 세상을 떠날 수 있을까?

 

 하지만 아이의 장애로 버거운 삶을 살 수밖에 없지만 드러내 힘들다고 말하지도 못하고, 분명 예쁘고 사랑스런 아이인데 건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변변히 자랑 한번 못해 온 엄마들이 마침내 반란을 일으킨다. 특수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교육청의 담장 위에서 장대비를 맞으며 꽹과리를 치고, '특수교육 대상자' 판정을 받기 위해 거듭 탄원을 하고, “어차피 너도 아프고 나도 아픈데 얘기하지 말자.”는 심경에서 학교나 치료실에서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던 엄마들이 모여 불합리한 편견과 제도와 법으로 가득 찬 세상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한다.

 

 이 책의 제목인 《담장 허무는 엄마들》은 SCN(대구 달서구 성서지역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 FM)의 프로그램 제목이다. 엄마들이 작가가 되고 피디가 되고 진행자가 되어 높고 완강한 세상의 벽을 향해 외친다. 아이를 처음 만난 날 찾아온 운명을 너무도 감당하기 힘들어서 아이와 함께 끝내려고 했었다고 고백하는 도훈 엄마, <말아톤>의 형진이나 수영 잘 하는 진호처럼 아이를 교육시키지 못한 무능한 엄마로 취급당하는 경험에서 비장애인도 능력의 차이가 있듯이 장애인도 저마다 장애의 개성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호소하는 승현 엄마, 교통사고로 '중도장애'를 입은 후 고통의 강을 건너 모질게 참고 도전하는 강한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는 세영 엄마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경이롭고 감동적이고 치열한 싸움의 기록이다.

 

 겉으로 보기엔 엄마가 아이를 가르치는 것 같다. 하지만 엄마를 가르치는 진짜 스승은 아이들이다. 언젠가 아이보다 꼭 하루만 더 살게 해 달라고 빌던 엄마들은 이제 새롭게 희망한다.


 “이제는 네가 나보다 먼저 죽길 바라지 않을 거야. 나는 죽어도 너는 살아야지. 내가 없어도 네가 살 수 있도록, 널 위해 내가 나설 거야!”
 나는 그들과 같은 '엄마'의 이름으로, 아름다운 엄마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SCN에서 제작되는 라디오 프로그램 <담장 허무는 엄마들>은 매월 4째 주 대구지역 주파수 89.1MHz으로 방송된다. 인터넷 방송(www.scnfm.or.kr)으로 다시 들을 수 있다.

 

작가소개

 

책 읽어 주는 여자, 김별아 님

 

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1993년 실천문학에 중편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로 등단했다. 소설집 <꿈의 부족>이 있으며, 장편소설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개인적 체험>, <축구 전쟁>, <영영이별 영이별>, <미실>, <논개>, <백범>, <열애>, 산문집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 <가족 판타지>(<식구>개정판),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등이 있다.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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